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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소녀
다이 시지에 지음, 이원희 옮김 / 현대문학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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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쪽까지밖에 읽지 못했다. 미리보기 뷰어창의 마지막 페이지가 31쪽에서 끝나 있기 때문이다.

 

중국 문화대혁명 시대를 그린 소설이라면, 난 그와 관련해서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못했다. 더구나 중국의 역사에는 더더욱 문외한이다. 하지만 이 책은(고작 31쪽까지밖에 못읽었지만) 나로 하여금 뭐 어때, 하는 마음이 들도록 한다. 일단 그게 가장 마음에 든다. 특정한 어느 시대를 주요배경으로 하는 소설일 경우, 배경지식이 전무한 독자라 할지라도 행여 접근하는데 위화감을 안겨주는 소설이 아니라면, 적어도 그 소설은 훌륭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나(17세 소년) 라는 인물이 그보다 한 살 많은 형뻘 되는 친구 뤄(18세)와 함께 산간 오지 농촌(?)-산촌이겠지?- 마을에 일명 '재교육'을 받으러 가게 된 얘기가 초반에 나온다. 그리고 그곳에서 겪게 되는 일들이 앞으로 내가 읽게 될(물론 시간과 기회가 된다면) 페이지에 나오겠지. 기대가 사라지기 전에, 그리고 다른 일에 치여 이 책의 존재를 완전히 까먹기 전에 얼른 기회가 오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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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알라딘에 책을 주문하게 언제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한가 싶지만.. 대략 석 달은 된 거 같다. 이사 후 곧바로 며칠은 몸져눕는(?) 바람에 짐을 정리할 시간도 체력도 없었다지만 그래도 점차 제 위치를 찾은 다른 물건들과 달리 책은 아직 손도 못대고 있다. 꽂혀있는 걸 보고 있노라면 엉망 그 자체다. 누군가(물론 책에 관심이 있는 누군가가) 우리집 책장을 보게 되면 그 빈약함 뿐만 아니라 정돈되지 않은 뒤죽박죽의 상태에 놀라자빠질지도 모른다. 뭐 그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해버리면 그만인데 다른 건 몰라도 이상하게 책에 대해서 만큼은 '쉽게' 보이기가 싫다. 사람 우스워지는 건 한순간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남에게 '보이기 위한' 그러니까 어쩌면 책이란, 내 자존심의 속살같은 것으로 여기고 있다고 봐야할까.  

 

암튼 그렇다치고

 

책을 주문하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하다. 바야흐로 어떤 시즌에 이른 것이다. 그간 알라딘 회원으로서 제법 우수한 등급을 누려(?) 오다가 몇 달 전 홀라당 날려먹고 이제 다시 구매력을 다져야 할 그라운드 제로의 상태. 그야말로 묵은(이무기같은) 시즌을 견뎌낸 후의 새로운 시즌이 도래한 것이다. 그리하야, 사뭇, 무슨 책을 주문할까 고민하다가 결국 포기했다. 책은 아주 비밀스럽게, 그러니까 오직 나만 알도록 도착해야 하는데 그게 도무지 가당치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내 형편상 그렇다. 난 이제 읽고 싶은 책이 있어도 참아야 한다. 비참한가. 물론 비참하지 않다. 이딴 걸로 비참하면 그것이야말로 비참한 거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고안해낸 것이 있는데, 읽고 싶은(당장 사고 싶은) 책이 있다면, 메인에서 출판사 책소개를 읽느라 시간을 버릴 것이 아니라, 뷰어창을 통한 '스크린 독서'를 하면 되는 것이다. 물론 뷰어창에 눈곱만큼의 페이지도 공개하지 않는 책도 있다. 그런 책의 대부분은 아마도 어딘가 적법(?)하지 않은 꼼수를 부리고 있거나 독자에 대한 성의 부족이라고 본다. 그래서 일단 구미에 당기다가도 금방 포기하기가 쉬워진다. 그 정도도 오픈할 자신이 없다면 관두시오. 그래요 관둡시다. 이렇게 돌아서면 되니까. 그렇게 뷰어창을 통해 책의 앞부분(이삼십쪽 분량)을 읽다보면 아, 내가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나 역량, 하다못해 체력까지도 테스트가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어떤 책이 그야말로 하늘만큼 땅만큼 간절히 읽고 싶다면 먼저 이 과정을 밟아야 한다. 나로선 이게 상책이다. 산 책보다 더 멋진.

