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란 모든 것을 완벽하게 내가 원하는 대로 살아지는 것이 아님을 이제는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그런 면에서는 나이를 먹고 경험을 쌓아가며, 그렇게 늙는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니리라.  어릴 때, 그러니까 세상경험이 없고 물정을 모르던 시절에는 책에서 배운 것이 사유의 전부였던 것 같다.  그때의 나는 모든 것을 이분법적인 사고로 볼 수 있다고 생각했고 나의 말은 나의 행동보다 늘 크고 앞서나갔던 것 같다.  물론 젊은 시절의 특권이라고도 생각되고, 실제로 그런 부분이 내가 현재의 위치에 서는데 큰 도움이 된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나이를 먹을수록 포기란 것을 배우게 되고, 일견 서글픈 부분도 없지는 않지만, 이런 경험을 통해서 조금 더 넓고 너그러운 사고를 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러니까, 삶이라는게 모두 계획한 대로, 원하는 대로 이루어질 수가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순간,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런 경우 삶을 비관적으로 보면, 무기력해지고, 쳇바퀴 돌아가는 식의 사고를 선택하는 것이 한 결과라면, 다른 방향은 조금 더 마음을 내려놓고, 삶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느낀다.  그렇게 가진것에 만족하면서, 조금 더 나은 삶을 향해, 큰 욕심은 내려놓고, 보다 더 큰 관점에서 남은 삶의 여정을 조망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꿈을 포기하거나 희망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때 그때의 순간에서 만족과 행복을 느끼면서, 모자란 부분에 대해서는 꾸준히 노력하는 힘을 갖는 삶을 추구하는 것이다.

 

하루키가 마라톤을 뛰면서 느끼는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모아놓은 이 책은 못해도 세 번은 읽은 것 같다.  그만큼, 현학적으로 인생을 논하거나 시중에 유행하는 인문학 책에서 설파하는 이야기보다 훨씬 더 가슴에 와닿아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그렇게, 달리기처럼, 환경에서 할 수 있는만큼 최선을 다하는 것, 목적지를 바라보면서 가지만, 매 순간에 있어서의 의미와 행복을 놓치지 않는것에는 큰 꿈을 갖고 정진하는 것 이상의 깊은 의미와 가치가 있다.

 

가볍게 잡은 하루키의 책인데, 그 어느 때보다도 더 깊은 성찰을 한 것 같다.  서재를 뒤져보면 전에도 이와 비슷한 소리를 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기억에 자신이 없어진다)

 

내친김에 그의 처녀작인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열었다.  다시 느끼지만, 이 책에는 하루키를 훗날의 밀리언셀러로, 대스타로 만들어줄 '해변의 카프카'나 '노르웨이의 숲'을 비롯한 그의 대표작들의 모티브가 고스란히 녹아있다.  그렇게 일상의 글쓰기에서 우연찮게 나온 그의 이야기들은 그 순간을 넘어 대작으로 다시 태어난 것인지도 모르니, 우리의 삶 또한 그렇게 미래의 성공 혹은 실패를 매순간 잉태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PS 중국인 부부가 와서 한나절 떡볶기를 먹으면서 맥주를 마시고 놀 것 같다.  그러니까 오늘의 독서나 글쓰기는 여기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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