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자주 하는 소리가 되어 쓰는 나도 매우 식상한 이야기가 되어버렸지만, 요즘 책읽기도, 일상도 무엇도 흥미를 잃은 나날들이 계속 되고 있다.  어디에선가 위로를 받고 싶기도 하고,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혀 다잡을 수 있었으면 하고 있던 어제 오후, 다시 장샤오위안 교수의 [고양이의 서재]를 꺼내어 들고 한 페이지씩 넘기기 시작했다.  아주 많이는 아니었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만은 다른 모든 것을 잊고 책이 모이고 한 권씩 읽어지는 것에 대한 잔잔한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책 뿐 아니라 이분은 DVD도 3000장이나 모은 사람이라서 나의 수집벽과는 조금 통하는 점이 있어 더욱 공감하면서 볼 수 있었다.  


"오후의 햇살이 비스듬이 비치는 서재에서 게으른 고양이가 책과 디브이디 사이를 거닐다 앉았다 하며 동서고금의 신기하고 이상한 일들을 생각하는 모습을, 나는 언제나 상상한다."


"누구도 세상의 책을 금하고 없앨 수 없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눈 내리는 밤, 문을 닫고 금서를 읽는' 것은 중국 문인들이 줄곳 사랑해 온 경지다.  수많은 책이 금지됐던 그 시절, 문을 닫고 갖가지 '봉자수' (봉건주의, 자본주의, 수정주의)의 독초를 읽는 것은 얼마나 자극적인 일이었는지!"


"이과 계열 학문을 하다가 문과 계열 학문을 하는 건 문제없다.  그러나 문과 계열 학문을 하다 이과 계열 학문을 하는 것은 내 여태 본 적이 없다"


"'수재는 군사를 논한다'라는 중국 문인의 전통적인 취미..."


"나는 대개 조용히 경청만 했지만 듣는 내내 상쾌한 봄바람을 맞는 듯 선생의 말씀에 깊이 감화되었다"


"역사를 공부할 때는 역사서만 보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한쪽에는 연표, 다른 한쪽에는 역사 지도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역사를 제대로 공부하고 이해하고 싶다면 이 점은 필요 불가결하다...시간 개념은 공간 개념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난 외국 여행을 하고 싶지도 않았고 바다에 놀러 가고 싶지도 않았다.  그저 편안히 공부를 하고 싶었다"


"난 이런 충동을 무척 소중하게 생각한다.  중년으로 접어들수록 더욱 귀하게 느껴져서 이런 충동이 일어날 때마다 소중히 하려고 한다. 젊을 때는 지식욕이 강하기 때문에 이런 걸 모른다...어떤 일에 흥미가 생기고 그 분야에 좀 더 깊이 들어가고자 할 때는 관련된 책을 읽는 편이 좋다"


"지금까지 독서는 나의 낙이었다.  내 인생의 정신적 지주였다.  나는 독서를 통해 나 자신을 지탱하고자 했다.  독서는 나 자신이 진실로 꽉 차있다고 느끼게 해 주었고 허황되지 않았다."


"책을 모아서 가장 직접적으로 좋은 점은 필요로 할 때 언제든 찾아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나는 다른 사람에게 책을 빌려주지 않는 편이다.  돌려받지 못할까 걱정하는 탓이다.  책에 대한 나의 애정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책을 빌려 가고도 신경 쓰지 않고 아무렇게나 굴리다가 책을 잃어버리면 없어졌나 하고 만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은 자기의 책장을 보는 일이 무척 즐거울 것이다.  하루 종일 나가지 않아도 된다면,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서재에서 보낼 것이다"


"독서에서 가장 좋은 경지는 놀이 삼아 읽다가 역사 자료를 발견하는 것이다"


"열심히 재미있는 글을 쓰면 누군가 책을 내자고 찾아오는 날이 온다"


"좋은 서평에는 세 가지 의무가 있다. 첫째, 책을 소개한다.  이 점은 책을 읽고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둘째, 책을 평가한다.  책을 적절한 배경에 놓고 평가하는 일인데 일부 사람은 해내지 못한다. 서평가는 해당 책과 비슷한 책이나 관련된 주제를 이해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셋째, 이건 상대적으로 더 어려운데 서평가의 취향에 달렸다.  책에서 재미있는 어떤 것을 찾아내 독자와 공유하는 작업이다."


