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물정의 사회학>의 서문을 읽다가 기분이 확 나빠져서 집어던졌던 적이 있다. 그후로 오랫동안 책장에 버려두고 있다가 어제는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아 알겠다) 이 책을 꺼내들었다. 기본적으로 문장은 볼 만한데 내가 중요시하는 그 태도가 가열차지 못하다는 걸 다시금 확인하고는 있지만 읽을만한 책임을 말하기 위해 바쁜 와중에도 이 글을 쓴다. 수긍할만해서 하다가도 아주 사소한 지점에서 반드시 실망하고 마는 나를 만나기에 좋은 책이다. 저자가 나를 실망시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저자에게 실망하고야 마는 것이다. 하지만 도움이 된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는 과정에 극도로 몰린 요즘에 무척 도움이 되는 책이다. 


저는 세상물정을 몰라요,라고 입버릇처럼 말하기 시작했던 때가 세상물정을 모르면 안되는 나이부터 본격적으로 그랬던 걸 보면 그 원인제공자는 아마도 나의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었을 공산이 크다. 그렇지 않고서는 그럴만한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아, 잘 모르는 사람일수도 있겠구나) 이렇게 살아오면서 누적된 경험이 방어기제가 되어 나를 이런 식으로 비겁하게 작동시켰던 것이다. 


얼마나 걸릴 지 모르겠지만 이 책을 다 읽고 짧은 100자평이라도 올리게 되는 날이면 기념으로 동네사람 불러다 술판이나 벌여볼까. 저 이제 이만큼 알아요. 세상물정 이렇다는 거 이만큼 알아요. 미친 척 하고 현수막도 하나 걸까?ㅎㅎ


" 자축합니다. 제가 세상물정을 알게 되었습니다. 모두 오셔서 축하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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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7-02-15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저도 세상물정 모르고 산다고 지인들이나,울 신랑이나 늘 입에 달고 있는데 저도 읽어야 하나?망설여지는 책이로군요^^

컨디션 2017-02-16 11:40   좋아요 1 | URL
아래 유레카님 댓글에 비추어 봐도 그렇고, 제가(또는 우리가) 세상물정 모른다고 할 때의 그 세상은 이 책에서 말하는 것과는 사실 차이가 있는듯요.^^ 저도 남편이 저한테 그런 소릴 아주아주많이 하는 편인데 주로 어떨때인가 생각해보니....으..차마 입밖에 내기가...ㅎㅎㅎ

어쨌든 이 책, 세상‘물정‘까진 몰라도 지금 여기 세속적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잣대와 지평을 넓혀주는 계기는 될 거 같아요. 기회가 오면 그때는 망설이지 마세요.^^

yureka01 2017-02-16 0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통 약삭 빠르게 눈치도 빠른 ..즉 기회주의적일 경우에서 세상물정 안다고 하더군요.....좀 눈감하고 지긋하고 원칙이나 따지는 그런 사람은 융통성 적고 눈치없고,세상물정 모른다고 할 거 같아서요...

컨디션 2017-02-16 11:43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어찌 보면 처세에 능한가 그러잖은가의 문제일 수도 있구요. 이러니 세상물정에 밝으려면 온갖 금융기술과 스펙 재테크 자기계발서 등등에 목숨 걸고 덤벼야 그나마 세상물정 좀 안다는 축에 끼겠지요...

appletreeje 2017-02-16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만 보노라니, 뜬금없이 김소월의 詩로 만든 송골매의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가 생각나네요.
새삼, 배철수의 음악캠프 20주년을 맞아 좋은 뮤지션들이 참여한 동영상을 찾아 듣는 밤입니다~
‘고락에 겨운 내 입술로 모든 얘길 할 수도 있지만,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컨디션님, 좋은 밤 되세욤~!^^


컨디션 2017-02-16 11:47   좋아요 0 | URL
아, 그게 김소월의 시였군요? 배철수 음악캠프 20주년 동영상 저도 한번 찾아서 들어봐야겠습니다. 저 대목(고락에 겨운 내 입술로~) 보고 있자니 소리내어 노래하고 싶네요. 지금 아무도 없다면 당장 말이죠! ㅎㅎ

트리제님도 좋은 하루~~^^
 
오디션에서 살아남기 - TV 드라마 연기 & 화술
오순한.김용수 지음 / 미래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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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카메라 연기 사이즈(64쪽)


<연극배우들이 TV드라마에 적응하지 못하는 결정적인 이유가 바로 TV드라마 연기의 '경제성'을 파악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국내 연극배우들은 '사이즈를 줄이지 못해서' 연극에서 영화로, 혹은 TV드라마로 쉽게 넘나들지 못한다. 다시 말해 카메라 연기로 응축해내지 못한다. TV드라마 연기를 바스트 연기라고 하는데 이 바스트 연기로 응축시킬 줄 알아야 한다. 즉, 연기를 일상에 가까운 TV드리마 톤으로 줄이지를 목하기 때문이다. 자존심에 흠집은 나겠지만 그래도 받아들여야 한다.

