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상태가 좋지 않을 때 가끔 막걸리를 마신 다음날 뻥~ 뚤린 경험이 있어 사러 나가려고 했더니 벌써 한국마트는 문을 닫을 시간이다. 지금이야 traffic도 심하지 않고 해서 빨리 갈 수 있지만, 그래도 20분은 잡아야 하는데, 여름해가 길어서 시간이 지나가는 걸 잘 모르고 있었다. 오후 4시에 방문상담이 잡혀버려서 점심운동을 싱겁게 했더니 좀 부족한 듯. 그런데 정작 오후 2시에 취소연락이 와버렸다. 가끔이지만 한국인 고객들, 특히 한국에서 갖 넘어온 사람들은 시간관념이 좀 부족한 것 같다. 심지어 전날 오후에 급하다고 생떼를 쓰길래 다음날 오전출근에 맞춰 약속을 잡아줬더니 밤새 맘이 바뀌었는지, 출근시간전에 전화를 해서 오지 않겠다고 메시지를 남기는 사람도 있었는데, 역시 잠시 방문중인 사람이었다. 이게 얘길 잘못하면 이상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데, 확실히 경험상 아직 한국-중국의 경우 (1) 지식정보에 대한 비용지불개념이 없는 경우, 그리고 (2) 같은 맥락에서 타인의 시간에 대한 개념이 부족한 것을 자주 본다. 중국계 변호사들하고 얘기하면 내가 한국인들에게서 느끼는 점과 싱크로율 거의 100%. 물론 근대시민의식은 우리가 좀더 앞선 부분이 있지만, 그거야 산업화가 더 빨리 되었고 그만큼 현대적인 의미에서 에티켓 같은데 더 정착된 것일뿐, 큰 부분에서는 아직 아쉬운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이런 말을 하다보면 역시 이곳에서 오래 살았구나 하는 생각과, 그리운 고국이지만, 뭐랄까 아련한 기억속의 첫사랑 같은거라서 지금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 사는 건 무리라는 생각을 한다, 첫사랑을 다시 만나봐야 별볼일 없을 것처럼. 그러고보니 마지막으로 한국을 갔던 것도 거의 4년 전. 빠르게 변하는 도시는 얼마나 더 많이 변했을까. 주변에 산과 언덕을 다 깎아버리거나 빌딩으로 가려버린 삭막함을 넘어선 서리얼한 풍경에 가슴이 답답했었는데...
다시 운동을 가려고 하다가 컴을 켜고 나니 바깥은 너무 춥다...그렇다. 엘니뇨는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아직도 완전히 어두워지지 않은 밤 8시 40분인 지금의 온도는 섭씨 17도. 바람도 간간히 불어서 꽤 춥게 느껴진다. 원래 추위에 강한 사람이지만, 나이와 엘러지 앞에는 장사가 없는 듯. 문무겸전, 무림천하, 일통강호의 꿈은 점점 멀어져만 간다...
엄청난 속도로 읽어내던 책도 한풀 꺾여 요 근래엔 만화책만 붙잡고 있다. 여름 중에 로맹 가리와 소세키를 전작해보는 것을 목표로 삼기는 했는데, 현실은 소설과 SF, 그리고 만화라는...
밤이 되니 다시 차분하게 맘이 가라앉고, 어제 마시다 남긴 와인을 홀짝거릴까 고민하게 된다. 그런데 이틀 연속은 너무하잖아...이젠 몸이 버텨내질 못하니, 참아야한다. 제때 끼니를 챙겼으면 딱 이시간 정도에 오는 술허기가 없을 것을...건강한 생활은 역시 좋은 습관에서 오는 것 같다.
사람이 모두 떠난 후쿠시마에 버려진 동물을 돌보는 한 아저씨의 이야기를 사진에 담았다. 사람이 필요에서 키우다가 방사능에 오염되어 먹을 수 없게 되고, 함께 할 수 없게 되니 살처분만이 답인 것처럼 접근하는 것에 반발하여 소중한 생명들을 돌보기 위해 남은 이 사람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그렇게 고양이도, 개도, 타조도, 소도, 무엇도 손이 닿는대로 거두어 먹이고 함께 살아가는 걸 보면 잔잔하지만 깊은 감동을 느끼다 못해 이상한 부러움까지 느껴진다. 다만 구체적인 이야기보다는 짧은 사진집에 가까운 책이라는 점에서는 이 사람의 삶에 깊에 다가갈 수 없기 때문에 아쉬움 부분이 있다. 이 의인에 대한 이야기는 예전에 들은 기억이 있는데, 책을 보고 혹시나 이런 분들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 산 것.
차를 한 잔 마시고 일찍 잘 생각이다. 엘러지 약을 먹으면 기침도 좀 잦아들테니까 잠이 오겠지?
이렇게 저렇게 하루씩 보내고 나니 벌써 또다시 목요일이다. 소중한 6월의 반이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