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즈의 새로운 모험속으로

셜록 홈즈 : 실크 하우스의 비밀 ㅣ 앤터니 호로비츠 셜록 홈즈
앤터니 호로비츠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1년 12월

매우 최근에 나온 따끈따끈한 홈즈의 모험, 호로위츠라는 작가에 의해 새로이 쓰여진 이 책은, 출판사의 설명에 의하면, 홈즈를 다룬 비-코난 도일 경의 소설로는 처음으로 공식적인 재단으로부터 인증을 받았다고 하며, 작가역시 상당한 내공과 인지도를 쌓았다고 한다.  진위여부는 직접 찾아보지는 않아 확인할 수는 없지만, 일단, 홈즈의 모험을 더 접할 수 있다는 것, 홈즈와 왓슨을 다시 볼 수 있다는 것으로도, 비록 원 작품외의 다른 경로이긴 하지만, 이 책을 읽을 이유가 있다.

현대적인 관점에서 보면 홈즈소설은 완벽한 추리와 논리를 제공하지 않는다.  상당부분 홈즈의 예리한 관찰력으로 추론한 것으로 나오는 단서와 실마리 역시 빅토리아 시대보다 훨씬 더 때가 묻고 간사해진 우리의 눈으로 볼 때, 어거지에 가까울 때도 있다.  하.지.만.  홈즈 아닌가...오히려 난 치밀한 후대의 추리소설들보다 이렇게 풋풋한 과거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책이 좋다.  더구나 나의 이상향인 19세기말 런던의 젠틀맨이면 더더욱 좋다.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 왓슨의 이 후기는 100년 후에 공개되게 되는데, 그 시기는 바로 지금이다.  홈즈가 낭패를 보기도 하고 사건이 원작자의 작품보다 더 꼬여있는데, 그건 어쩔 수 없는 21세기의 냄새인 것이 아닐까?  그렇게 볼때, 상당히 재미있음에도 불구하고 originality라는 면에서는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주제가 되는 범죄 역시 그 시대보다는 우리 시대의 테마에 더 가깝게 느껴지기까지 하기에 이런 부분은 원작보다 더 복잡한 추리체계와 fact pattern을 갖춤과 더불어 앞서 읽은 미공개 사건집에 비해서 조금 더 마음을 푹 젖게 하지는 못한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홈즈와 왓슨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도록 하자.  그냥 셜록 홈즈라는 이름 그 자체로도 이 책은 충분이 팬을 설레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거장과 후손에 의한 미공개 사건의 재구성

셜록 홈즈 미공개 사건집
에이드리언 코난 도일.존 딕슨 카 지음, 권일영 옮김 / 북스피어 / 2008년 11월

셜록 홈즈 전집을 보면 중간중간에 홈즈나 왓슨의 말로 어떤 사건에 관여한적이 있다거나, 관여하고 있다는 말로 한번씩 언급되는, 그러나 스토리로 만들어지지는 않은 자질구레한 케이스들이 나온다.  이 책에서는 후세의 거장인 존 딕슨 카와 코난 도일경의 후손인 에이드리언 도일이 각각 6-7편 가량씩의 이 '미공개'된 사건들, 즉 언급만 되었던 사건들을 최대한 코난 도일의 기법과 빅토리아 시대를 반영하여 구성한 단편 모음집이다.  셜록키언이 아니라도 홈즈 스타일의 고전적인 추리소설 - 후기의 작품들에 비하면 매우 단순하고 논리도 약하지만 - 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더 많은 홈즈의 케이스 파일을 읽고 싶을 것이다.  그렇다면 주저하지 말고 구입하여 읽어보는 것이 좋겠다. 