 

그래서

 

한번 해봤는데...

 

그렇게 간절히(?) 읽고자(?) 원했던(?) 책 마저도(!) 10쪽을 못넘기고 졸았다.

병든 닭인가.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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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루종일 집에 있었고 그는 하루종일 밖에 있었다.
나는 오늘 꼭 해야 할 일 중에 (아니, 하기로 한 일 중에) 단 한가지도 하지 않았다.  
다만, 하지 않아도 될(아니, 하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던) 일을 했다. 근데 생각해보면 그건 일이랄 것도 없는, 말하자면 보잘 것 없는, 즉, 나를 위한 일이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어느덧 저녁이 되자 하루종일 밖에 있었던 그와 함께 저녁을 함께할 시간이 되었다. 저녁은 생각보다 일찍 왔다. 춘분과 하지 사이의 시절을 감안하더라도 저녁은 빨리 왔다. 나의 마음이 온전하게 받아들인 체감의 결과라 해도 난 항변할 의지가 없다. 맞는 말이니까. 

막걸리를 사들고온 그는 오자마다 옷을 벗었다. 골이 패인 마른 엉덩이. 얼핏 듬직한 심볼. 난, 이때다 싶을만큼의 수위로  슬몃 나긋한 미소를 지어봤지만 그의 두 다리는 이미 나른하게 풀려있어서 얼른 다른 일을 찾아야 했다. 아 배고프겠구나. 너무나 당연한 욕망. 하루종일 안락하게 집에 머문 대가를 달게 받겠다는 자세로 분주하게 그릇을 달그락거리는 일은 의외로 전투력을 자극했다. 당신이 샤워하는 동안 저는 밥과 술을 대령하겠나이다.. 뭐 이런 투.

막걸리를 마시는 동안 그가 팟빵을 켰다. 잠시 귀를 기울이던 우리는 이내 입을 열었고, 얼마 지나지도 않아 더이상 경청하지 못하게 되었다. 방송은 뒷전이 되었고 곧바로 대화가 시작되었다. 그러다가, 정치인은 시정잡배 같다는 내 말이 빌미가 되었고, 그가 말하기를, 그건 잘못된 생각, 아니 태도다, 그런 식의 상투적 발언은 아무에게도 도움이 안된다, 아니 오히려 보수 기득권 세력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결과만 만들 뿐이라고 했다. 그야말로 성토를 했다. 요즘 그는 자주 이런다. 나는 이런 그의 술버릇이 계속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그는 요즘 더이상 술주정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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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정해놓고 글을 쓰는 어느 님을 본받는 마음으로..

 

그러니까 딱 10분간 쓰고 나가자. 왜냐면 자야하니까.

 

오늘은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와 책도둑을 조금 읽었다. 아주 조금.

 

책을 읽는 일이 어느날의 즐거움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정말 행복한 사람이다.

 

난 그런 류의 행복으로부터 멀어지게 될 운명(까진 아니고) 그냥 처지로 인생이 처지게 되는 나날을 경험하고 있다.

 

이런 경험의 뚱딴지 같은 자각에 대해 날벼락과도 같은 축복이라고 해두면 어떨까.

 

아무튼 오늘 몇 페이지의 책을 읽을 수 있어서.. 있었는데..

 

그리고 그 와중에 잠깐 잠깐 무기력하게 졸았다는 사실이 차마 부끄럽지만..

 

이젠 부끄럽지 않다.

 

아니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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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5-04-15 0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

컨디션 2015-04-17 03:07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hnine님 ^^
우리 서로 익히 알고 있는 사이인듯 아닌듯 애매하게..ㅎㅎ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0
파트릭 모디아노 지음, 김화영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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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내어 읽기엔 밤이 너무 깊었고 누군가 깰까봐, 미친 거 아냐 그럴까봐 조용히 속으로 읽어야겠다.

며칠이 걸릴지 모르겠다. 지겨운 일일수록 빨리 끝내는 연습을 하자. 그러기엔 이 책이 딱이다. 몇 페이지 아니 몇 줄 못읽고 잠이 드는 한이 있더라도 이 책을 읽어야겠다. 잠이 오지 않는 좀처럼 조용한 밤이다. 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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