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일어나지 못하는 루틴으로 다시 돌아온 탓에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점점 늦어지고 있다. 밤 10시 정도에는 잠깐 누웠다가 이런 저런 이유로 다시 일어나 노닥거리고 나면 자정을 넘기기 일쑤다. 


오늘도 변함없이 그런 밤을 맞아서 일이라도 하려고 노트북을 켰으나 메일도 다 정리했고 그렇다고 이런 머리로 복잡한 일을 하고 싶지는 않아서 잠깐 알라딘에 들어와버렸다.


지난 5월 마지막주 한국에서 선편으로 보낸 책 세 박스가 60일만에 도착했다. 우체국 3호박스 세 개에 나눠서 20kg이하로 무게를 맞추고 그간의 경험을 살려 패딩을 잔뜩 넣어서 최대한 책이 덜 흔들리게 하고 박스를 테이프로 둘러싼 덕분에 역대급으로 깨끗하게 망가지지 않은 채 잘 도착했다. 


결론은 읽지 못한 책이 넘치는 와중에 더욱 그렇게 되었다는 것. 책을 사도 한국에서 굳이 이곳으로 DHL을 이용해서 받을 이유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게임을 하려고 해도 도통 집중이 어려운 건 요즘 부쩍 늘은 이 몸의 나이탓이다. 


예전 같았으면 게임을 잡고 밤새 시간을 보냈을텐데. 


대학때 침대와 책상, 책장 두 개를 넣으면 꽉찬 방에서 지금은 없어진 Red Dog란 값싼 맥주 six pack과 chip 한 팩으로 밤새 게임을 하다가 '소오강호'를 읽던 시절이 조금은 그립다. 꿈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던 그때와 더 좋은 걸 먹고 마실 수 있고 원하는 걸 쉽게 구하는, 하지만 꿈이 별로 없는 지금. 물론 난 지금이 젊은 시절보다 더 좋다만, 가끔은 그때의 내 모습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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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5-07-31 23: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밤새 게임하던 시절의 체력과 열정(?)이 그리워 지기도 합니다.

전 밤새 대항해시대 온라인과 와우했던 기억이 나네요. 특히 대항해시대는 포르투칼 리스본에서 인도 고아까지 실제 시간 2시간이 소모되었는데 술 취해 들어와 게임하다 책상에서 잠들었더니 난파되서 남아메리카까지 떠내려간 기억이 나네요. 다음날은 접속해서 남아메리카에서 유럽까지 난파선 끌어줄 유저분 찾느라고 또 밤새고...다시 해보고 싶네요.

transient-guest 2025-08-01 06:27   좋아요 0 | URL
저는 중독될까봐 온라인게임은 한번도 안 해봤어요. 혼자 노는걸 더 좋아하기도 하구요. ㅎㅎ 실시간으로 게임이 진행되니 그런 재미있는 경험도 하셨군요.ㅎㅎ 저는 이제 난이도가 높은 요즘 게임은 흥미가 점점 떨어지고 옛날에 했던 디아블로 1 같은게 좋네요. ㅎㅎ 이래서 사람이 점점 고인물이 되어가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