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라고 감히 쓸 수 있을까? 조희봉님은 나에게 '전작주의'라는 것을, 아니 정확하게는, 내가 (또는 많은 사람들이 이미 하고 있었을) 특정 작가읽기를 '전작주의'라는 표현으로 define한 사람이다. 이전까지 이런 말이 있다는 것도 몰랐고, 나의 행위에 대한 defining 또한 할 수 없었었다.

 

 

내 전작주의의 시작은 누구부터였나 돌이켜보니 - 중간 중간에 다른 답을 쓴 기억도 있지만 - 중국의 무협소설작가인 김용이 아니었던가 싶다.

 

지금도 고이 간직한 김용의 모든 작품들은 대략 다음과 같은데, 벽혈검만 빼놓고 다 가지고 있는것으로 안다.

 

 

 

 

1. 소설 영웅문 1부 - 대막영웅전 (원제: 사조영웅전)

2. 소설 영웅문 2부 - 신조협려 (원제: 신조협려)

3. 소설 영웅문 3부 - 의천도룡기 (원제: 의천도룡기)

4. 대륙의 별 (원제: 천룡팔부)

5. 아! 만리성 (원제: 소호강호)

6. 협객행

7. 비호외전

8. 소설 청향비 (원제: 서검은구록)

9. 설산객 (원제: 설산비호)

10. 연성결

11. 소설 녹정기

12. 벡마소서풍

13. 원앙도

 

 

 

 

 

 

 

 

 

 

 

이들은 모두 중학생 시절에 사 모은 것인데, 밥값을 꼬박 아껴 일주일에 한 권씩 힘겹게 사들이기도 했었고, 어쩔 때에는 토요일 반수업 후 서점에 들러 책을 사고나면, 버스표가 없어, 2-3 km정도의 길을 집까지 걸어올때도 많았었다. 그렇게 모은 작품들이니만큼, 나는 이 책들의 내용뿐만 아니라, 책 상태도 속속들이 다 알고있다.

 

 

조희봉님의 책을 읽으니 이런 행위가 전작주의였고, 책수집에 해당하는 것이었으니, 나는 대략 중학교때부터 이 방면으로는 될성싶은 놈이었던 것 같다.

 

 '전작주의자의 꿈'을 처음 읽었을 때에는 다소 건성으로 넘긴 기억이 난다. 한국의 책쟁이들이라는 글 - 나중에는 책으로 묶여 나왔다 - 에서 소개된 그의 일화 - 특히 이윤기라는 유명 작가/번역가를 전작하여 주례로 모시고 (일면식도 없던 주제에), 제자 1호가 된 - 에 반해 사들였었는데, 그 때의 나에게는 다소 dry하게 느껴지는 글이었다.  (사실 돌아가신 이윤기 선생의 책도 아직 나에게는 좀 낯설다.  물론 그의 그리스 로마 신화는 재미있게 보았지만서도).

 

 

우연히 2-3일전엔가, 이 책, 저 책 사이를 기웃거리다가, 집어든 이 책의 내용은, 세월이 지나서일까, 다르게 다가왔다. 조희봉님의 말마따나 "그건 아마도 책은 늘 자리에 있지만 책을 읽는 사람의 내면이 변해서 시간의 경과에 따라 다르게 읽히"는 책의 특성 때문일게다.

 

 

이 책에는 한 탐서주의자, 책수집가, 헌책방 마니아, 그리고 전작주의자가 책을 통해서 살아온 지난 이야기들이 하나씩 둘씩 담겨 있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도 아니기에, 수줍지만, 가식없는 그야말로 당당하고 떳떳한 책이라고 느낀다. 저자가 말하는 헌책방의 법칙을 소개하는 것으로 이 졸속한 리뷰를 마친다. ()속의 글은 내 말이다.

 

 

1. 한번 헌책방에 나온 책은 반드시 다시 나온다 (그러니 조급해 하지 말자).

