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추적 비가 하루 종일 오는 주말이면 근처의 BN은 책을 읽지 않는 시대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3-5년 후의 삶을 준비하는 거시적인 계획의 일환으로 진행 중인 모종의 음모(?)로 인해 서점에 나온 오늘은 근 한 달 만의 외출이 되는 것 같다. 그간 이런 저런 리모델링으로 공간을 새롭게 단장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제 갓 시작되는 이곳의 코로나 사태를 보여주는 듯 오늘은 사람이 거의 없다. 기실 나도 주차장에 차가 많았더라면 아마 그대로 차를 돌려서 집으로 갈 마음으로 나왔는데, 전국적으로 비상사태가 선포되고 머저리가 아니고서야 현재 3000명이 조금 안되는 확진자 숫자가 미국 전체의 확진자라고 믿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서점은 한산하다. 이런 대규모 사태를 겪어본 적이 없는 것이 대다수의 이곳 사람들인데 아마 이번의 기억이 남아서 앞으로는 뭔가 우려되는 사태에 대한 뉴스가 나오면 이런 식의 사재기가, 특히 아시아권에서 온 사람들이 많은 이곳에서는 종종 볼 수 있는 현상이 될 것 같다.
가뜩이나 운영이 어려운 BN인데 책을 읽는 자들에게 소중한, 몇 개 되지도 않는 서점들 중에서 사실상 유일한 대형서점인 이곳이 문을 닫게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밀려온다. 코로나 예방을 위해서 카페의 테이블을 1/5 정도로 줄이고 바의 의자는 딱 2미터씩 떨어져 앉을 수 있도록 세 개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이곳을 처음 와본 것이 벌써 25년이 넘었는데 이런 모습은 처음이다.
덕분에 쾌적한 환경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지만 시국이 시국인지라 그런 생각은 들지 않고 그저 텅 빈 듯한 서점의 내부가 익숙하지 않아서 기분이 뭐라 말할 수 없을 만큼 이상하다.
책이라도 몇 권 사야 할 듯 싶다. 내가 사랑하는 공간, 한 시절, Borders와 함께 대형서점시대를 열고 시장을 양분하던 BN. 이젠 이곳은 그야말로 바깥에서 책을 구하고 읽고 싶은 사람들의 final outpost가 되어 버린 것이다.
오래 있을 곳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대충 짐을 챙겨서 책을 몇 권 고르고 계산한 후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직원들은 좀 긴장이 될 것 같다. 이런 식으로 한 달만 지나가도 자영업자들이나 장사사 신통치 못한 곳은 엄청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달 렌트는 꼬박꼬박 나가야 하고, 월급도 안 줄 수 없기 때문에.
여러 모로 우울한 주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