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탁환 작가의 책은 구할 수 있는 것들은 모두 사들였고, 설사 절판되었더라도 어떻게 해서든지 읽도록 노력했다.  그 결과 한 동안 김탁환의 작품들이 모두 비슷해 보일만큼 그의 글과 방향, 냄새, 그리고 그가 보여주는 세계관을 익혔더랬다.  그리고 한참 그의 새 책을 읽지 못하다가 '밀림무정'을 연초에 읽었는데, 김탁환 보다는 김훈의 냄새를 더 많이 풍겼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번에 읽은 '목격자들'은 간만의 강한 그만의 작풍을 보여주었다고 생각된다.  또한 이 책은 세상에 대한 작가의 작은 저항과도 같은 것인데, 비록 마쓰모토 세이초의 날카로운 감각도 부족하고, 장르적 특성상, 그리고 시대적인 특성상 기대했던 만큼의 필력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유명작가들이 침묵하는 현실에 비춰보면 너무 고맙다는 맘이 든다.  


세월호가 가라앉은 후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흐른 후 무엇인가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아니 이것은 김탁환이라는 작가가 세상에 던지는, 부정한 이 정권에 던지는 절규다.  미약하지만, 그가 할 수 있는 혼신의 힘을 다한 쌍욕의 저항이다.  스토리의 모티브를 따라가는 것보다는 그저 저항에 동참하여 이 참혹한 사건을 유병언 하나로 깨끗하게 정리한 자들에게 침을 뱉는 기분으로 읽어내려갔다.  자료를 구할 수 있으면 나라도 마쓰모토 세이초를 흉내내어 '음모론'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질 정도다.  이 시대에는 정조대왕도 없고, 이명방도, 김진도, 홍대용도, 백동수도 없다.  한데 힘을 모으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을 것만 같은데, 막상 흩어진 맘을 오롯이 한 곳으로 모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난 무엇을 해야 하는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한창훈의 글은 너무 맛깔스럽다.  좋은 노래, 목소리, 드라마.  이런 것들을 표현할 때 맛있다는 표현을 쓰는 것을 종종 보는데, 한창훈의 글에서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냄새, 물고기 냄새, 삶의 냄새가 진하게 배어나온다.  푹 끓인 된장찌게 같기도 하고, 온갖 양념이 어우러진 잡어 매운탕 같기도 하다.  한땀 한땀 그의 경험과 주변인들의 이야기로 이루어진 개다리 소반에 받은 밥상, 그리고 반주로 땡긴 소주 한잔을 마시는 기분으로 읽었고, 읽는 내내 다른 삶을 그렸다.


나도 그렇게 섬이나 한가한 곳에 들어가서 책을 읽고 몸을 단련하면서 살다가 갔으면 좋겠다.  지금부터 고민을 해본다.  한국에서도, 미국 본토에서도 그리 멀지 않았으면 좋겠고, 내가 하고 있는 일은 계속 지속할 수 있어야 하며, 다른 방편을 찾기에도 나쁘지 않은 곳을 찾아야 한다.  후보지가 이미 있는데, 좀더 구체화할 필요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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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2015-07-08 11: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후보지 뽑으시면 귀뜸해주세요! ^^ 저랑 취향이 딱 같으심~~

transient-guest 2015-07-09 02:35   좋아요 0 | URL
넵! 이상하게 도시보다는 조금 떨어진 교외, 거기서 더 깊숙한 곳도 좋구요.ㅎㅎ 도인이 되었어야할 팔자인 듯..ㅎㅎ 구체화 되면, 그리고 거기서 더 나아간다면 아마도 포스팅 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락방 2015-07-08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창훈의 글은 맛깔스럽다는 표현이 딱 맞는 표현인 것 같아요.
저는 무슨 책이었는지 김탁환 책 한 권 읽고 관심없는 작가가 되어버렸는데, 김탁한의 책을 모조리 찾아 읽으신다니. 아, 저도 한 권 다른 걸 더 읽어봐야겠다 싶어요.

최근에 [리틀 포레스트]란 영화를 봤는데, 도시에서 살기를 열망하는 저조차도 그 영화를 보고나니 한적한 곳에 들어가 내 손으로 내가 먹을 밥을 지어 정갈하게 살고싶다, 하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tg님의 한가한 후보지는 어딜지 궁금하네요. 흣 :)

transient-guest 2015-07-09 02:37   좋아요 0 | URL
한창훈을 보면 그냥 아!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 이런 맘이 나더라구요. 그 속은 누구도 모르겠지만..ㅎ 김탁환은 호불호가 갈리는 작가이기는 합니다. 한창 읽을때에는 다 비슷한 느낌도 있었구요. 그래도 소설은 꽤 재미있습니다.
저도 다락방님 페이지에서 그 영화를 보고서 봤는데, 필름 색깔도 그렇고 좋더군요. 근데 오리를 그물로 잡은 후 다음 장면에서 고기가 되어있는 부분에서 깜놀..ㅎㅎㅎ 후보지는...담에...ㅎㅎ

그렇게혜윰 2015-07-08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처럼 읽은 책으로 구성된 페이퍼를 발견해서 기뻐요ㅋ 떠난다는 것은 그저 희망사항일뿐인데 실행에 옮기시는 분이 있다니 부러울 따름입니다^^

transient-guest 2015-07-09 02:37   좋아요 0 | URL
실행에 옮기려고 구상중인거죠.ㅎㅎ 쉽지 않아요. 그저 한번 정도는 그런 기회가 오지 않을까, 그리고 그 시기를 놓치면 은퇴할 때까지는 곱게 살아야겠지 하는 생각입니다.

몬스터 2015-07-09 0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도 낯설고 책들도 낯설고..... 읽을 책들이 많아요.저는 ㅎㅎㅎ , 수영 할 줄 아세요? ㅎㅎㅎ

transient-guest 2015-07-09 03:58   좋아요 0 | URL
천천히 관심가는 녀석들로 즐겁게 읽어가셔요.ㅎㅎ 저도 남들 서재보면서 늘 놀랍니다, 이런 책도 있구나 하면서요. 수영은 할 줄은 아는데 잘 하지는 못해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