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에서는 연일 그네꼬가 상종가를 치고 있다.  사실상 대권후보다 다름이 없는 거침없는 행보하며, 보이는 모든 행동과 말이, 그리고 주변인들의 작태가 마치 벌써 대통령이 된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 같다.  가카의 치세로 시작된 역사의 퇴보가, 그네꼬의 당선으로 완성될 것이라고 보는 나이기에, 참으로 역겹다 하지 않을 수 없다.

 

마사오에 대한 그네꼬의 생각은, 공인으로서 매우 큰 문제가 있지만, 아버지 - 그리 좋아하지도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기는 하지만, 확인한 것은 아니니까 - 에 대한 생각은 개인/공인을 갈라서 내놓기 어려운 점까지는 아주 쬐끔이나마 이해해 줄 용의가 있다.  그러나, 유신, 5.16쿠데타에 대한 그뇨의 인식은 그녀가, 그리고 그녀의 주변인들이 어디에 머물러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하겠다.  호불호를 떠나, 군사정변을 일으켜서 국가체제를 전복시키는 것을 쿠데타라고 한다.  그러니까, 개인적인 정치성향과 호불호를 떠나서 5.16은 쿠데타이다.  유신은 말하자면, 남한의 김일성이 되고자 한 시도인데, 이 역시 더 말할 필요가 없는 독재의 결정판인 것이다.  이 두 가지 이슈들에 대한 정의는 이토록 깔끔하게 정리될 수 있는 사안으로, 가카의 4대강 망치기만큼의 논쟁거리조차 될 수가 없는 것.

 

그런데, 그네꼬가 이제는 인혁당 사건에 대한 정의를 역사에 맡겨야 한다고 말한다.  아직도 희생자들의 유가족들이, 그리고 간신히 목숨을 건진 관계자들이 시퍼렇게 눈을 뜨고 있는데도 말이다.  인혁당 사건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사법살인의 결정판이었던 사건이다.  이런 것을 가지고, 이상한 소리를 해대는 그뇨는 마사오의 딸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정치인으로서, 그리고 개인으로서, 대통령의 자격이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사실 대머리의 2차 정변이 아니라, 민주정부가 마사오 사망 후의 대한민국의 정국을 이어갔더라면 그네꼬가 지금 저렇게 정치를 하기는 커녕, 정수장학회, 육영재단, 영남대학교, 등등 다 빼앗겼을 것이다, rightfully so.  그리고 아마 일본 같은곳으로 망명가서 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는 행복한 상상을 해본다). 

 

그러나 역사는 대머리의 2차 군사정변으로 시작하여 8년이나 더 군사독재의 시절을 이어가는 것으로 펼쳐졌고, 그 덕에 유신의 잔당과 망령들 + 5공 떨거지들 = 그네꼬를 모시는 충복이라는 기막힌 현상을 우리는 보게 된 것이다. 

 

그네꼬는 무능하다.  개인으로서, 그리고 정치인으로서 무능하다.  인간적인 매력은 충분히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되나, 이것은 지극히 제한적인 측면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그저 하는 것은 도대체 뭔 소리인가 하고 생각하게 하는 말뿐, 진정한, 그리고 현실적인 어떤 안을 이야기 하는 것은 이 뇨자에게는 무리인 듯 싶다.  아울러, 민정당-민자당-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으로 이어지는 쇄신 코스프레 역시, 그저 말뿐인 것이다. 

 

그래서 이제부터 새누리당을 부를 때에는 말뿐이당이라 부르고 싶다.  그네꼬의 말뿐이당.  적당히 잘 맞는 느낌이다.  보수는 지킬 것을 지키는 것이 보수다.  애국, 민족, 민주, 자주, 국방 등등, 지켜야 하는 소중한 가치들을 지킬 때 그들을 보수라 부를 수 있다.  말뿐이당은 따라서 보.수.가.아.니.다.  보수 코스프레일 뿐.  속지 마시라.  학습하고, 깨어 생각하시라.  말뿐이당과 독재망령들을 그들이 있어야할 곳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보내버리시라.  이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그리고 실질적인 저항인 것이다.