2. 아무리 작고 초라해 보이는 동네 헌책방이라도 자기만의 보물을 가지고 있다 (국민대에서 교환학생으로 여름 연수를 하던 2002년, 근처 먹자골목 한켠의 초라한 문방구 겸 참고서 서점에서 의외의 보물을 건졌으니, 어릴 때 읽었던 에릭 시걸의 닥터스 1과 2였다)

 

여담이지만 이 책에 대한 추억은 라디오 - 당시만해도 매우 활발하였던 수많은 밤의 라디오 방송들 - 에 있다.  정체모를 가슴설렘으로 가득하던 그 시절 이문세가 진행하던 '별이 빛나는 밤에', 그리고 진행자가 생각나지 않던 '밤을 잊은 그대에게' 그리고 12시에 하던 다른 방송을 듣고 있으면 어김없이 책광고가 나왔었다 (그렇다! 책을 라디오로 광고할만큼 출판업과 서점이 잘 돌아가던 시절이었다.  서점이 잘 운영되어 건물을 올리던 분도 계셨던 정도로 말이다).  그때 기억나는 책은 '빠빠라기' '배꼽', 그리고 문제의 '닥터스'인데, '닥터스'는 특히 '러브스토리의 작가 에릭 시걸의 닥터스! 하버드 의대생들의 우정과 사랑! 포르말린은 그들의 향수! 수술실은 그들의 xxx (생각이 나지 않는다)'의 선전문구가 이 책에 얽힌 추억담이다.  지금은 다시 나오는 것 같은데, 당시 절판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3. 열심히 찾아다닐 때는 귀하기만해서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던 책이 마침내 그 책을 찾아내거나 포기하고 새책을 사고 난 후부터는 발에 채일 것처럼 많이 보인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는 옛말은 진리인거시다).

4. 늘 살까 말까 망설이다 그냥 두고 갔던 책은 사기로 마음먹고 다시 찾아가면 그 자리에 없다 (logos에서 실제로 경험했다.  2차대전 기간 영국에서 망명생활을 하던 시기의 토마스 만의 대독일 라디오 방송을 모아놓은 책인데, 망설이다가 다음에 사야지하고 내려놓은 뒤, 2-3일 후 왔더니 누군가 사갔다.  이런 책을 나 아니면 누가 사겠어 하는 방심은 금물이다).

5. 좋은 책은 늘 비싸고 불친절한 책방에 있다 (이건 아직 모르겠다. 책을 살때 값 흥정을 하지 않기에 특별한 불친절을 경험한 적이 없다.  이건 정가제에 익숙한 탓이기도 할게다).

 

이로써, 전작주의뿐 아니라 나는 이 책을 통해서 탐서행각에 대한 변명, 아니 나아가서는 이 행위에 대한 당위성과 정당성을 얻을 수 있었으니 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열독가가 실용주의자라면 수집가는 낭만주의자이다...수집가는 책의 다양한 효용가치를 좋아하고 책 그 자체를 순수하게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들은 책에서 얻은 지식이나 문자만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책을 삶 그 자체로서 사랑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책은 그들에게 읽어야 할 대상일 뿐만 아니라 늘 곁에 두고 다양한 대화를 나누고 싶은 친구인 셈이다."

 

PS 옥의 매우 작은 티.  Harry Potter의 작가인 JK Rowling을 Rolling으로 써놨는데, 저자의 오류라면 excusable하지만, 편집시 이를 발견하지 못한 출판사의 negligence라면 봐주고 싶지 않다.  Rolling?  굴리긴 뭘 굴린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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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의 숲 - 전2권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사미디어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자주 하는 이야기지만, 나의 하루키 편력은 무척 늦은 편이다.  따라서 그의 작품세계나 세계관 등, 헤아릴 수 없을만치 다양한 주제들에 대한 글은 이미 넘친다고 본다.  나 또한 그의 책을 읽고 많은 글을 썼고, '상실의 시대'라고 나온 초기 번역본에 대한 글도 이미 몇 번 써봤다.  그렇기에 내용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물론 나중에는 또 그 나이때의 느낌에 따라 보이는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겠지만, 그건 그 나이가 되어봐야 알테니까 지금은 무리다.

 

일단 이 책은 원전에 더 충실한, 그러니까, 의역보다는 일본어 표현에 더 가까운, 일종의 직역을 통한 재번역이라고 하는데, 일어를 모르는 내가 보아도 주어의 위치, 특정 단어, 그리고 문화적인 부분에 있어 짧게나마 아는 일어의, 또는 일본인의 표현이 눈에 들어온다.

