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Time Traveler's Wife란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책으로 먼저 유명해진 작품을 영화화했는데, 시간여행자라는 것이 약간은 '귀신'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다. Wife의 시간 어느 시점에는 죽은 남편이지만, 과거 어느 때인가의 모습으로 계속 Wife의 일상에 나타난다는 점에서 그랬던 것 같다. 비슷한 모티브로 뇌파의 강력한 진동을 통한 시간여행을 다룬 것이 Map of Time이라는 책인데, 비슷한 구조로 H. G. Wells가 실상은 시간여행자였음을 이야기한다.
Time Traveler's Wife작가가 쓴 다른 책이 일러스트로 나온 것을 아주 우연히 만났다. 한국어로 번역된 것을 주문하려다가 기다리지 못하고 아마존에서 영문판을 구했다.
한 여자가 새벽 4시 정도에 시카고의 한적한 구석을 걷고 있다. 자정께 같이 사는 애인과 심하게 다투고 뛰어나와 정처없이 거릴 돌아다닌 것. 그러다가 한 구석에 주차되어 있는 구식 RV를 발견한다. 이동도서관이라는 이 RV에 올라타 겉에서 볼 때보다 넓어보이는 내부 가득 들어차 있는 책장을 채우고 있는 건 그녀가 기억하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읽어온 모든 책들이다. open hour는 일몰에서 일출까지. 이후 그녀는 이동도서관을 찾아 정처없이 거릴 떠돌고, 그 와중에 애인과도 헤어지고, 도서관 사서가 되어 살아간다. 그러다가...
짧고 몽환적인 이야기로 아주 짧은 순간 아련한 향수와 함께 강력한 펀치를 날리는 느낌이다. 갑자기 아주 구닥다리 위네바고 (RV의 모델 중 하나)를 사들여 내부를 뜯어내고 양 벽에 책장을 세워 책을 보관하고 싶어지기도 했고, 먹고살만한 투자가 되면 이런 식으로 세상을 떠돌아보는 상상도 했다. 그런데 스포일러가 될까 밝히지는 않겠지만, 이 이동도서관의 사서가 되려면 아주 힘든 고비를 넘겨야 한다. 도저히 가능할 것 같지 않다는 말이다.
예전부터 RV를 들여다보면서 이동사무실을 꾸미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산다. 대형 RV보다는 대형밴 정도 크기를 개조한 녀석을 사무실로 개조하여 가끔 스케줄이 너무 빡빡하지 않으면 훌쩍 떠나서 21세기의 유비쿼터스 업무환경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요세미티나 너무 멀지 않은 redwood 가득한 국립공원의 RV파크에서 머물다 오고 싶다. 가끔 일주일 정도는 그렇게 해도 업무에 지장이 없도록 잘 셋업해놓고, 그렇게 환경을 바꿔 일하다 쉬고 오면 좋겠다. 이동도서관의 사서는 모르겠지만, 이건 아주 불가능한 꿈이 아니다. 그저 돈을 조금 더 벌고, RV를 세워놓을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된 집이 있으면 된다. 가능할 것 같다.
아는 만큼 보이고 들린다고 어제 쓰지 않았던가. 아마도 어제까지 읽고 있었던 이 책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었을까? 아는 감독과 아는 영화의 이야기는 이동진 기자 특유의 디테일과 이에 따른 가끔의 늘어짐에도 불구하고 아주 흥미진진했지만, 모르는 영화, 관심없는 감독의 이야기에서는 아주 지지부진하게 느꼈다. 영화평론도 아닌 인터뷰 모음이라면, 준비한 사람도 진이 빠지도록 영화를 보고, 질의를 만들고 대담을 하여 책으로 정수를 뽑았다고 해도, 경우에 따라서는 상당히 지리한 문답으로 끝날 수도 있다. 거기에 대화체를 읽어가는 피곤함이란 상당한 고통과 다름 아니다. 이동진 기자, DJ를 좋아하지만, 또 그의 다른 책들은 잘 읽었지만, 이 책은 도무지 정이 붙지 않았다. 다른 한 권은 조금 더 나은 듯 싶은데, 아마 아는 영화와 감독이 나와서 그럴 것이다. 어인 일인지 몰라도 이동진 기자, DJ의 책은 가끔 이렇게 늘어지는 맛(?)이 있다. 그의 따뜻하고 감성어린 목소리를 상상하면서 읽을 수 밖에.
겨우 이틀을 열심히 뛰었다고 업무가 정상화되고 있다면 아직 그리 바쁜 practice는 아닐지도 모르겠다. 사무실 오픈 후 3년부터는 내 한몸, 내 가족을 편하게 살게 할 만큼의 수준으로 키울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에 다다른 지금 조금 더 규모를 확장해야 하고, 이에 투자되어야 하는 금액 만큼은 risk로 온전히 나의 몫이 된다. 내년엔 조금 더 잘할게요...하면서 더 열심히 달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