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세키 전집 세번째와 네번째를 읽고, 다섯번째를 열심히 걸어가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앞서의 두 권에 대한 줄거리나 느낌이 뭔가 통째로 뇌를 드러낸 것처럼 생각이 나지 않는다.  읽은 흔적이라도 남기려고 간략한 줄거리를 찾아 다시 기억을 살렸지만, 역시 별다른 느낌이 없다.















그저 당시의 사회상, 그 안에서 이리저리 휩쓸리는 다양한 인간들의 모습만 조금 떠오를 뿐.  '풀베개'에서 화자와 묘한 소문의 그녀의 얽힘이 조금 흥미롭다는 생각, 그리고 '태풍'에서 속물들 틈에서 고군분투하는 도야 선생의 모습이 생각하는 정도.  결과적으로 이 두 작품과의 좀더 깊은 만남은 시간이 더 흐른 뒤에야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소세키 전집을 읽으면서 자꾸만 overlap되는 건 예전에 읽은 '도련님의 시대'라는 만화다.  소세키를 중심으로 메이지 시대의 문인들과 사회의 모습을 그린 건데, 쏠쏠한 수작이다.  아무래도 만화가 소세키를 모티브로 잡았던 것 때문에 그럴 것이다.










끝으로 방금 점심시간에 읽은 작고 귀여운 책.


내용의 반 정도는 몇 개의 특이한 독립서점의 소개.  가수 요조가 얼마 전에 열어 더욱 화제가 되기도 했고, 더러는 빈정거리고 있는 책방 무사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반의 반 정도는 엽서와 서점의 선전글, 남은 반의 반은 서점에서 추천하는 책 이야기.  


남들이야 뭐라던,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사는 건 좋다. 누구한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고, 능력껏 서점을 일구고, 다른 일도 하면서 그렇게 사는 모습이 좋다.  가수는 서점을 내면 안된다는 법도 없고, 꼭 서점으로 먹고 살지 못해도,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겠다는데, 왜들 그리 말이 많은건지.  요조의 노래는 내 취향이 아니지만, 그렇게 누구든지 뜻하는 바에 따라 열심히 살아가는 건 그대로 한 폭의 그림이자 영화의 한 장면이 된다.  


혹시 아나?  지금의 이런 내 모습도 그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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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16-10-20 08: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쓰메 소세키, 시작해 볼까요?

이런 책이 알라딘에서 전자책으로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참고로 같이 읽어 보세요~ ^^

transient-guest 2016-10-21 05:45   좋아요 1 | URL
뷰어설치하고 구매형식으로 처리했는데, 파일다운로드는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어서 지금 찾아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ㅎ

雨香 2016-10-21 11:17   좋아요 0 | URL
앗 ^^ 감사합니다. ^^
올해가 지나기 전 소세키에 도전해볼 생각인데, 감사합니다.

붉은돼지 2016-10-20 11: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도련님의 시대가 만화책이었군요. ^^;;;

transient-guest 2016-10-21 05:45   좋아요 1 | URL
네. 잔잔하지만 상당히 재미있게 봤습니다.

雨香 2016-10-21 11:19   좋아요 0 | URL
고독한 미식가의 만화가 지로의 작품인데, 평이 좋더군요.(저는 아직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같은 만화가의 `열네살`이라는 만화 역시 잔잔하고 좋습니다. 도련님의 시대는 소세키 도전때 읽어보겠습니다.

transient-guest 2016-10-22 02:43   좋아요 1 | URL
같은 만화가/원작자 모두 작품이 좋습니다. 아버지의 가방, 개를 키우다, 등등..다 괜찮은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작화는 다소 촌스럽(?)지만 이게 또 무척 리얼해서 그 시대에 딱 맞아 아주 그만입니다.

cyrus 2016-10-20 1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멋진 도전을 하시는군요. 애거서 크리스트 전집 완독을 성공하셨으니 소세키 전집 완독 달성이 충분히 가능할 겁니다. ^^

transient-guest 2016-10-21 05:47   좋아요 0 | URL
애거서 크리스티는 워낙 방대해서 오래 걸렸지만, 소세키는 지금 5권까지 읽었으니 금방 끝날 듯 합니다.ㅎㅎ `우미인초`는 조금 더 내용이 잘 들어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