 

예를 들면, '상실의 시대'에서 여성의 성기를 표현할 때, '그 부분'등으로 모호한 표현을 썼다면, '노르웨이의 숲'에서는 '바기나' - 영문 vigina를 일본식으로 읽은걸 그대로 쓴 듯 - 로 꽤나 적나라하게 그대로 옮겼다는 것.  또 나오코가 주인공에게 보낸 편지는 '상실의 시대'에서는 반말로 나와있는데, 여기서는 존댓말로 되어있다.  이것은 일본 특유의 문화적인 것 같은것이, 듣기로는 일본 여자들은 남자에게 존댓말을 쓴다고 한다.  일일이 대조해보지는 않았지만, 이 밖에도 소소한 표현들이 바뀌었을 것이다.

 

하루키는 나를 기준으로 볼 때, 부모님 세대에 해당한다.  하지만, 그의 경험과 인생여정은 한국의 386세대의 그것과 비슷하다.  약 20년 정도의 사회-정치적인 development 단계의 차이라고 할까, 일본의 386세대는 60년대에 우리 386세대가 80년대에 겪은 시절을 살았던 것 같다.  그러나, 하루키의 문학은 그런 냄새에서 자유롭다.  마치 4.19를 전후로하여 잠시나마 활발한 혁명문학이 대세를 이루었던 것처럼 80년대의 문학은 시국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고, 그 후, '민주화'가 이루어진 후에는 소위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노래하는 유행이 문학의 일정부분에서 지분을 가지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은 그 당시의 잘나가던 작가들 중 상당수가 '맛이 간'듯한 행태와 글을 보여주고 있다.  이 모든 면에서 하루키의 문학은 자유롭기에 현학적이지도 않고, 에세이와 여기서 비롯된 창작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고 본다. 

 

사실 우리의 빛나는 문학투사들 중 깊은 문학적 achievement를 보여주는 분이 몇이나 있고, 또 변하지 않은 분은 몇이나 있는가?  내가 떠올릴 수 있는 이름은 딱 하나 조.정.래 뿐이다. 

 

이 소설을 보면서 평론가들이 이야기한 주인공과 주변인물들간의 삼각관계를 생각해 보았다.

 

1.  주인공 - 나오코/키즈미: 이때의 삼각관계는 나오키/키즈미 사이에 낀 주인공이 만드는데, 나오코/키즈미에 붙은 주인공의 삼각관계는 그를 살게 하는, 그에게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 관계가 된다.  그랬기에 키즈미가 사고로 죽은 후, 주인공과 나오코는 서로 사랑을 느끼는 관계지만, 지속될 수 없는 불완전한 개체가 된다.  (나오코를 자꾸 나오키로 쓰게 된다.  나오키는 남자이름이니까, 갑자기 주인공을 게이로 만들어버린 듯한 느낌이다).

 

2.  주인공/나오코-미도리: 주인공과 같은 수업을 듣는 미도리라는 여학생이 우연하게 등장하면서 다시 삼각관계 비슷한 것이 만들어진다.  여기에 미도리는 아직 남자친구가 있는 상태로써, 주인공-미도리/남자친구의 삼각관계와 함께 변형과 혼재를 거듭한다.  either way, 다시 어중간하게나마 완전개체가 된다.

 

3.  주인공-나오코/레이코: '마의 산'을 떠올리게 하는 (레이코의 말이기도 하다), 요양원.  이 요양원을 방문한 주인공을 맞는 나오코와 전직 피아니스트 지망생, 및 피아노 개인교사 출신의 룸메이트 레이코.  이 셋이 함께 있을때, 다시 조금이나마 예전의 삼각관계로써의 개체가 회복된다.  한편 레이코도 일종의 삼각관계의 경험자이다.  남편/레이코-가르치던 삐뚤어진 학생아이 (레즈비언 기질이 있는 듯한).  그러나 레이코의 과거 삼각관계는 학생아이의 삐뚤어진 기질 때문에 원천적으로 문제가 있고, 종국에는 레이코 자신을 파멸로 이끈다.  