목소리(발성) 문제도 그렇다. TV카메라 문법에 맞게 목소리 톤이나 볼륨을 조절하지 못해서 실패한다. 소리를 던져야 할 실제 거리는 샷(shot)의 크기에 의해 좌우된다. 마이크가 있는 거리만큼 상대가 떨어져 있다고 생각하고 목소리를 조절하면 샷의 거리에 맞는다고 보면 된다. 단, 꼭 기억해야 할 서ㅏ실은 실제 볼륨은 줄일지라도 에너지는 그대로 응축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74쪽부터 109쪽까지 2부의 2장이 이어지는데, 그 목차는 다음과 같다.


1. 준비된 상태를 위해 

2. 작가처럼 상상하라

3. 진짜 감정을 기다려라

4. 초조해하는 것은 죄다

5. 타자성을 이해하고 인정하라

6. 말하기는 '듣기'에서부터 시작한다

7. '문장쪼개기'를 터득하라


목차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지 않는가. 내용이 궁금해서 좀이 쑤시는 기분이 느껴지지 않는가.

일부만이라도(당연한 소릴!) 옮겨적고 싶지만 지금 내가 그럴만큼 한가하지가 않다. 


나는 사실 연극배우이(였)고 이제 곧 다가올 TV드라마의 오디션에 임하고자 한다. 놀랄 것이다. 이게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하기도 전에 지금 벌써부터 손발이 벌벌 떨릴 것이다. 사기를 쳐도 유분수지, 경악을 넘어선 분노가 치솟을 것이다. 아드레날린(맞나?) 폭발! 하지만 이 모두가 사실이라는 것. 어쩔 수 없는 사실이 여기에 있다는 것. 


나는 이제부터 사기치는 법을 배우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선 준비가 되어야 하고, 작가처럼 상상해야 하고, 진짜 감정을 기다릴 것이며, 초조해하지 않을 것이며, 타자성을 이해하고 또 인정할 것이며, 말하기를 위한 듣기에 충실할 것이며, 문장을 쪼갤 것임을, 선서한다. 아니 선서 이전에 선사다. 내가 나에게 줄 수 있는 최대의 선사다. 빅뱅 이후의 또 하나의 빅뱅이 기다리고 있다. 이 선언은 예고편에 불과하다. 본편은 아직 시작도 안했다. 시작을 안했으니 먼 길이 보장되어 있다. 아주 먼 길이다. 이 사기행각의 본격적인 여정을 알리는 출정식이 이렇게 시작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제 와서(이왕 이렇게 된 마당이니) 고백어린(?) 폭로를 또 하자면, 나에게는 몰랐다는 것 외엔 진실은 그 어디에도 없다.    



223쪽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갑작스런 한가함이 파리처럼 살풋 날아들어서 뭔가를 만회하는(속죄) 마음으로 옮겨 적는다.  


눈에 감정을 담는 기술(223쪽)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특별한 기술인데, 상대 혹은 대상을 그대로 보는 법이다. 보이는 척하지 않고, 투명하게 정직하게 보는 것이다. 투명하고 정직하게 자신을 드러낼 수 있다. 눈으로 불안감을 표현할 수도 있고, 눈으로 긴장감을 표현할 수도 있다. 실제로 얼굴 대 얼굴을 마주하고 설명하면 쉽게 터득할 수 있는 어렵지 않은 기술인데 글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내 이야기를 참고로 해서 명작영화의 명배우들의 눈 연기를 보고 스스로 배우고 알아내야 한다. 

눈물을 잘 흘리는 것이 좋은 능력이기는 하지만 너무 과해도 안된다. 눈물을 흘려야 하는 장면에서 감정에 몰입한답시고 거짓 상상을 억지로 하면 결국 시선이 내면으로 향한다. 시선이 자기 안으로 들어갈 경우 눈 연기의 생생함을 잃는다. 슬픈 감정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우는 것에만 너무 의존해도 눈 연기의 생생함을 놓친다. 

TV드라마를 보면서 배우들 눈을 집중해서 확인해보라. 연기를 잘하는 배우의 눈은 상대를 향하고 있는 것이 명확하게 보인다. 연기에 자신이 없는, 혹은 노력하지 않고 끼로 해결하려고 하는 배우들의 시선은 자신의 내면으로 향해 있음이 그대로 드러난다. 마치 필로폰을 맞은 사람의 시선처럼 느껴진다. 정말 큰 문제는 배우 스스로 그것을 연기를 잘한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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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13 13: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13 13: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열한 계단 - 나를 흔들어 키운 불편한 지식들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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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튼을 열어제치고 조명을 찢은 후에 오르지 말아야 할 계단을 올라간다. 닫힌 문의 손잡이를 비틀자 아득한 수평선이 펼쳐졌다.

