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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 계단 - 나를 흔들어 키운 불편한 지식들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2016년 12월
평점 :
커튼을 열어제치고 조명을 찢은 후에 오르지 말아야 할 계단을 올라간다. 닫힌 문의 손잡이를 비틀자 아득한 수평선이 펼쳐졌다.
트루먼은 그 바다로 뛰어든다. 트루먼쇼는 그렇게 끝났지만, 트루먼의 진짜 쇼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채사장이 살아온 30여년(맞습니까?)의 인생, 아니 그의 지독한 탐독의 세계를 내가 온전히 이해했다면 당연히 거짓말이다. 그의 첫 책이 <죄와 벌>이었고 나 또한 그랬다는 것 말고는 내가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한 선이해와 선체험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 지대넓얉의 나름 애청자라는 사실을 붙잡고 늘어진 덕분에 뭔지 모르지만 끝까지 가슴이 두근거렸고 눈 먼 나를 이끌어주는 그 편안함에 모든 걸 맡길 수 있었다. 이 채사장이 대체 책에다 무슨 짓을 했을까, 어떤 환각제를 풀어놨길래 이토록 쉽게 책장이 넘어가는가, 의심해야 했지만 그럴 틈조차 주지 않는다. 하지만 오해하면 안된다. 난 절대로 이 책을 단숨에 읽지 못했다. 다른 것에 한눈 안팔고도 며칠이 걸렸다. 그의 주술이 단계적으로 점층적으로 나아가는 아름다움에 도취되어 오래도록 머무르고 싶었기 때문이다.
지난번에 이어 또 별다섯을 주자니 무슨 빠라도 된 듯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번에도 별다섯이다. 빌린 책인데다 워낙 신간이라 조심조심 넘겼다. 이 책을 읽을 수많은(!) 다른 분들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