 

4.  주인공/미도리-나오코 또는 주인공/미도리-레이코 조합: 미도리는 아직도 남자친구가 있지만, 주인공에 끌린다 (유혹하면 넘어갈 마음이 있다).  하지만, 주인공은 미도리에게 위안을 받고 정을 느끼면서도 나오코를 사랑하는 마음을 거둘 수가 없다.  레이코는 이 시점에서는 나오코의 대변인, 또는 이어주는 존재.

 

5.  나오코가 자살하고 나서.  주인공/미도리-레이코: 레이코는 요양원을 나와서 주인공을 만난다.  둘은 같이 술을 마시고, 음악을 듣고 노래를 하다가, '그것'을 한다.  그리고 다음날 떠난다.  이로써, 주인공의 유년기-20대 초반을 함께한 모든 삼각관계라는 모종의 system이 모두 붕괴되고, 주인공의 삶은 새로운 관계 system정립을 향해 나아가게 된다.  즉 한 시대의 끝이면서 새로운 시대의 시작이다.  미도리는 그 새로운 시대의 상징이면서 동반자가 된다.

 

여기까지가 이번에 정리할 수 있었던 plot이다.  물론 이는 다양한 상징성을 내포하고 있는데, 거기까지 가는건 이번에는 무리.  그러니까, 이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는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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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소설이라고 해야할까?  아니면 모험소설이라고 해야할까?  읽으면 읽을수록 베르나르 베르베르라는 작가의 머릿속이 궁금해진다.  참으로 특이한, 그리고 매우 비주류적인 발상이 많은데, 물론 서구권에서 베르베르의 발상은 그리 비주류라고 볼 수는 없겠다.  다만, 일반적으로 우리가 접하는 책이나 이런 것들에서 볼 때, 아무래도 유럽과 미국의 차이에서 느껴지는 비주류스러움이란 걸 보는 것이다.

 

가까운 미래?  프랑스의 인간들은 사후세계의 탐험을 시작하면서, 생명과 죽음, 아니 LIFE라는 그 자체로써의 우주의 신비에 도전한다.  또 이와함께, 베르베르의 상상력은 이 책을 시작으로 해서 sequel을 발표하여 판매부수를 늘리게 되는 것이다 (는 그냥 사설이다).

 

내가 이 책을 매우 특이하게 생각하는 것은 일단, 내 기억으로 이 책이 내가 읽은 베르베르의 첫 작품이었다는 것이다.  집에 굴러다니던 '개미'시리즈가 그 당시에는 별로 눈에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에 한창 베르베르의 열풍이 몰아치던 시기를 살짝 빗겨난, 말하자면 하루키를 읽은 것과도 같은 양상으로 나의 베르베르 산책은 시작되었던 것이다. 

 

이보다 더 중요한 이 작품의 의미는 내가 이 책을 읽고나서 사는 동안 처음으로 유체이탈을 경험했다는 것이다.  매우 특이한 느낌이었는데, 다리부터 붕 떠오르더니 몸이 다리를 위로하여 거의 수직으로 떠오르는 것이었고, 그 당시 상태를 기억하자면 내 몸과 '영체?'는 머리를 경계로하여 분리되어 있던 것.  그런데, 더 올라가면 소설에 나온 것처럼 될까봐 애써 진정시키고 알파 상태의 수면에서 깨어나버렸던 것이 최초의 유체이탈담이라고 하겠다.  그 후로는 간혹가가 경험하는데, 실제로 빠져나가 어디론가 다녀온 듯한 기억을 가진 것도 있는데, 이는 personal한 영역이니까 이 얘기는 여기까지만 하는걸로.  다만, 영의 속도는 빛의 속도보다 훨씬 빠르다는 책의 이야기가 틀린 얘기는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

 

여러모로 특이한 작품과 특이한 작가이다.  물론 최근의 작품들을 보면 필력이 조금 딸리는 듯한 느낌도 받지만, 그래도 그의 이전 책들은 재미와 더불어 좀더 다른 관점을 보여주기에, 그리고 그의 한국인 케릭터 등장이 반갑기에 베르베르의 책은 앞으로도 계속 사들일 계획이다.  참고로 존 그리샴도 다른 의미로 한국 사람을 등장시키는데, 이는 일반적으로 중국인이 맡는 역할을 한국인이 맡게 하는 수준이다.  예를 들면, 중국 음식점 대신 한국 음식점, 중국계 전직요원 turned 용역깡패 대신 한국계 전직 특수부대원 turned 용역깡패 같은거다.