이 책을 펼쳐들면서, 물론 원작의 재미를 기대할 수 는 없었지만, 나름대로 최대한 원 케이스에 가까운 논리와 어투로 사건을 구성하였기에 상당히 맛나게, 그리고 매우 오래간만에 다시 이 세계, 홈즈가 베이커가에서 살던, 이 시대로 들어올 수 있었다.  예전 홈즈 시리즈 리뷰에도 언급한 바 있지만, 이 시대는, 만약 전생이라는 것이 있다면, 한번쯤은 나의 전생의 무대가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할만큼 나에게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그리워지는 era이기 때문이다. 

복잡하지 않은 토막극들로 구성된 이 책을 읽고나면 홈즈 전집에서 언급되었던 side case들에 대한 뒷 이야기들을 알게 될 것이다.  그것이 비록 코난 도일경의 원 작품이 아니라 할지라도 상관없을 만큼, 이 단편들은 나름대로의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다빈치 코드로 유명해진 티가 난다

디지털 포트리스 1
댄 브라운 지음, 이창식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5년 6월

다빈치 코드가 한창 주가를 올릴 때 댄 브라운의 처녁작이 번역된 것인지, 아니면 원래 번역되어 있었는데 다시 찍혀나온 것인지는 모르겠다.  다빈치 코드처럼 음모와 신화/전설의 테마가 아니고, 미국의 National Security Agency의 감청과 조작 노력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당시만 해도 흥미를 유발했을 이를 둘러싼 해커, 사기업, NSA의 내부인사들의 스토리가 나름 지금까지도 재미를 준다. 

크고 복잡한 추리는 별로 없고, 중반정도면 대략 작가의 twist를 눈치 챌 수도 있다.  한가지 재밌다고 생각한 것은 주인공의 남친인 언어학 교수 캐릭터의 사용인데, 이때부터도 댄 브라운의 '교수'사랑을 볼 수 있구나 싶었다.  마치 인디애나 존스의 주인공처럼, 천사와 악마-다빈치 코드의 주인공도 그러하지 않은가. 

적당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면 한번정도 읽는 것도 ok.  또한 댄 브라운의 팬이라면 더더욱 구하여 소장하는 것도 좋겠다.

시작은 미약하나...

장정일의 독서일기 ㅣ 범우 한국 문예 신서 79
장정일 지음 / 범우사 / 1994년 11월

일전의 리뷰들을 보면 알겠지만, 내가 장정일의 독서후기를 본 것은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이 시작이었다.  그 인연으로 빌-산-버 2권, 그리고 독서일기 6권과 7권을 구하여 읽게 되었고, 지금은 이미 절판 또는 품절된 이전의 1-5권까지를 구하려고 노력중이었다.  최근 기쁘게도 중고이지만 독서일기 1-3권까지를 구할 수 있어, 먼저 가장 처음의 독서일기인 1993.1 - 1994.10의 이야기들을 읽어보았다.

워낙 다량의 독서와 비평인지라, 어떤 한 부위를 콕 찍어서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 첫번째 독서일기를 읽고 내가 느낀 점은 장정일의 글쓰기조차도, 즉 전업작가의 글쓰기, 더구나 소설이나 시가 아닌, 리뷰 또한, 끊임없이 발전 또는 퇴보한다는 것인데, 바꾸어 이야기하면 나같은 일반인도 꾸준히 쓰다보면, 더 나은 글을 쓸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  최근의 리뷰들에 비하면 (물론 매우 잘 쓴 글이지만), 이 첫 독서일기의 글빨이나 기타 내용은 조금 약하다.  그러므로 지난 20여년간 장정일도, 그의 글도 나이를 먹고, 진화한것. 

다른 한 가지는, 그의 관점인데, 장정일이라는 작가는, 문인들의 정치화를 매우 싫어하는 것 같다.  단지 문인 뿐 아니라, 그는 우리가 무엇을 하던, 그것이 종국에는 정치놀음으로 이어지는 것은 우리가 우리답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한국 근-현대사의 특수성일지도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우린 이런 경우를 많이 보아오지 않았는가.  물론 요즘의 추세는 모든 직업군 종사자들의 재벌지향이겠지만 말이다. 

