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게슴츠레 뜨고 모니터를 바라본다. 그것도 모자라 달수를 꽉 움켜쥐듯 주무른다. 달수가 싫어한다. 이 인간이 미쳤나? 오랜만에 한 잔 거하게 걸쳤다. 오타없이 잘 쓰고 싶어서 정신을 똑바로 하고 잇다. 다시 보고 또 다시 본다.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철부지에 머무른 많은 사람들을 알고 잇다. 실생활에서가 아니라 알라딘을 통해서다. 난 그들에게 위안을 받는다. 서로 같이 파멸하자는 취지로 그들에게 나를 의탁한다. 내가 살아있다면 그게 전부다. 난 오늘 진안 마이산을 다녀왔고 처음으로 화성을 봤다. 달과 수성 사이에 화성이 있었다. 진안 마이산은 왕복 많은 경비를 요구햇지만 잊을 수 없는 일을 남겼다. 십년도 더 된 지난 이야기가 있다. 난 그때도 젊었지만 지금은 더 젊다. 기억의 두께가 나를 데려가기를 원했지만 그런 건 없었다. 그냥 지금의 나를 바라 볼 무한정의 시간이 주어졌다. 엎드려 감사하지 않았지만 자꾸만 목이 꺽꺽  반대로 울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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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02 04: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02 11: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17-02-02 08: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때도 젊었지만 지금은 더 젊다.
---이거 너무 멋진 문장 아닙니까????^^

어제 동창 중 하나가 저세상으로 갔다는 소식을 접하고 좀 충격받았었어요.
교우관계가 좀 넓지 못한건지?기억력이 완전 바닥인지? 이름을 들어도 누구였는지 당최 기억이 잘 나질않아 당황스러웠지만 어쨌거나 동기의 죽음은 좀 충격이더군요.
갑자기 모든게 낯설고 좀 두렵고 확 늙어버린 듯한 요상한 감정에 휘둘렸었는데 컨디션님의 페이퍼가 제게 위안이 되는군요^^
오늘도 굿데이입니다!!!

컨디션 2017-02-02 11:58   좋아요 2 | URL
가장 하지 말아야 할 것 중의 하나가 저한테는 이런 음주 페이펀데..ㅠㅠ 어제 또 일을 냈군요. 흑흑..

책읽는나무님 동창 분이면 정말정말 젊은 나이인데, 아까운 생명 하나가 저물었네요. 듣는 저에게도 충격이 큽니다..

지금은 더 젊다.. 라고 제가 정말 썼군요.ㅠㅠ 비유가 지나쳐서 망발에 가까운 말을 했네요. 아 제가 많이 맛이 가긴 갔던 모양이네요. 술 먹고 쓰느라 저의 진실과는 거리가 먼 충동적 문장이긴 합니다만, 책나무님 알게 모르게 위안이 되셨다니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날씨가 좋습니다. 뭐든 해내기에 좋은 날인 것 같아요. 네, 힘을 내자구요 !!

서니데이 2017-02-02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십년도 더 된 이야기가 있다. 난 그때도 젊었지만 지금은 더 젊다.
--- 이 부분 저도 진짜 마음에 들어요. ^^

컨디션 2017-02-03 09:45   좋아요 1 | URL
저의 망상과 자뻑에 동의(?)하시는 건가요^^
 
시민의 교양 (양장, 특별판) - 지금, 여기, 보통 사람들을 위한 현실 인문학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난 채사장이 끝가지 독신이길 바란다. 악담이 아니다. 세상을 위해, 우리 시대의 방황하는 영혼들을 위해 그가 할 수 있는 일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 책이 무슨 대단히 어마무시한 내용을 담고 있는 건 아니다. 여기 또 한명의 사랑스러운 천재가 있음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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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01-31 18: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민의 교양 제가 읽었던 것과는 표지가 달라요. 요즘 특별판으로 표지가 나오는 것들 많은가봐요.
컨디션님 좋은하루되세요.^^

컨디션 2017-02-01 00:30   좋아요 1 | URL
제가 읽은 게 특별판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는데 도서관 책이거든요. 도서관측에서 원 겉표지를 벗겨냈는지 지금 보이는 건 그냥 누런 겉장이예요. 삼베 느낌도 나구요.^^ 근데 2016. 6.3. 40쇄인 걸 보니 특별판 같기도 하고. 암튼 뭐 우야둥둥.ㅎㅎ 서니데이님도 굿잠 하시길요.
 

붙잡았다.


다음은 에밀리 블란트와 컨디션의 대화.


야, 너, 거기, 잠시만.

왜.. 왜..?


날 언제까지 이렇게 둘래?

뭐를?


다 알아. 너 나 쳐다볼 때마다 기분 나빠하는 거.

아...


어제는 놀랬지? 내가 악마는 프라다를 입네 마네 하는 영화에 나왔다는 거 알았을 때.

어, 좀 놀랬지. 그 코 풀던 맹한 여비서.


놀랄 만도 해. 그때 난 20대 초반의 신참이었고 주연으로 성장하기엔 지극히 평범한 얼굴인 거 인정.

그래서?


엣지 오브 투모로우에서 내가 드디어 정점을 찍기까지 어떤 세상을 통과해 왔는지 넌 모를 거야.

어, 완전히 모르진 않지. 음, 이를테면.. 성형?


