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세키 전집 세번째와 네번째를 읽고, 다섯번째를 열심히 걸어가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앞서의 두 권에 대한 줄거리나 느낌이 뭔가 통째로 뇌를 드러낸 것처럼 생각이 나지 않는다. 읽은 흔적이라도 남기려고 간략한 줄거리를 찾아 다시 기억을 살렸지만, 역시 별다른 느낌이 없다.
그저 당시의 사회상, 그 안에서 이리저리 휩쓸리는 다양한 인간들의 모습만 조금 떠오를 뿐. '풀베개'에서 화자와 묘한 소문의 그녀의 얽힘이 조금 흥미롭다는 생각, 그리고 '태풍'에서 속물들 틈에서 고군분투하는 도야 선생의 모습이 생각하는 정도. 결과적으로 이 두 작품과의 좀더 깊은 만남은 시간이 더 흐른 뒤에야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소세키 전집을 읽으면서 자꾸만 overlap되는 건 예전에 읽은 '도련님의 시대'라는 만화다. 소세키를 중심으로 메이지 시대의 문인들과 사회의 모습을 그린 건데, 쏠쏠한 수작이다. 아무래도 만화가 소세키를 모티브로 잡았던 것 때문에 그럴 것이다.
끝으로 방금 점심시간에 읽은 작고 귀여운 책.
내용의 반 정도는 몇 개의 특이한 독립서점의 소개. 가수 요조가 얼마 전에 열어 더욱 화제가 되기도 했고, 더러는 빈정거리고 있는 책방 무사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반의 반 정도는 엽서와 서점의 선전글, 남은 반의 반은 서점에서 추천하는 책 이야기.
남들이야 뭐라던,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사는 건 좋다. 누구한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고, 능력껏 서점을 일구고, 다른 일도 하면서 그렇게 사는 모습이 좋다. 가수는 서점을 내면 안된다는 법도 없고, 꼭 서점으로 먹고 살지 못해도,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겠다는데, 왜들 그리 말이 많은건지. 요조의 노래는 내 취향이 아니지만, 그렇게 누구든지 뜻하는 바에 따라 열심히 살아가는 건 그대로 한 폭의 그림이자 영화의 한 장면이 된다.
혹시 아나? 지금의 이런 내 모습도 그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