 

올 12월 20일.  그네꼬와 말뿐이당이 아닌 다른 승자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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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시 괴담 일본 도시 괴담 1
김성욱 엮음 / 북클릭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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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작가의 팟캐스트에서 비교적 최근에 소개되었던 책 하나를 구매하여 바로 읽었다.  이런 류의 책을 자주 읽지는 않지만, 내용과 추적의 진지함에, 그리고 김영하 작가의 소개에 많이 끌렸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국에 소개되는 많은 도시괴담들이 일본의 그것들을 한국식으로 각색한 것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문화적으로 밀접하다보니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쉽게, 그리고 깊은 생각없이 쭉 한숨에 읽어내려갔다.  단순히 시간을 때우기에 좋은 책이라는 것 이상, 저자의 말처럼 도시괴담에는 시대상, 시대의 문화, 무의식 이런 것들이 담겨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책이다.  히키고모리, parasite people, 왕따 등등의 많은 사회/집단 무의식이 이들 괴담에 녹아들어가 있다.

 

한국의 도시괴담도 한번 정리해서 나왔으면 하는데, 아마도 도시괴담과 학교괴담을 따로 정리해서 발간해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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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K 완전정복 - 정봉주 옥중출간
정봉주 지음, 조현상 그림 / 미래를소유한사람들(MSD미디어)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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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 조금 아쉬운 느낌이다.  BBK관련 이슈, fact정리, 연도순으로 알기 쉽게, 그리고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해 놓은 것은 플러스이다.  하지만, 정봉주의 깔때기 캐릭터를 너무 부각시키는 바람에 focus가 자꾸 빗나가는 건 어쩔 수 없다.  기왕에 BBK를 알아보기 쉽게, 그리고 알아듣기 쉽게 정리하는 취지였다면, 좀더 집중해서, 깔끔하게 정리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내용은 뭐 나꼼수 애청자라면 그리 새로울 것이 없는 그간의 BBK에 대한 정리와 이야기.  그러나 글로 보니, 팟캐스트의 현장감은 떨어지지만, 대신에 중구난방 떠들던, 들으면서 정리하던 것에 비해 조금더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BBK.  더 이상 새로울 것도, 어려울 것도 없다.  검찰이, 정치권이, 법원이 진실을 외면한다하여, fact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검찰이 죄가 아니라하여 죄가 사라지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이김에 짚고 넘어가자면, 여러가지 현실적인 이슈가 있겠지만, 검찰은 빨리 변호사화하여, 국가의 형사 변호사만큼의 권위와 힘만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검찰에게는 너무도 강한, 그리고 많은 힘이 집중되어 있다.  그러니 아직도 출세하려고 공안검사따위짓을 하는 놈들이 넘치는 것이다.  BBK검사들로 대표되는 그들...(이 부분에 해당하는 글은 삭제합니다. 지금와서 보니, 너무 증오에 가득찬, 그리고 unfair한 말이라 생각되어 부끄럽네요)...왜냐하면, 그대들은 우리의 마지막 보루라는 중차대한 책임을 마치 그대들의 선배들 일부가 시골부모를 헌신짝처럼 차버렸던 것처럼 던져버리고 권력앞에 조아리고 아가리를 벌렸기 때문이다...

 

아무튼.  책의 구성에 조금은 아쉬움을 느끼지만, 정봉주 옥바라지에 티끌만큼이나마 힘을 더하는 마음으로 정중하게 구매하고 읽었다. 

 

정.봉.주.는.나.와.야.한.다.

가.카.는.들.어.가.서.나.오.지.말.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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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름을 참을 수가 없었던 얼마전, 알라딘의 적립금을 탈탈 털어서 산 세 권의 책들 중 하나였던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드디어 읽었다.  우여곡절 끝에 이제서야 내 손에 들어온 것.

 

 

 

 

 

 

 

 

 

 

요녀석들 중 하나.  읽으면서.  참으로 간단하고 직설적인 화법이라고 느끼면서 읽어내려갔는데, 읽는 내내 이것은 헤밍웨이의 마지막 작품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내가 전문가도 아니고 미국의 근현대문학이라고 하면 스타인벡 정도를 알고 있기에 헤밍웨이의 몇 작품들은 알았어도 정확한 시기를 알길은 없었다.  그런데, 책 후기에 보니 이 책은 그의 마지막 작품으로써, 마지막으로 문학적인 명예를 안겨준 작품이라는 것이다.  그냥 헤밍웨이의 비극적인 최후가 이 책을 읽는 내내 떠올랐다고 하면 과장일까?  지친, 자연에 순응하는, 그러나 허공을 잡는듯한 노인의 고기잡이에서 나는 문득 말년의 피로를 느낀 것 같다.

