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한달의 독서결산을 해보니 34권 정도를 읽었다.  물론 대부분 소설이나 가벼운 에세이라서 그리 깊은 책읽기를 했다는 생각은 하지 않지만, 신나게 읽긴 했다.  분명히 고전이나 그 밖의 양서를 읽고 또 읽어 자기만의 것으로 소화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너무 쓰레기 같은 걸 읽는 것을 제외하고는 책읽기는 일단 재미있어야 한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마이클 더다였나, 폴 오스터였나, 비슷한 이야기를 했던 것 같은데, 아무튼 다른 일도 그렇겠지만, 책읽기가 일찍 한 사람의 습관으로 자리잡기 위해서, 그리고 이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재미를 느끼는 일은 양서를 온전히 소화시키는 것 이상 중요하다고도 생각된다.  


이제 반을 채워가고 있는 2016년은 신년벽두부터 무엇인가에 사로잡힌 것처럼 책을 구했다.  작년에서 넘어온 넉넉한 초기입금도 그랬고, 그 후에도 꾸준히 벌이가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3-4월의 세금시즌에 잠깐 주춤했지만, 거의 한 달에 3-4번 꼴로 평균 $200어치의 책을 주문했던 것 같다.  대부분 제대로 읽지도 못하고 목록에 입력하여 정리해둘 수 밖에 없었는데, 어떤 책들은 분명히 지금 당장 읽기 위해서 사들인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천병희의'로 시작되는 원전 그리스-로마고전이나 '문제적 인간' 시리즈, 카뮈전집, 소세키전집이 그랬고, 다자이 오사무나 다니자키 준이치로를 비롯한 다수의 일본근대문학에 속한 책들, 간간히 구한 민음사, 열린책방, 그리고 문학동네의 문학전집도 그랬다.  심지어는 만화책도 그렇게 쌓아두었는데, 스케줄을 잘 조정하면 조금은 시간을 더 쓸 수 있을지도 모르는 6월과 7월 중에 다 읽어볼 생각이다.  


그럭저럭 이번 주의 업무진도를 맞췄으니까 다음 주부터는 조금 더 일거리를 조정하고 늦어진 케이스들은 고객을 재촉할 계획이다.  가능하면 오전 4시 정도에 일어나서 한 시간 정도 정신을 가다듬고 5-7시까지는 운동을 하고 이후 8시 정도면 출근할 수 있을 것이다.  사무실은 지금 사는 곳에서 차로 10분 이내의 거리에 있기 때문에 이렇게 하여 좀더 맑은 정신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오후 5-6시 정도에 퇴근하면 가볍게 저녁을 먹은 후 잘때까지는 책을 붙잡을 것이다.  여기에 변수는 게임인데, 애써 업그레이드한 PC를 사용하고 싶어 손이 근질근질거리는 때가 있어서 스케줄에 맞춰 계획적이고 조직적으로 전투적인 책읽기를 할 수 있을지 조금 걱정된다. 




[요즘은 팟캐스트 시대]는 즐겨듣는 팟캐스트 중 하나인데, 주로 바이닐을 통해 소개되는 인디계열의 음악을 소개해준다.  이를 통해 우효를 만난 건 정말 행운이었는데, 제대로 적어두지 않다가 잊어버린 노래도 많은데, 엊그제 들은 '전기뱀장어'의 '마지막 승부'는 뭔가 계속 듣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물론 우효도 여전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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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6-06-03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저도 책읽기는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재미있어야 지속가능하고요. 저는 처음부터 재미있어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재미있는 책읽기로 접근한다면 계속 읽을 수도 있을 뿐더러 독서력도 향상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덜 재미있는 것도 읽고 소화할 수 있어시즌거죠.

그나저나 한 달에 34권이라니, 일하시면서 그렇게 책을 읽으시다니, 아무리 가벼운 책이라해도 진짜 대단하시잖아요!!!

transient-guest 2016-06-03 15:32   좋아요 0 | URL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운동도 그렇지만, 재미있는 책을 계속 읽어가면서 독서근육을 키우면 이를 바탕으로 좀 어려운 책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수준의 참을성과 안목도 생기는 것 같습니다.ㅎ 저는 책을 좀 가볍게 읽는 편이라서 많이 읽기는 하는데 머리에 stay하는 시간은 매우 짧답니다.ㅎ

Forgettable. 2016-06-03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노래 좋네요. 아침 시작하기에 상큼상큼. 요즘 공부도 대충 마무리 되어 가고 해서 다시 책읽기 시작했어요. 독서근육이란 말이 진짜 맞는게 안읽어버릇하니까 없어도 잘 살아지더라구요. ㅎㅎ 이제 슬슬 원서도 읽고 있는데 사전 찾기 귀찮아서 10페이지 읽다가 놔버리는 ㅠㅠ

transient-guest 2016-06-03 23:57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처음보다는 긴장도 늦춰지고 관성이 생기는 것이겠죠..ㅎ 그래도 저와는 다른 뭔가 모험 가득한 삶을 사시는 듯하여 부럽습니다.ㅎ 책읽기는 up and down이 있으니까, 또 어느날엔가 갑자기 재미를 느끼고 미친 듯이 읽는 날이 올거에요.ㅎ

cyrus 2016-06-03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서는 자기 자신만 즐길 수 있는 유익한 놀이입니다. 남들이 안 보는 거나 재미없다고 말하는 책도 자기가 재미있게 즐기면 그만입니다. ^^

transient-guest 2016-06-03 23:57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그러고보면 전 참 혼자놀기를 잘 하는 듯...ㅎ 기질적으로...

건조기후 2016-06-03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 하시면서 저 정도면 정말 전투적 책읽기네요 ㅎㅎ 말씀처럼 책이란 게 분명 읽을 가치가 없는 책도 있긴 하지만 어지간하면 뭐든 읽어서 손해볼 일은 없는 거 같아요. 어떤 의미로든 하나라도 건지는 게 있고 최소한 그 독서근육이라도 만들어주니까. 부지런히 읽어야 하는데 요즘의 저는 좀 전의를 상실한 병사같네요 ㅎㅎ

transient-guest 2016-06-03 23:58   좋아요 0 | URL
물론입니다. 마중물 같은 독서도 있구요. 다만 나이에 따라 시기에 따라 어떤 종류의 책은 확실히 덜 읽게되는데, 저의 경우는 자계서들이 좀 그렇습니다. 요즘은 자계서와 인문에세이를 섞은 탓에 구별이 어렵긴 하지만, 심리적인 거부감이 좀 있는 것 같네요. 역시 꾸준히 책을 잡다 보면 다시 좋은 시간이 또 올것입니다.ㅎㅎ

몬스터 2016-06-10 2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달에 34권이시라니요!!! 와---하루에 한 권씩이라.... 저도 어제 다락방님 책 , 하루만에 끝내긴 했는데 , 그렇게 매일을 하셨다는 말씀이되네요.

서재를 한 번 쭈욱 사진 찍어서 구경시켜 주실 때가 올까요? ( 궁금 궁금 ㅎㅎㅎ )

transient-guest 2016-06-10 23:35   좋아요 0 | URL
서재라기 보다는 책을 세 군데 나눠서 보관하고 있어요...자리가 없어서.. 사무실이 가장 큰 규모고, 아파트와 부모님 댁에 따로 더 있습니다. 나중에 올려볼게요.ㅎㅎ 제가 최근에 본 책은 소설류라 쉽습니다. 그냥 마구 읽기엔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