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매우 재미있게 읽는 책들의 쟝르는 정말 다양하다.  아니, 적어도 나는 그렇다고 생각하고 있다.  대학교 1학년 때까지는 주로 역사, 역사소설, 또는 이 분야의 책을 읽었고, 그 뒤로 European Intellectual History시리즈 강의를 들으면서, 그 다음엔 Russian Intellectual History를 들으면서 나도 모르게 갑자기, 그 동안 지겹다고만 생각했던 문학이 좋아졌고, Harry Potter나 Eragon을 읽으면서 판타지도 많이 읽게 되었다.  지금은 추리소설부터, 어릴 때 전집류로 접했던 SF소설들을 다시 찾아내어 읽는 것은 밋밋한 하루 일상에서 꽤나 큰 낙이 되고 있다.

 

2-3년 전인가 누군가로부터 넘겨받은 hard disk에 들었있던 Dresden Files라는, 별로 뜨지 못해서 시즌 1으로 끝나버린 드라마를 꽤 재미있게 본 나는, 이 시리즈의 원작인 Dresden Files를 첫 권부터 읽기 시작했다.  쉽게 생각하면 판타지작품으로써, 르와르에 마법을 섞은 책인데, 은근히 중독성이 있어 전권을 다 읽어가다가, 주인공이 죽는 Changes부터 손을 놓았고, 그 다음에 나온 Ghost Story역시 당연히 읽지 못하고 있다.  이는 조만간 해결해야할 숙제이다.

 

로쟈님도 그렇고 책을 좀 읽는 분들은 번역에 대한 불만이 많은 것 같다.  당장 나만해도 그렇고.  그런데 번역이 쉬운 일은 아니긴하다.  일단 언어적인 능력 이상으로 번역자는 문학에 대한 일정한 조예 내지는 소양이 있어야 하는 것 같다.  이는 돌아가신 이윤기 선생의 지론이기도 했었다.  즉 번역은 외국어에 능한 문학가가 해야 좋다는 것인데, 그래서인지 하루키가 번역한 일어 Fitzgerald는 꽤 좋을 것 같다. 

 

어쨌든, 번역이 어려운 일인 것은 다음의 문장을 보면 알 수 있는데,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이 문장을 원래의 뜻을 손상시키지 않고 번역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  아, 그전에 배경을 설명하자면, 주인공인 Harry Dresden은 Chicago에서 유일하게 openly practice중인 마법사이다.  광고에 의하면:

 

Harry Dresden - Wizard

Lost Items Found. Paranormal investigations.

Consulting. Advice, Reasonable Rates.

No Love Potions, Endless Purses, Partise, or

Other Entertainment.

 

마법사 - 해리 드레스덴

잃어버린 물건찾기. 괴현상조사.

자문. 조언. 합리적인 가격.

사랑의 묘약, 화수분같은 지갑, 파티 혹은

그 밖의 다른 엔터테인먼트 없음.

 

정도로 번역할 수 있는데, 다음의 장면은 사무실에 붙은 Harry Dresden - Wizard라는 문구때문에 주인공이 아침부터 우편 배달부와 약간 한바탕 한 후에 기분이 나쁜 상태에서 받는 전화와 이에 대한 답변이다.  이는 Dresden Files의 첫 권인 Storm Front에서 나오는 부분인데, 원문은 이렇다:

 

...I picked up the receiver and said, "Dresden."

"Oh. Is this, um, Harry Dresden?  The, ah, wizard?" Her tone was apologetic, as though she were terribly afraid she would be insulting me.

No, I thought.  It's Harry Dresden, the, ah, lizard.  Harry the wizard is one door down.

 

수화기를 들고 말했다, "드레스덴 입니다"

"오, 저기, 음, 해리 드레스덴인가요? 저기, 어, 마법사?" 나를 자극할까봐 두려운 듯한 조심스러운 톤이었다.

아뇨, 난 생각했다. 저는 도마뱀 해리 드레스덴입니다.  마법사 해리는 옆방입니다.

 

난 전문 번역가가 아니니까 대충 이해할만큼만 할 수 있다.  어쨋든 중요한 것은 이 리저드와 위저드인데, 쉽게 생각하면 영어식 말장난 같은거다.   근데, 위에 보듯이 직역을 해놓으면 전혀 이상한 말이 되어버린다.  도마뱀 해리 드레스덴과 마법사 해리는 아무리봐도 원문에서 너무 벗어나있다.  그런데, 달리 비슷한 종류의 말 장난을, 그것도 원문에서 너무 벗어나지 않도록, 한국어로 옮기는 것은 쉬운일이 아닐게다.  솔직히 난 모르겠으니까.  영어를 오래 써왔다고 번역을 잘 하는건 아님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예전에 모 검사부탁으로 FBI 마약단속 가이드를 번역해줬는데, 무지하게 어려웠다는).

 

아무튼 위의 겨우에서 보듯이, 번역이란 때로는 매우 어려운 것이 아닌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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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사르 2012-07-23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번역물은 어느 정도 수위가 되는 사람인 경우 번역물로 한 번 읽고, 더 깊이 알고프면 원서로 읽는게 좋다는 말이 있군요. (오에 겐자부로가 그렇게 말을 했어요) 영어식 말장난을 잘 모르더라도 영문을 보면 약간의 감은 오는 반면, 우리식으로 도마뱀, 마법사 로 직역한 문장은 그 감이 조금은 떨어질 테니까요.

이럴 때, 각주에 도마뱁, 마법사 는 영어식 말장난이라고 좀 달아놔주면 좀 낫긴 하겠어요. 실지로 그런 각주를 본 기억이 납니다. 어느 책인지는 몰라도 아주 성실하게 각주가 있었어요. 아마..이윤기 샘 책이었던 듯 싶네요.

transient-guest 2012-07-24 01:36   좋아요 0 | URL
이거요..ㅋㅋ 어제 운전하다가 떠올랐는데 도마뱀-마법사 대신에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오, 저기, 음, 해리 드레스덴인가요? 저기, 어, 마법사?" 나를 자극할까봐 두려운 듯한 조심스러운 톤이었다. 아뇨, 난 생각했다. 마법사 해리는 옆방이고, 여긴 마동탁 해리 드레스덴입니다. (마동탁 대신 어떤 단어도 가능합니다)

각주는 좋은데, 이게 또 너무 많으면 책의 몰입도를 떨어뜨리는게 좀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footnote보다 endnote형식을 선호하는 번역자도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