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서 확 달라진 점이 많겠지만, 그 중에서 요즘 내 일상을 피곤하게 하는 건 불면이다.  굳이 불면증이라고까지 할 정도는 아니지만, 은근히 밤에 편하게 깨어나지 않고 잠을 자는 경우가 드문 것이다.  언제부터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꽤 오래 그렇게 지내온 것 같다.  잠깐 괜찮았던 때는 운동을 처음 시작할 때였는데 근육운동을 하지 않던 몸이 무척 피곤했던지 시작하던 한 동안은 정말 푹 잤던 것 같다.  지금은 훨씬 높은 강도와 시간, 심지어 근육운동과 cardio를 섞어 2시간 반 정도의 운동을 밤에 해도 잠이 쉬이 오지 않는다.  지금도 연신 하품은 하고 있는데, 몸이 피곤한 것과는 별개로 각성되는 효과가 있는지 밤운동을 하는 날이면 늘 취침시간이 새벽 1시를 넘기는 것 같다.


덕분에 youtube에서 겨울서점을 들락거리면서 방송을 듣고 보는데, 주인장의 솜씨가 좋아서 그런지 배경에 틀어놓고 낭독을 들으면 참 그럴 듯한 밤을 보낼 수 있다.  책을 많이 읽고 보는 사람답게 심지어 ebook으로도 책을 보는 것 같아 나도 갑자기 ebook전용기기를 하나 구해보고 싶어졌다.  특히 절판되었는데 ebook으로는 구할 수 있는 책들을 모아두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 될 것이고, 그 다음은 여행을 갈 때 짐을 줄이기 위해서가 될 것이다.  ebook기기를 갖더라도 종이책을 끊지는 못할 것이니 결국은 업보가 하나 더 늘어나겠지만, 그래도 갑자기 ebook기기에 확 삘을 받아버렸다.


영문책을 보려면 아마존이나 BN의 기기를 사야겠지만, 미국에서 미국책은 사실 꽤 싸게 구할 수 있고, 매일 일하면서 들여다보는 영어도 머리기 아픈터라 굳이 여행을 가면서 영어로된 책을 들고갈 이유가 별로 없기에 나의 두 목적과는 그리 맞지 않는다.  그렇다면 결론은 한국책을 볼 수 있는 기기를 구해야할 것인데, 그간 알라딘에 들인 정성을 생각하면 아마도 크레마로 결정하는 것이 맞을 듯 싶다.  당장은 아니고, 기회를 봐서 주문할 것이다.  마당몰에 내려간 김에 팔고 있다면 구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책을 찾아보니 과연 절판된 책들은 ebook으로도 구하기 어려울 것 같다.  예를 들어 고룡의 명작 '소리비도' 혹은 '다정검객무정검'이나 좌백의 '대도오' 같은 책은 ebook으로라도 갖고 싶고, 에도가와 란포나 다른 일본의 고전추리소설도 ebook이라도 갖고 싶은 것들이 있으니 이런 것들을 위주로 찾아보게 될 것이다.  


잠이 오지 않으니 시간을 넘기고 배가 고파지기 시작한다.  그러면 밤 8:30부터 10:20까지의 운동이 수포로 돌아가고, 야식은 술을 부를 것인데, 내일의 업무에 지장을 줄 뿐만 아니라 미팅 두 건도 문제가 될 것이라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포기.  곧 누위서 잠을 청해볼 생각이다.  미리 준비를 좀 했더라면 이동진 DJ처럼 잠깐이라도 낮과 밤을 바꿔서 살아볼텐데, 오늘은 그 시작일 수 없다.  


내가 이동진 DJ처럼 잠깐이나마 살아본다면, 아마 늦어도 새벽 4시엔 자고 오전 8시에 일어나서 하루의 업무를 본 후 오후 5-6시에 퇴근하여 바로 밤 10시 정도까지는 자야할 것이다.  그때 정도에 일어나서 남은 6시간 정도를 밤인간으로 살아본다는 건데, 현실적으로 일은 어떻게 좀 해나갈 수 있겠지만, 운동은 꽤 문제가 된다.  도저히 뺄 시간이 없기 때문에, 운동을 하려면 퇴근하면서 운동까지 마치고 씻고 자버리면 될 것 같지만, 그렇게 해서 밤 8-9시에 자면 다음 날 새벽까지는 자게 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job이 문제인데, 일에 매여있지 않다면 오전 5시 정도에 자서 오후 1시에 일어나고, 이후 오후 3시까지 운동을 하고, 4시부터 일상을 시작하면 대충 계산이 맞는다.  일이 문제인거다.  써놓고 보니 시도하는 것도 힘들 것 같다.


