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이 책을 시작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만큼 오래 전에 gym가방에 넣고 다닌 전집의 38번째 이야기다. 요즘 다시 조금씩 자전거를 타고는 있지만, 그간 한 달 가까이 cardio운동을 전혀 할 수 없었고, 그 전에도 워낙 불규칙하게 이를 시행한 덕분에 운동을 하면서 책을 읽을 기회가 많이 줄어들었던 것이 큰 이유였지만, 아마도 자꾸만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게 되는 나 자신의 태만도 그 이유라고 생각된다. 가능하면 운동할 때만이라도 스마트폰을 보지 말아야 할텐데 하면서도, 이메일 때문에, 전화 때문에, 이런 저런 이유로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다. 어쨌든 이 책을 다 읽은 나는 39권을 뽑아 gym가방에 담을 것이다. 75권에 달하는 전집을 다 읽게되는 시점은 아마도 잘해야 이번 연말 정도가 아닐까? 캐드팰 전집은 구해놓고도 시작을 하지 못하고 있고, 동서 미스터리 시리즈 - 틈이 나면 조금씩 구해서 언젠가는 전집을 갖추고자 하는 - 도 전혀 손을 못대고 있다. 그나마 다른 가벼운 추리소설은 배달되면 그때 맞춰 조금씩 읽고는 있지만, 어쨌든 이 시리즈를 다 끝내야 다른 시리즈로 넘어갈 수 있을 듯하다.
모든 용의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한 사람이 죽었다. 희생자와 용의자가 모두 한 시공간에 모여있는 상태에서 발생한 이 사건의 배후를 캐보니 모든 사람이 나름대로 용의자가 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고, 희생자는 쉽게 말하면 꽤 나쁜놈이었다. 언제나 그렇지만, 운동을 하면서 틈틈히 읽는 크리스티의 책은 요즘 기승전결을 제대로 파악하면서 읽기보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전개를 즐기는 편이기 때문에 포와로의 추리를 따라간 기억은 없다. 매우 꼼꼼하게 추리소설을 분석하는 글을 찾는 분은 http://hansang.egloos.com으로 가시면 매우 좋은 리뷰들을 만날 수 있다. 이번 작품의 특이했던 점이라면 아주 마지막 순간까지 투척된 범인떡밥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중으로 장치되어 끝까지 정확한 추론이 어려웠다는 점이 신선했다.
1992년에 타계한 아시모프의 유작에 가까운 이야기집이다. 익히 알려진대로 매우 유명한 추리소설작가로 한 시대를 풍미한 아시모프는 약 400여권에 달하는 작품을 남겼는데, 워낙 다작에 다양한 주제를 건드린 덕분에 이렇게 추리소설도 60여편 이상을 남겼고, 그들은 Black Widowers (흑거미 클럽으로 번역됨)라는 책으로 5-6권 정도가 출간되었다. 한국어로 나온 책을 한 권, 그리고 우연한 득템에 따라 읽은 이 책으로 겨우 두 권만 보았을 뿐이지만, 온라인을 뒤져서 나머지도 다 구해내리라 다짐하고 있다.
Black Widowers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은 전형적인 armchair detective장르인데, 범죄이야기도 있고, 단순한 미스테리를 한달에 한번씩 모여 저녁식사를 하는 모임에서 해결하는 것이다. 늘 그렇듯이 멤버가 추천한 그날의 guest에게 자신의 존재이유를 정당화할 것을 묻는 질문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언제나처럼 이 클럽의 멤버이자 매우 유능한 웨이터인 헨리의 혜안으로 답을 찾는 것으로 끝나는데, 진지한 추리소설이나 일본풍의 호러색채가 강한 이야기가 아닌, 매우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읽다가 보면, 지나간 시절에 대한 향수도 새록새록 올라오는데, 내가 직접 살아보지는 못했지만, 책이 어떤 목적성을 갖고 달려드는 존재가 되기전, 오히려 tv만큼이나 흥미와 오락의 수단이었던 시절, 매우 활발한 도서경기와 독서, 라디오의 시절까지 만날 수 있다.
너무 바쁘게 지내고는 있지만, 책값을 벌 수 있는건 바쁘게 일하는 덕분이다. 새삼 다행스럽게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