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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80
하인리히 뵐 지음, 김연수 옮김 / 민음사 / 2008년 5월
평점 :
독서모임 이번주 책. 조금 전에 피맥하며 이야기하고 들어왔다. 요즘 책 읽을 정신도 없고 왠지 책 읽는 시간이 아깝게 느껴져서 거의 한달 넘게 독서모임 책 말고는 안 읽고 있다. 근데 독서모임책 비문학 책은 읽는 즐거움이 떨어지고 앎의 즐거움이 주라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를 읽으며 오랜만에 읽는 즐거움을 느꼈다.
평화롭게 살던 스물일곱살 가정부 카타리나 블룸은 절도범 남자친구 은닉 혐의로 사건과 함께 그녀의 사생활이 크게 화제가 된다. 주변인물들의 인터뷰는 과장 왜곡되어 자극적으로 기사화되고 잠잠해질 틈 없이 연이어 기사거리가 뽑아져나오고. 그녀를 돕는 사람들이 곤경에 빠지고 암 걸린 어머니는 우연의 일치인지 예상보다 빠르게 임종을 맞고. 남자친구가 체포되며 어느 정도 일상으로 돌아오나 할 쯤 기자 살인.
숙덕대기 좋은 조건의 여성이 스캔들의 중심에 있을 때 승냥이처럼 달려드는 언론에 대한 분노와 참 매력적인 카타리나 블룸에 대한 동정과 연민으로 지루할 새 없이 한권이 순식간에 읽힌다.
줄거리는 그리 특별하지 않은데 와 이렇게 맛깔나게 글 쓰는 작가 되게 오랜만에 봤다. 나 말고 우리 모임분들도 그렇게 느낀 것 같다. 다른 작품도 얼른 읽어보고 싶었다. 마침 현이가 오늘 롤리타 리뷰를 썼는데 읽으면서 피식대게 만드는 재치와 후져서 세련된 차별적인 문장들이 되게 매력있었다. 하인리히 뵐. 좋으네여.
아 그리고 뭔가 소설 전체 그림이 크고 명확하게 그려진 상태에서 쓰인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문장은 마치 의식의 흐름처럼 무성의한척 흐느적거리지만 막상 시간을 넘나드는 배치와 구상이 착착 말끔히 떨어지는게 작가 스스로 참 정돈이 잘 되어있는 소설이라 느꼈다.
발췌
국가가ㅡ이렇게 그녀는 표현했다ㅡ이런 오욕으로부터 그녀를 보호해 주고 그녀의 잃어버린 명예를 회복시켜 주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전혀 없는 지 물었다.
침실에서는 오데콜롱 병울 던졌다는 것을 덧붙여야 할까?
카타리나의 아버지가 위장한 공산주의자였다는, 게멜브로이히의 한 신부가 제공한 놀랄 만한 ㅡ 관계자 모두를 놀라게한 ㅡ 정보가 사실인지를 조사하기 위해 블로르나는 하루 날을 잡아 그 마을로 갔다. 우선, 이 신부는 자신의 진술을 거듭 확인해 주었고, <차이퉁>이 그의 말을 그대로 올바르게 인용했다고 인정했으며, 자신의 주장에 대한 근거는 제시할 수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다고 했다. 심지어 그럴 필요가 없다고까지 말했다. 그는 자신의 후각이 항상 믿을 만하다며, 블룸이 공산주의자라는 냄새를 그냥 맡았다고 했다.
그녀의 남편에게 저지되고 숙녀에게 폭력을 행사하려 들지 말라는 주의를 들었다고 한다. 그랬다고 한다. 슈트로입레더는 곧이어 숙녀의 정의가 저렇게 독설을 퍼붓는 여자에게도 해당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면서 상황에 따라서는, 특히 비극적인 사건을 이야기하는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게 비쏘는 식으로 말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리고 그가 한 번만 더, 한 마디라도 재수 없는 말을 더 듣게 되면, 그때는ㅡ그래, 그때는 정말 다 끝장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랬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