모든 것이 잠든 밤의 시간은 확실히 매력이 있다.  아니 매혹적으로 다가올만치 차분하게 가라앉은 무언가가 나를 끌어들이는 것 같다.  몇 번 말한 것 같은데, '모르그가의 살인'이나 영상미가 좋은 벰파이어영화에서 보여준 19세기 도시의 밤풍경은 사람을 홀린다. 때문에 '모르그가의 살인'의 두 룸펜들처럼 (뒤팽과 X씨) 그렇게 살아보는 건 늘 동경하는 바, 현실적으로는 실행가능성이 제로인 도락이다.  


TV도 켜지 않고, 음악도 없이 가끔씩이지만 이렇게 내 시간을 밤에 둘러싸여 보내는 것으로 마치 이야기속의 주인공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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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7-08-03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확실히 밤은 낮보다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밤을 배경으로 한 애니매이션이 있더군요.
제목이 기억이 나질 않지만.
그런 작품 보면 감탄합니다.
아주 오래 전 루팽을 애니로 본 적이 있는데
만화지만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나저나 그리 잠을 못 주무셔서 어찌하십니까?
저도 가끔 잠을 못 자는 날이 있는데
그럴 땐 꼭 그 다음 날이나 그 다다음 날 꼭 원수를 갚죠.
고로 전 잠 못 자는 때는 없다는 말씀.ㅋ

jeje 2017-08-03 01:11   좋아요 2 | URL
아 [밤의 이야기]라는 애니메이션이 젤 먼저 떠올랐어요 밤에 동화를 들려주는 내용인데. 입체를 표현하지 않아(??) 더욱 기억에 남습니다. 하지만 stella.k 님이 말씀하신건 이 애니메이션이 아니겠죠? 흐흐. 하지만 괜히 댓글한번 달고 싶었어요 ㅋ

transient-guest 2017-08-03 01:19   좋아요 0 | URL
밤이 주된 배경인 애니는 저희 all time favorite Vampire Hunter D 밖에 떠오르지 않습니다만, 계속 이어지는 밤의 모습은 매력이 있습니다. 자다깨다 하면서 6-7시에 일어나서 막 준비하고 뛰어나왔네요.ㅎㅎㅎ 낮부터 조금 졸 듯...

cyrus 2017-08-02 1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뒤팽처럼 지내는 것이 꿈이었어요. 사방이 책으로 둘러싸인 방에 조금 어두컴컴하게 해놓고 지내고 싶습니다. ^^

stella.K 2017-08-02 19:31   좋아요 0 | URL
ㅎㅎㅎ 책 흡혈귀 같다 얘.
넌 좀 책에서 빠져 나올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 말야.
너 이번 휴가 어떻게 쓸지 딱 견적이 나온다. 흐~

cyrus 2017-08-02 20:04   좋아요 0 | URL
걱정하지 마세요. 누님. 이번 휴가날에 친구랑 같이 일본에 가기로 했어요. ^^

transient-guest 2017-08-03 01:20   좋아요 0 | URL
저도 그런 생각을 자주 합니다. 같이 책읽고 놀 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더욱 좋겠죠. 책으로 둘러싸인 집, 아주 두꺼운 커튼을 쳐서 완벽하게 빛을 차단하고, 촛불을 켜면 좋겠네요.ㅎㅎ

jeje 2017-08-03 0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밤은...정말이지, 짱!!좋아요!!

transient-guest 2017-08-03 01:20   좋아요 0 | URL
11시까지는 그냥 밤인데, 12시부터는 확실히 모든 것이 조용해지는 진짜 밤의 느낌이 확 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