또한 다른 generic한 이런 류의 책들보다 눈에 띄는 것은 가차없은 비판인데, 그의 경우 특이하게도 많은 사람들이 문제작 또는 명작으로 보는 일부 작품들이 이 비판에 포함되어 있다.

초기의 리뷰답게(?) 어떤 글들은 지루했고, 이유없이 또는 두서없이 난해했다고 판단된다.  하지만, 그의 다른 소설/시들과 함께 모두 읽어볼 가치가 있다.

추측하건데, 그의 minority적인 관점은 그의 종교/인간적 배경에 있지 않나 싶다.  아.  그는 불필요한 외래어 남용, 국어오류 등을 끔찍히 싫어하는 것 같다.  그런 장정일이 만약 이 후기를 본다면  쌍욕을 할런지도.

사진속의 쓸쓸해 보이는 얼굴의 소녀

덕혜옹주 - 조선의 마지막 황녀
권비영 지음 / 다산책방 / 2009년 12월

덕혜옹주는 조선의 마지막 옹주이다.  고종황제의 마지막 딸인 그녀의 기구한 운명은 어쩌면 태어나는 순간부터 이미 예정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녀가 태어났을 때 이미 국운은 돌이킬 수 없을 만큼 기울어 있었으니까 말이다.  이 책.  겉포장을 보면 일종의 '라이트 노벨' 같았다.  내용을 보면, 덕혜옹주를 다루었다는 것과 소설화에 있어 어느정도 괜찮은 점수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굳이 점수라는 것을 매길때 그렇다는 말이다.

첫장을 넘기면 나오는 거의 유일하게 남아있다는 옹주의 어릴 때 사진.  그 사진속의 소녀는 선명한 쌍거풀의 눈으로 작은 입술을 앙다문체 카메라를 쳐다보고 있다.  일본옷을 입은 것으로 보아 도쿄로 볼모로 끌려가 학습원을 다니던 무렵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녀의 '나는 낙선재에서 오래오래 살고 싶어요.  전하, 비전하 보고 싶습니다. 대한민국 우리나라'라는 말에서 깊은 망국의 한과 육친의 그리움을 느낀다.  곱고 총기어린 인물에 고종황제가 말년에 낳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았을 여식이었으니, 시대를 조금만 잘 만났어도 좋은 배필을 만나 부귀영화를 누렸을 터.  조선왕실이나 대한제국 황실에 대해 큰 연민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가슴이 시릴 것이다.

예전에 조선왕조를 다룬 다른 책에서 덕혜옹주에 대한 이야기를 얼핏 본 기억이 나는데, 이 책에서도 나왔듯이 강제로 일본으로 보내져서 일본식 교육을 받고 일본인 남편과 맺어졌으며, 고국에 대한 그리움과 한으로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긴채 오랫동안 잊혀졌다가 (특히 조선의 왕자로 행세했던, 대한제국 황실의 보권을 두려워했던 이승만에 의해) 말년에 겨우 한국으로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작가는 이런 역사의 fact와 기록, 그리고 일본인 혼마 야스코가 쓴 "덕혜희-이씨 조선 최후의 왕녀를 바탕으로 이 소설화를 완성했다고 한다.  비록 깊은 글맛을 볼 수는 없지만, 좋은 책이라고 생각된다.  난 사진속의 그 소녀의 모습에 반한 것인지도...

끝으로 여담이지만, 혼란한 요즘의 정국, 망국적인 나라 팔아먹기와 폭압적인 국민 입막기, 그리고 행정관료들의 매국행위까지 겹친, 미-중-일-러에 둘러쌓여 국토분단이 영구화되어가는 것 같은 지금, 구한말, 대한제국시절이 생각난다.  지금이나 그제나 이씨...그러나 나라가 넘어가면 그전의 이씨와는 다르게 매우 좋아할 것 같은 지금의 이씨...아...시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