"서평을 잘 쓰려면 해당 책의 분야에 익숙해야 한다"


"현대 문명의 빠른 발달에 따라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거리는 점점 더 멀어졌고 이 두 문화는 갈수록 분리를 심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관심이 있다면 시간은 생기기 마련이며, 문과와 이과늘 두루 익히겠다는 목표는 평생을 들여 추구해야 하는 것이다"


"내게는 몇 차례 다듬어 정리된 '삼불 정책'이 있다. '욕하지 않고, 싸우지 않고, 멈추지 않는다'"


"요즘 공부하는 젊은이는 달달 들볶이거나 경비가 없어 학술회의조차 참가하지 못한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각양각색의 비교 평가를 하지 않으면 처질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빠진다.  이런 경쟁 분위기는 지금의 관리자들이 바라는 것이다"


"베이징대학교의 리링 교수는 대학을 양계장으로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교육이나 이과의 기초 이론 연구나 인문학 연구는 건축이 아니다"


"대체로 좋은 학문 분위기를 조성한다면 성과는 언젠가 나오게 되어 있다"


"어떤 상식 (혹은 진리)이라도 적용 범위라는 게 있고, 이 범위를 넘어서면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인생의 고수는 사람을 볼 때 대체로 작은 데에서 큰 것을 아는 법이다"


책 있으면 부자, 일 없으면 신선 


책의 맺음말의 제목으로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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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4-29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헌책 사들이는 충동을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나이 들어서 몸이 둔해지고, 시력이 떨어집니다. 그러면 쪼그려 앉기가 어렵고, 책 제목이 보이지 않을 거예요. ^^

transient-guest 2016-04-30 00:55   좋아요 0 | URL
눈 건강을 지키는 건 독서인의 기본자세가 되어야 할 것 같아요. 안경을 쓰고 난 후에는 계속 시력이 떨어지고 있어서, 지금부터라도 당근주스와 결명자차를 매일 마시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의 충동이라면 그저 책이나 미디어를 구해서 모아들이는 건데, 그런 흥미라도 갖고 있으니 감사할 뿐입니다.ㅎ

몬스터 2016-04-29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고양이 서재 ) , 예전에 리뷰 쓰신거 보고 , ebook 다운 받아 뒀는데 , 아직 안 읽고 있어요. 곧 읽고 신고하겠습니다. ㅎㅎ

관심이 있으면 시간이 생긴다는 말 , 맞는 것 같아요. 우선 순위에서 밀리는 일들을 보면 , 내게 흥미를 주지 않는 일이 대부분이니까요

제 코코는 언제나 똥꼬발랄해서 긁고 , 물고 , 잡아 당기고 , 부산히 돌아다니고 있어요. 언젠가는 게을러질까요 ㅎㅎㅎ. ( 아직 애기라서 그런 듯 )

주말 푹 쉬시고 나시면 기분 조금 나아지실 거예요.

transient-guest 2016-04-30 00:5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늘 같은 일상을 반복하는 걸 싫어하지는 않는데, 요즘은 burn-out된 느낌을 받아요...그냥 재미도 없고,..고양이는 예전에 키워봤는데 개와는 다른 느낌이었어요...ㅎ

yamoo 2016-05-01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있으면 부자...근데, 어느 정도를 넘기면, 처치 곤란한 애물단지...ㅜㅜ

transient-guest 2016-05-02 00:22   좋아요 0 | URL
너무 많으면 적자로군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