트루먼은 그 바다로 뛰어든다. 트루먼쇼는 그렇게 끝났지만, 트루먼의 진짜 쇼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채사장이 살아온 30여년(맞습니까?)의 인생, 아니 그의 지독한 탐독의 세계를 내가 온전히 이해했다면 당연히 거짓말이다. 그의 첫 책이 <죄와 벌>이었고 나 또한 그랬다는 것 말고는 내가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한 선이해와 선체험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 지대넓얉의 나름 애청자라는 사실을 붙잡고 늘어진 덕분에 뭔지 모르지만 끝까지 가슴이 두근거렸고 눈 먼 나를 이끌어주는 그 편안함에 모든 걸 맡길 수 있었다. 이 채사장이 대체 책에다 무슨 짓을 했을까, 어떤 환각제를 풀어놨길래 이토록 쉽게 책장이 넘어가는가, 의심해야 했지만 그럴 틈조차 주지 않는다. 하지만 오해하면 안된다. 난 절대로 이 책을 단숨에 읽지 못했다. 다른 것에 한눈 안팔고도 며칠이 걸렸다. 그의 주술이 단계적으로 점층적으로 나아가는 아름다움에 도취되어 오래도록 머무르고 싶었기 때문이다.


지난번에 이어 또 별다섯을 주자니 무슨 빠라도 된 듯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번에도 별다섯이다. 빌린 책인데다 워낙 신간이라 조심조심 넘겼다. 이 책을 읽을 수많은(!) 다른 분들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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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10 16: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컨디션 2017-02-11 01:35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130만 독자라니! 앞으로 이런 책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봐요. 읽기 쉽다고 해서 그 무게가 가벼워지는 건 아니라는 걸 이젠 독자들이 알아보는 시대가 온 듯요.^^

서니데이 2017-02-10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컨디션님 내일 대보름이예요. 저녁 맛있게 드세요.^^

컨디션 2017-02-11 01:36   좋아요 1 | URL
네, 서니데이님도 대보름 둥근달 잘 맞이하시길요. 밤이 깊었으니 잘 주무시구요. ^^
 
스쿠터로 꿈꾸는 자유 - 국내여행 편 - 스쿠터 여행가 임태훈의 무모한 여행기
임태훈 글.사진 / 대원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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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CT100이다. 한겨울에 떠나는 국내 스쿠터 여행이다.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게 사진이라고는 하지만 세상에 내놓는 여행기가 이렇게 온통 주관적 사진들로 채워져도 되는지, 이토록 주관적으로 나아가는 코멘트의 질과 방향을 한 점 의심없이 확고하게 주관적으로 나아가도 되는지, 그리하여 그런 게 어떤 것인지 잘 보여주겠다는 의지의 산물이 분명하다. 애마인 건 알겠지만 CT100에 대한 과한 애정으로인해 중첩된 샷이 너무 많아 가히 바이크 카달로그라고 불러도 저자에게 미안해할 이유가 없을 것 같다.

 

으아, 스쿠터 스쿠터 스쿠터.... 스쿠터 스쿠터 스쿠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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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05 01: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05 02: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계는 넓고, 스쿠터는 발악한다
임태훈 지음 / 대원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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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쿠터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를 대라면 A4 10장은 채울 수 있다. 그 중에서도 결정적 이유가 있다면, 이민정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아니 김민정 때문일 수도 있겠다. 인류의 문명 중에 가장 확기적 견인차가 된 바퀴에 대한 관심은 정작 없다. 굴렁쇠를 굴려봤는데 그 속도를 따라갈 수 없었던 기억이 너무 비굴하게 남아있어서 그 후로 바퀴에 대한 관심은 끊어버렸다.  

 

스쿠터의 용량을 사랑한다. 타 본 적 없지만 그 소음 또한 사랑한다. 진동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서 말이 필요없겠지만, 난 오토바이의 승차감에서 진동이 차지하는 부분이 어느 정도인지 일찌감치, 그것도 딱 한번 경험했기 때문에 그 기억을 잊을 수가 없다. 남자(외삼촌)의 등에 붙어서 옷을 움켜잡아야만 했던 막대한 생존본능과 처음 느껴보는 야릇한 진동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스쿠터로 유라시아 횡단을 감행한 스물셋의 젊음 앞에 난 절대로 경의를 표하고 싶지 않다. 이 책은 그걸 용납하지 않는다. 그만큼 소박하고 겸손하다. 임태훈의 언어습득능력(영어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중국어 능력자)과 자칭 살인미소와 건장한 체구와 두둑한 배짱이 '나에겐 없지만'(써놓고도 우습네) 다른 거 다 떠나서 스쿠터는 가능하지 않겠냐는 무지막지한 전망을 점쳐본다. 조심스레 점쳐볼려고 했는데, 조심스럽고 자시고 하다간 인생 종칠 게 분명하다. 인생 길지 않다는 생각을 요즘 부쩍 하게 된다. 이와 더불어 제발 길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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