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일어나지 못하는 루틴으로 다시 돌아온 탓에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점점 늦어지고 있다. 밤 10시 정도에는 잠깐 누웠다가 이런 저런 이유로 다시 일어나 노닥거리고 나면 자정을 넘기기 일쑤다.
오늘도 변함없이 그런 밤을 맞아서 일이라도 하려고 노트북을 켰으나 메일도 다 정리했고 그렇다고 이런 머리로 복잡한 일을 하고 싶지는 않아서 잠깐 알라딘에 들어와버렸다.
지난 5월 마지막주 한국에서 선편으로 보낸 책 세 박스가 60일만에 도착했다. 우체국 3호박스 세 개에 나눠서 20kg이하로 무게를 맞추고 그간의 경험을 살려 패딩을 잔뜩 넣어서 최대한 책이 덜 흔들리게 하고 박스를 테이프로 둘러싼 덕분에 역대급으로 깨끗하게 망가지지 않은 채 잘 도착했다.
결론은 읽지 못한 책이 넘치는 와중에 더욱 그렇게 되었다는 것. 책을 사도 한국에서 굳이 이곳으로 DHL을 이용해서 받을 이유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게임을 하려고 해도 도통 집중이 어려운 건 요즘 부쩍 늘은 이 몸의 나이탓이다.
예전 같았으면 게임을 잡고 밤새 시간을 보냈을텐데.
대학때 침대와 책상, 책장 두 개를 넣으면 꽉찬 방에서 지금은 없어진 Red Dog란 값싼 맥주 six pack과 chip 한 팩으로 밤새 게임을 하다가 '소오강호'를 읽던 시절이 조금은 그립다. 꿈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던 그때와 더 좋은 걸 먹고 마실 수 있고 원하는 걸 쉽게 구하는, 하지만 꿈이 별로 없는 지금. 물론 난 지금이 젊은 시절보다 더 좋다만, 가끔은 그때의 내 모습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