 

다른 책들도 다른 때, 우연히 붙잡고 읽게 될 것이고, 그러면 또 다른 글을 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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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하 2012-07-27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체이탈이요?@.@ 가위 눌리는 것과 좀 다른 느낌인가요?
저도 비슷한 경험으론 몸이 누운 채로 붕 떠서 사선으로 정지해 있고
그 상태에서 어떤 봉(군악대의 봉 같은)이 몸을 관통하며 꽂히는 경험을 했거든요.
그밖에도 가위에 눌리는 거라면 좀 더 다양하고 심지어 즐겁기까지한 경험도 있었지만
유체이탈이라고 하면 어떤건지 궁금하네요.^^

이 책이 베르베르의 처녀작이었군요.
저는 <개미>나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둘 중에 하나가 처녀작인 줄 알았는데...
아..이 작가, 아직 <상대적이며..>만 읽어서 소설가로서의 베르베르는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더 난감한 것은 그리 짧지 않은 분량의 책을 꾸준히 히트시킨다는 것. 그래서 무엇을 먼저 읽어봐야 할지 모르겠어요. 첫 히트작인 <개미>가 좋을지, 아님 최신작이 더 나을지 갈팡질팡하네요.

그나저나 트란님은 어떻게 이 작가의 처녀작을 읽을 생각을 다 하셨어요?
(설마, 이것도 전작주의의 시작??)

transient-guest 2012-07-28 00:35   좋아요 0 | URL
비슷해요. 근데 유체이탈은 꼼짝못하고 그런건 아니구요. 몸이 빠져나가서 어디론가 가는 느낌이지요.ㅋㅋ 가위눌림이 즐거웠던 적은 없어요. 도대체 누굴 만나셨길래? ㅋㅋㅋㅋ

제가 위에 글을 읽어보니까, 문맥이 이상하게 됐네요. 이 책은 베르베르의 책들 중 제가 읽은 첫번째 작품이었다는 말을 하려 했는데, 지금보니까, 꼭 그의 첫 작품을 제가 읽은 것 같이 보이네요. 죄송..ㅎ

생각없이 전작이 되고 있어요. 최근 나온건 거의 다 봤거든요. 요즘은 힘이 좀 빠져있는 상태같아요. 역시 좋은 책도, 아니 많은 것들이 잘 나올 수 있는 특정 시기가 따로 있나봐요.

탄하 2012-07-30 20:08   좋아요 0 | URL
하하..아녜요. 글에는 문제가 없어요. 제가 트란님의 글을 읽기 전에 이 책에 대해 살펴보다가 출판년도가 가장 오래된 책인 것 같아 처녀작일거라 짐작해 버려서 저 혼자 그렇게 이해하게 된겁니다. 근데, 다시 보니 제일 끝에 <개미>가 있네요(1993년, 타나토는 1994년). 스크롤하다 다 안내렸었나봐요.^^;

하루키랑, 베르베르랑..정말 책 읽기 마라톤이 되었네요.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래요.
더운데 쉬엄쉬엄 읽으시구요.^^

transient-guest 2012-07-31 00:27   좋아요 0 | URL
그랬군요. 친절하게 설명을 남겨주셨네요.ㅋ 분홍신님도 쭉 건강한 여름독서 즐기시구요. 책은 정말 읽을수록 끝이 없네요. 그런 부분도 독서의 매력이겠죠?
 

참 오래 읽었다.  운동하면서 짬짬히 몸풀때, 그리고 close-out할 때 자전거 페달을 돌리면서만 읽다보니까 이제서야 다 읽게 된 것 같다.

 

여기에 들어있는 작품들은 소위 초기 SF의 황금시대라는 1930년대의 작품들 중 주옥같은 10개를 모은 것인데, 최소한 몇 개는 이미 영화로도 여러 번 제작된 바 있다. 