.....(설마 동그랗게 눈을 치뜨고 양손 올리면서 으쓱 어깨짓을? 제발 좀 하지마..)

그렇구나..그럴 거야.


좋을대로 생각하셔. 성형은 배우에게 기본이야. 그게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어 왔는지 그걸 봐야 해.

그렇구만.. 뭐 그렇겠지.


그나저나 내 사진 언제까지 걸어둘 거야?

생각 중이야. 교체 타이밍 자꾸 놓치는데 나도 참 이해가 안돼.


왜 그래? 혹시 나 말고 마땅한 게 없어서 이러고 있는 거야?

그건 아니지.


그럼 왜 그러는데. 니 말마따나 세상에 여배우가 쎄고 쎘다면서 왜 그러고 있는데..?

그러니까 내 말이.


아, 몰라몰라. 나 갈래.

간다고?


너처럼 밍기적거리는 인간 딱 질색이야.

응, 잘가.



에밀리 블란트는 휙 나가버리고 컨디션 혼자 남는다. 컨디션의 얼굴에 슬몃 미소가 번진다.

무언가를 결심한 듯한 기분좋은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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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곡선이 지금 어느 정도로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지 잘 모르고 싶은 요즘, 아마도 이건 분명해 보인다. 수준급의 스트레스가 압도적 스케일로 점점 몸을 불려가는 와중에도 이렇게 조용히 엎드려 잠복해 있을 수 있다는 것. 바야흐로 독서에 집중하기 좋은 계절인가. 그러하다. 매우 그러하다. 겨울이라서 그렇기도 하지만 꼭 겨울이라서 그런 건 아니다. 독서를 방해하는 것들로 둘러싸여 있고 그들의 몸집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독서는 결코 내 인생의 돌파구가 될 수 없다. 아니 더 똑바로 말한다면, 돌파구 자체가 없다. 비상계단 정도는 있으려나 하지만 애초의 설계도를 보면 그런 건 있지도 않았다. 꼼짝없이 갇힌 것이다. 눈발이 날리고 있다. 아니 있었다. 눈발이 조금 나부끼길래 읽던 책을 덮었고 잡스런 상념이 흐르는 동안에 다시 밖을 내다 보니 희끗하던 것들이 사라지고 없다. 잠시 독서를 방해 받았고 잠깐의 선물이 허망하게 사라지는 걸 보았다. 이제 책을 읽어야겠다. 조용히 엎어져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에 감사를 바친다. 당장 죽는다 해도 억울해 할 이유를 잠시 잊게 만드는, 여실한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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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 그리고 심용환의 <단박에 한국사>를 이제 막, 십여 페이지를 읽었다.


우선 빌 브라이슨부터. 그의 말투는 '놀라울 정도로' 얄밉다. 너무 얄미워서 꽉 깨물어주고 싶다. 서문을 간신히 읽엇고 제 1장 우주의 출발을 몇 줄 읽었을 뿐인데 벌써부터 이러니 이 책을 다 읽을 때쯤이면 난 아마 야수로 변해있을 것이다. 머리는 헝클어지고 날카롭게 마모된 이빨에선 피같은 침이 줄줄.. 아무튼 빌 브라이슨의 뻥치는 솜씨는 '놀라울 정도로' 얄밉다. 언제부턴가(아니 처음부터?)SF를 견딜 수 없게 된 나로서는 이 두꺼워빠진 '과학교양서'를 역시 같은 이유로 못견디게 될까봐 두렵다. 존재 그 자체로서의 존중은 내 소관이 아니다. 내가 하든 말든 존재하니까 관심 밖이다. 하지만 이제부터 내가 해야 할 것은 그 존재방식을 인정하는 것이다. 인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책 역시 견딜 수 없게 될 것이다.  


다음, 심용환 이 양반. 처음엔 재미없었다. 대놓고 재미없는 출발이어서 실망을 크게 하고 나니 어떤 앙심이 생겼다. 그 앙심은, 왜 사람을 재미없게 하지? 조금 화가 났고 그 화가, 어디 봅시다 한번,으로 이어졌고 어느새 다음 페이지를 넘기면서 잊었던 앞부분을 다시 들춰보는 일이 생기면서 내가 왜 화를 냈지? 모르면 배우고 볼 일이지 왜 화부터 냈을까, 단순한 반성을 넘어 나란 인간이 궁금해졌다. 그 사소한 동력으로 지루함이 견뎌졌다. 지루함을 견디고 나니 살포시 만져지는 것이 있었다. 스폰지보다도 못한 숭숭 뚫린 근육이었다. 모든 시작이 이렇게 허접하다고 해도 난 어쨌든 시작을 한 것이다. 이제 남은 건 평정을 잃고 때려치우는 일만 남았다 하더라도, 난 어쨌든 휘슬에 의해 허겁지겁 출발은 한 것이다. 내 목에 호루라기를 매단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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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01-29 1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빌브라이슨 여행기도 재미있어요. 이 사람은 자료조사 진짜 많이 할 것 같더라구요.
컨디션님 좋은하루되세요.^^

컨디션 2017-01-29 22:03   좋아요 1 | URL
발칙한 시리즈 말씀하시는 거군요?^^ 이 책이야말로 자료조사 없이는 단 한줄도 불가능한 책이겠지요.
빌 브라이슨의 전형적인 미국식 유머가 재밌기도 하지만 전 어떨 땐 난더리 날 때가 있더라구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