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물정의 사회학>의 서문을 읽다가 기분이 확 나빠져서 집어던졌던 적이 있다. 그후로 오랫동안 책장에 버려두고 있다가 어제는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아 알겠다) 이 책을 꺼내들었다. 기본적으로 문장은 볼 만한데 내가 중요시하는 그 태도가 가열차지 못하다는 걸 다시금 확인하고는 있지만 읽을만한 책임을 말하기 위해 바쁜 와중에도 이 글을 쓴다. 수긍할만해서 하다가도 아주 사소한 지점에서 반드시 실망하고 마는 나를 만나기에 좋은 책이다. 저자가 나를 실망시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저자에게 실망하고야 마는 것이다. 하지만 도움이 된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는 과정에 극도로 몰린 요즘에 무척 도움이 되는 책이다.
저는 세상물정을 몰라요,라고 입버릇처럼 말하기 시작했던 때가 세상물정을 모르면 안되는 나이부터 본격적으로 그랬던 걸 보면 그 원인제공자는 아마도 나의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었을 공산이 크다. 그렇지 않고서는 그럴만한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아, 잘 모르는 사람일수도 있겠구나) 이렇게 살아오면서 누적된 경험이 방어기제가 되어 나를 이런 식으로 비겁하게 작동시켰던 것이다.
얼마나 걸릴 지 모르겠지만 이 책을 다 읽고 짧은 100자평이라도 올리게 되는 날이면 기념으로 동네사람 불러다 술판이나 벌여볼까. 저 이제 이만큼 알아요. 세상물정 이렇다는 거 이만큼 알아요. 미친 척 하고 현수막도 하나 걸까?ㅎㅎ
" 자축합니다. 제가 세상물정을 알게 되었습니다. 모두 오셔서 축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