 

거의 100년이 다 되어가는 시대의 상상력인데, 우리 시대에는 이미 가능해진 이야기들도 있고, 요즘 도교니 하는 곳, 또 우주 movement같은데서 이야기하는 concept들이 나와있기도 한걸보면 SF작가들의 무궁무진한 상상력, 아니 그 이상의 혜안은 놀랍기만 하다.

 

읽고나니 Science Fiction을 공상과학으로 번역하는 작태가 매우 한심하다고 생각된다.  정확하게는 과학소설이라고해야 마땅할 것이다.  최소한 과학판타지 정도면 좀 봐줄 수 있겠지만, '공상'이라는 단어에서 풍기는 negative connotation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도대체 어떤 분께서 처음으로 이 단어를 쓰신걸까?  분명 초기의 번역가들 중 하나였을 것으로 짐작되는데.  지금은 영어가 그리 먼 외계어가 아닌 - 적어도 21세기 한국에서는 - 데 좀 고쳐 썼으면 한다.

 

번역된 이야기들이 있나해서 찾아보았는데, 한국어판으로 나오면서 다르게 편집되기도 해서 그런지 도무지 찾을 수가 없다.  이 책에 수록된 작가들과 작품들은 다음과 같다.

 

1. HP Lovecraft - The Shadow ouf of Time

2. Harry Bates - Alas, All Thinking

3. Eric Frank Russel & Leslie T. Johnson - Seeker of Tomorrow

4. L. Sprague de Camp - Divide and Rule

5. Stanley G. Weinbaum - Dawn of Flame

6. Horace L. Gold - A Matter of Form

7. Cornell Woolrich - Jane Brown's Body

8. John W. Campbell, Jr. - Who Goes There?

9. Murray Leinster - Sidewise in Time

10. Jack Williamson - Wolves of Darkness

책 소개는 Isaac Asimov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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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매우 재미있게 읽는 책들의 쟝르는 정말 다양하다.  아니, 적어도 나는 그렇다고 생각하고 있다.  대학교 1학년 때까지는 주로 역사, 역사소설, 또는 이 분야의 책을 읽었고, 그 뒤로 European Intellectual History시리즈 강의를 들으면서, 그 다음엔 Russian Intellectual History를 들으면서 나도 모르게 갑자기, 그 동안 지겹다고만 생각했던 문학이 좋아졌고, Harry Potter나 Eragon을 읽으면서 판타지도 많이 읽게 되었다.  지금은 추리소설부터, 어릴 때 전집류로 접했던 SF소설들을 다시 찾아내어 읽는 것은 밋밋한 하루 일상에서 꽤나 큰 낙이 되고 있다.

 

2-3년 전인가 누군가로부터 넘겨받은 hard disk에 들었있던 Dresden Files라는, 별로 뜨지 못해서 시즌 1으로 끝나버린 드라마를 꽤 재미있게 본 나는, 이 시리즈의 원작인 Dresden Files를 첫 권부터 읽기 시작했다.  쉽게 생각하면 판타지작품으로써, 르와르에 마법을 섞은 책인데, 은근히 중독성이 있어 전권을 다 읽어가다가, 주인공이 죽는 Changes부터 손을 놓았고, 그 다음에 나온 Ghost Story역시 당연히 읽지 못하고 있다.  이는 조만간 해결해야할 숙제이다.

 

로쟈님도 그렇고 책을 좀 읽는 분들은 번역에 대한 불만이 많은 것 같다.  당장 나만해도 그렇고.  그런데 번역이 쉬운 일은 아니긴하다.  일단 언어적인 능력 이상으로 번역자는 문학에 대한 일정한 조예 내지는 소양이 있어야 하는 것 같다.  이는 돌아가신 이윤기 선생의 지론이기도 했었다.  즉 번역은 외국어에 능한 문학가가 해야 좋다는 것인데, 그래서인지 하루키가 번역한 일어 Fitzgerald는 꽤 좋을 것 같다. 

 

어쨌든, 번역이 어려운 일인 것은 다음의 문장을 보면 알 수 있는데,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이 문장을 원래의 뜻을 손상시키지 않고 번역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  아, 그전에 배경을 설명하자면, 주인공인 Harry Dresden은 Chicago에서 유일하게 openly practice중인 마법사이다.  광고에 의하면:

 

Harry Dresden - Wizard

Lost Items Found. Paranormal investigations.

