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좀 많습니다 - 책 좋아하는 당신과 함께 읽는 서재 이야기
윤성근 지음 / 이매진 / 2015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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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가 무서운 세상이다.  살이가 안정될 수록 몇 년전에 만난 사람은 지금도 그대로 하던 일을 이어가고 있고, 비슷한 그런 모습으로 살고 있을 것이다.  이를 boring하다고 할 사람도 분명히 있겠지만, 우리들 대다수는 그래도 그런 안정된 삶을 꿈꾼다.  일탈이 매일 그렇게 나대는 것이라면 일탈이 아닌게다.  세계일주도, 한 달간 어디 심산유곡의 사찰에 틀어박혀서 책만 읽다 오고 싶다는 바램도 그것들이 설레는 까닭은 어디까지나 안정된 노동이 있고, 꾸준한 벌이가 있는 일상이라는 족쇄가 있기 때문이다. 


책에 나온 이야기를 연재하고 이를 다시 교정하여 엮어내는데 한 2년 정도가 걸렸다고 한다.  그런데 그새 인터뷰한 장서가들의 상당수가 다른 곳으로 이사했거나 다른 일을 하고 있다고 에필로그에 쓰여있다.  저자도 말했지만, 참으로 모든 것이 빨리 변하는 세상이라는 것을 새삼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예전에 읽은 비슷한 구성의 '한국의 책쟁이들'은 훨씬 더 재미있고 맛깔나는 이야기로 가득한데, 이 책은 실상 그렇게 흡입력이 뛰어난 책은 아닌 듯 하다.  물론 이것은 어떤 절대적인 평가가 될 수 없고, 잔잔한, 그러니까 튀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역시 그리 튀지 않는 저자의 만남을 매우 흥미있게 볼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저 나는 독서라는 것, 장사가라는 어떤 행위의 이름에서 외로움을 느끼기 시작할 무렵부터 이런 책은, 그러니까 책에 대한 책 또는 읽기에 대한 책은 가능하면 사들여 읽고 모아두는 편이다.  언제부터인가, 그런 생각을 하기 시작한 것은 아마도 좀더 진지하게 책을 사들이고 읽어내기 시작했을 무렵이었을 것이다.  즉 독서인으로써의 정체성을 알아갈 무렵부터 갑자기 새삼 주변에는 책을 즐기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난 그때부터 많이 외로워졌었다.  


지금은 이렇게 알라딘에 글도 남기고, 이 서재를 중심으로 하여 많은 분들과 만나고 그들의 독서행위를 눈팅하면서 달래고 있지만, 여전히 아날로그적인 sharing은 거의 없는 상태라서 그런지 이 서재를 벗어나자마자 외로워지는 때가 일상 다반사다.  


인터뷰이들의 직업 내지는 어떤 성향이 한 방향으로만 치우친 느낌이 없지 않은데, 이는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다.  저자가 말하는 보통사람이 전혀 보통사람 같이 느껴지지 않는 까닭이다.  어쩌면 이는 우리 시대를 반영하는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는 사람들이나 그 유형이 속하는 직업군 또는 삶의 모습이 결국 비슷한 그런 이유.  일례로 그냥 회사원, 그러니까 출퇴근 시간에 전철이나 광역버스를 타면 만날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는 없다.  결국 이 책의 내용이 된 인터뷰 연재도 어떤 이유에서인지 기획되었고, 이에 맞춰 구성을 짠 후, 필요한 사람들을 섭외했다는 느낌에서는 도저히 벗어날 수가 없는데, 그 자체를 문제삼는 것은 당연히 아니고, 그저 말 그대로 아쉽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끝으로 그리 못 쓴 글은 아니지만, 어느 한 단락에서는 그 전의 단락에서의 글을 완전히 부정하는 듯한 글을 보았는데, 한 꼭지의 글에서 이렇게 다른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자신의 의견이나 글의 방향성은 둘째치고, 이렇게 되면 저자의 속마음이 어디에 있는지 우습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가급적은 페이퍼로 한꺼번에 여러 책을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게으름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리뷰'에 자동으로 딸려나오는 '별점'주기 옵션 때문이다.  하지만, 책을 읽은 후 바로 그 느낌을 써내려가는 것이 보다 더 바람직하다고 보기 때문에 마침 시간이 되어 이렇게 한번 남겨봤다.  저 별점의 의미는 그리 대단하지 않다는 것을 굳이 밝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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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18 09: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2-18 13: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oren 2015-02-18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로 현실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휘몰아칠 때, `딱 1년 만이라도, 한 수레의 책들을 사다가, 어디 심산유곡의 사찰에 틀어박혀서 책만 읽다 오고 싶다는 바램`을 저도 가진 적이 있었지요. 아마도 1999년 쯤이었던 것 같아요.(그즈음 직장생활에서 승승장구할 때였던 터라 뜻밖에 《월간조선》에까지 실리게 된 제 `프로필`에 그런 `뜻밖의 희망`을 피력한 적이 있었답니다.) 어느새 세월이 제법 흘러, 요즘엔 책을 펼치는 게 그저 편안한 `일상`이 된 게 저도 그저 신기하기만 합니다.

책의 권수가 `많거나 혹은 적거나`에 대해선 별 관심이 없는 터여서, 전 솔직히 `책이 좀 많습니다`란 이 책의 제목부터 영 못마땅한 구석이 없지 않았는데, transient-guest 님의 글을 통해 `책과 일상과의 관계`를 문득 되돌아볼 수 있는 `뜻밖의 소득`까지 얻게 되니 참 좋네요~

transient-guest 2015-02-19 03:34   좋아요 0 | URL
oren님은 커리어가 상당한 분인 듯 합니다. 저도 나중에는 그런 여유를 조금씩 찾을 수 있었으면 하네요. 아직은 마음만 앞서, 이리저리 뛰어다니기 바쁩니다.ㅎ

저는 권수보다는 갖고 싶은 책은 다 사들이고픈 마음이에요. 사실 애서가나 장서가치고 권수를 목표로 하는 사람은 별로 없겠지만 그래도 독서가 깊어지면서 책을 오히려 처분하고 정말 필요한 책만 추리는 분들도 있어 의외라고 생각했습니다. `뜻밖의 소득`은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찾아오는 듯 합니다. ㅎ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