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 그리고 심용환의 <단박에 한국사>를 이제 막, 십여 페이지를 읽었다.


우선 빌 브라이슨부터. 그의 말투는 '놀라울 정도로' 얄밉다. 너무 얄미워서 꽉 깨물어주고 싶다. 서문을 간신히 읽엇고 제 1장 우주의 출발을 몇 줄 읽었을 뿐인데 벌써부터 이러니 이 책을 다 읽을 때쯤이면 난 아마 야수로 변해있을 것이다. 머리는 헝클어지고 날카롭게 마모된 이빨에선 피같은 침이 줄줄.. 아무튼 빌 브라이슨의 뻥치는 솜씨는 '놀라울 정도로' 얄밉다. 언제부턴가(아니 처음부터?)SF를 견딜 수 없게 된 나로서는 이 두꺼워빠진 '과학교양서'를 역시 같은 이유로 못견디게 될까봐 두렵다. 존재 그 자체로서의 존중은 내 소관이 아니다. 내가 하든 말든 존재하니까 관심 밖이다. 하지만 이제부터 내가 해야 할 것은 그 존재방식을 인정하는 것이다. 인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책 역시 견딜 수 없게 될 것이다.  


다음, 심용환 이 양반. 처음엔 재미없었다. 대놓고 재미없는 출발이어서 실망을 크게 하고 나니 어떤 앙심이 생겼다. 그 앙심은, 왜 사람을 재미없게 하지? 조금 화가 났고 그 화가, 어디 봅시다 한번,으로 이어졌고 어느새 다음 페이지를 넘기면서 잊었던 앞부분을 다시 들춰보는 일이 생기면서 내가 왜 화를 냈지? 모르면 배우고 볼 일이지 왜 화부터 냈을까, 단순한 반성을 넘어 나란 인간이 궁금해졌다. 그 사소한 동력으로 지루함이 견뎌졌다. 지루함을 견디고 나니 살포시 만져지는 것이 있었다. 스폰지보다도 못한 숭숭 뚫린 근육이었다. 모든 시작이 이렇게 허접하다고 해도 난 어쨌든 시작을 한 것이다. 이제 남은 건 평정을 잃고 때려치우는 일만 남았다 하더라도, 난 어쨌든 휘슬에 의해 허겁지겁 출발은 한 것이다. 내 목에 호루라기를 매단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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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01-29 1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빌브라이슨 여행기도 재미있어요. 이 사람은 자료조사 진짜 많이 할 것 같더라구요.
컨디션님 좋은하루되세요.^^

컨디션 2017-01-29 22:03   좋아요 1 | URL
발칙한 시리즈 말씀하시는 거군요?^^ 이 책이야말로 자료조사 없이는 단 한줄도 불가능한 책이겠지요.
빌 브라이슨의 전형적인 미국식 유머가 재밌기도 하지만 전 어떨 땐 난더리 날 때가 있더라구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