Consulting. Advice, Reasonable Rates.

No Love Potions, Endless Purses, Partise, or

Other Entertainment.

 

마법사 - 해리 드레스덴

잃어버린 물건찾기. 괴현상조사.

자문. 조언. 합리적인 가격.

사랑의 묘약, 화수분같은 지갑, 파티 혹은

그 밖의 다른 엔터테인먼트 없음.

 

정도로 번역할 수 있는데, 다음의 장면은 사무실에 붙은 Harry Dresden - Wizard라는 문구때문에 주인공이 아침부터 우편 배달부와 약간 한바탕 한 후에 기분이 나쁜 상태에서 받는 전화와 이에 대한 답변이다.  이는 Dresden Files의 첫 권인 Storm Front에서 나오는 부분인데, 원문은 이렇다:

 

...I picked up the receiver and said, "Dresden."

"Oh. Is this, um, Harry Dresden?  The, ah, wizard?" Her tone was apologetic, as though she were terribly afraid she would be insulting me.

No, I thought.  It's Harry Dresden, the, ah, lizard.  Harry the wizard is one door down.

 

수화기를 들고 말했다, "드레스덴 입니다"

"오, 저기, 음, 해리 드레스덴인가요? 저기, 어, 마법사?" 나를 자극할까봐 두려운 듯한 조심스러운 톤이었다.

아뇨, 난 생각했다. 저는 도마뱀 해리 드레스덴입니다.  마법사 해리는 옆방입니다.

 

난 전문 번역가가 아니니까 대충 이해할만큼만 할 수 있다.  어쨋든 중요한 것은 이 리저드와 위저드인데, 쉽게 생각하면 영어식 말장난 같은거다.   근데, 위에 보듯이 직역을 해놓으면 전혀 이상한 말이 되어버린다.  도마뱀 해리 드레스덴과 마법사 해리는 아무리봐도 원문에서 너무 벗어나있다.  그런데, 달리 비슷한 종류의 말 장난을, 그것도 원문에서 너무 벗어나지 않도록, 한국어로 옮기는 것은 쉬운일이 아닐게다.  솔직히 난 모르겠으니까.  영어를 오래 써왔다고 번역을 잘 하는건 아님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예전에 모 검사부탁으로 FBI 마약단속 가이드를 번역해줬는데, 무지하게 어려웠다는).

 

아무튼 위의 겨우에서 보듯이, 번역이란 때로는 매우 어려운 것이 아닌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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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사르 2012-07-23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번역물은 어느 정도 수위가 되는 사람인 경우 번역물로 한 번 읽고, 더 깊이 알고프면 원서로 읽는게 좋다는 말이 있군요. (오에 겐자부로가 그렇게 말을 했어요) 영어식 말장난을 잘 모르더라도 영문을 보면 약간의 감은 오는 반면, 우리식으로 도마뱀, 마법사 로 직역한 문장은 그 감이 조금은 떨어질 테니까요.

이럴 때, 각주에 도마뱁, 마법사 는 영어식 말장난이라고 좀 달아놔주면 좀 낫긴 하겠어요. 실지로 그런 각주를 본 기억이 납니다. 어느 책인지는 몰라도 아주 성실하게 각주가 있었어요. 아마..이윤기 샘 책이었던 듯 싶네요.

transient-guest 2012-07-24 01:36   좋아요 0 | URL
이거요..ㅋㅋ 어제 운전하다가 떠올랐는데 도마뱀-마법사 대신에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오, 저기, 음, 해리 드레스덴인가요? 저기, 어, 마법사?" 나를 자극할까봐 두려운 듯한 조심스러운 톤이었다. 아뇨, 난 생각했다. 마법사 해리는 옆방이고, 여긴 마동탁 해리 드레스덴입니다. (마동탁 대신 어떤 단어도 가능합니다)

각주는 좋은데, 이게 또 너무 많으면 책의 몰입도를 떨어뜨리는게 좀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footnote보다 endnote형식을 선호하는 번역자도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