 

어떻게 해석을 하더라도 비평가들의 관점과 비슷할 수도 없겠지만, 내가 처음으로 완독한 '노인과 바다'는 심하게 이야기하면, '죽음'과 '허무', 그리고 '고독'의 냄새가 너무 강했다.  그래서 헤밍웨이의 마지막 작품 - 그리고 그의 최후 - 가 읽는 내내 느껴졌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헤밍웨이의 다른 작품들은 좀더 힘이 넘치는데, 이는 젊은 시절 그의 기개, 무모함, 열정, 이런 것들을 보여주는 것 같다.  젊은 헤밍웨이는 그의 친구 - 이자 선배였던, 그 시절 이미 퇴락해가던 - 피츠제럴드를 혹평한 적이 있다는데, '노인과 바다'를 쓰던 무렵의 그는, 피츠제럴드를 떠올렸을까?

 

헤밍웨이의 다른 책들도 모두 읽어볼 것이라 결심하니, 전작대상의 작가는 또 하나가 늘었다.  그래도 김영하, 로맹 가리, 발자크는 이번에 조금 시작을 할 수 있으니 한 권씩, 하나씩 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외상장부를 갚으면서, 바로 그 자리에서 외상장부를 긋는 그야말로 단골술집에서 술에 취한 모주꾼같은 기분이 난다. 

 

헤밍웨이의 다른 책들은 좀더 힘이 넘치는데, 이것은 그의 질풍노도의 시기와도 관련이 있다.

 

 

 

 

 

 

 

 

 

 

 

 

 

 

 

 

 

 

 

 

 

 

 

 

 

 

 

 

 

 

'많이도 쓰셨구랴. 언젠가는 한 권, 한 권씩 읽어내려가면서 젊고 거침없던, 정열적이던 당신을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  내 당신을, 아니 세계대전 전의 황금시대를 생각하면서 사놓은 압생트로 리큐르를 한 잔 만들어 놓고 당신을 만날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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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12-09-05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막 느낀건데 이 작가 책제목을 참 근사하게 짓네요. 생긴 외모도 '작가'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에 제일 걸맞고.

transient-guest 2012-09-06 01:15   좋아요 0 | URL
젊은 시절의 헤밍웨이는 매우 정열적인 삶을 살았지요. 세계대전에도 참전하고, 아프리카에서 사냥을 하고, 산에 오르고, 여자관계도 화려하고, 술과 파티를 즐긴 전형적인 그 시대의 문인이었다고 할까요? 그 덕에 말년에는 병도 생기고 몸이 많이 안 좋았더랬어요. 완전연소같은 삶을 살았던 것 같아요.
 
Ghost Story : The Dresden Files, Book Thirteen (Paperback)
Butcher, Jim / Orbit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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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전편 - 드레스덴이 죽는 것으로 끝이나는 - 인 Changes는 아직도 읽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Ghost Story도 읽지 못하고 있다가 이번에 우연히 그냥 하루만에 싹 읽어 버렸다.  일종의 중간계에서 자신에게 일어난 사건을 해결하여야만, 친구들에게 닥친 위험을 모두 막을 수 있다는 암시를 받고 드레스덴은 유령이 되어 세상에 나타난다.  유령이기 때문에 생기는 제약을 빼고는 스토리의 구성은 이 시리즈 전반에 걸쳐 나오는 그것과 같다.  좌충우돌하면서 어려운 일에 굳이 끼어들어 - 겁이 나려는 자신의 본능을 누르면서 - 불같은 성질로 사건을 해결하러 뛰어다니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유령군단을 끌고 친구들을 돕기 위해 달려가는 것.

 

결론은, 사건을 해결한 드레스덴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서 다음 세계로 넘어가기로 결정하고 소멸된 그는 자신의 몸 - Winter Queen이 소중하게 보관하고 살려놓은 - 으로 돌아가서 다시 살아난다.  그가 애초에 죽은 이유는 딸을 구하기 위해 Winter Queen의 Knight가 되는 계약 - 파기할 수 없는 계약이고, 악을 행하게 되는 계약이다 - 에서 도망가기 위해서 일이 해결되면 자신을 암살하도록 setup해놓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Winter Queen도 바보가 아니라서, 그의 몸을 살려놓고, 드레스덴의 잔상이 유령이 소멸되자 영혼이 돌아갈 수 있도록 몸을 살려놓은 것이다.

 

그렇게해서 결국 드레스덴은 Winter Queen의 충직한, 그러나 자기의 의지로 명을 행할 Winter Knight이 되어 살아나는 것으로 Ghost Story는 끝이 나는데, 이 다음 편의 이야기인 Cold Days가 11월에 나온다고 하니 기다려 볼 일이다.  제목이 암시하듯 드레스덴이 Winter Knight으로 다시 돌아와서 벌이는 모험일 것 같은데, 아마 자신의 양심과 Winter Queen의 명령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이 그를 어려움에 처하게 하고, 또 그것이 그에게 승리를 가져다 주게 될 것이다.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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