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 이야기라는 폴더를 정해놓은 것, 아니 그 전에 이곳의 서점들을 서친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막연하게 계획하고 있던 것을 처음으로 실행하게 되었다.  이미 약 2년 전에 전국구 서점 1/2위를 다투던 반스앤노블과 보더스 중 보더스가 먼저 도산하고, 반스앤노블도 구조정리를 여러 번 하면서 겨우 유지할 정도로 영세해진 오프라인 서점이기에, 내가 주로 다루고 싶은 작은 서점들은 그 존재 자체가 이미 큰 의미가 있을 정도로 많이 사라져버렸기에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나마 남아있는 소형서점들의 경우 대다수가 헌책방을 겸하면서 대형서점과의 차별을 통해 살아남을 수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 올리게 될 작은 서점은 참으로 만나기 힘든 곳이라고 할 수 있겠다.

 

와인으로 유명한 Napa에서 약 12마일 정도를 더 들어가면 온천과 머드스파로 유명한 칼리스토가라는 작은 도시가 나온다.  칼리스토가는 특히 좋은 물로 유명한데, 스파클링 워터를 기반으로 하는 많은 제품이 이곳의 물을 사용한다고 한다.

 

이 서점의 이름은 'Cpperfield's Books'인데, 아마도 David Copperfield에서 따오지 않았을까?  책을 읽어본 적은 없지만, 자주 들어본 이름이다.  한국으로 치면 딱 한 칸 정도에 해당하는 너비에, 조금 깊숙히 안으로 파고들어간 구조로 이루어진 아담한 서점이다.  손님의 90%는 tourist라고 하는데, 주인 아저씨는 이곳의 집값이 워낙 비싸기 때문에 약 한 시간이나 떨어진 Sonoma라는 도시에서 출퇴근하면서 이 서점을 지키고 있다고 한다. 

 

 

 

 

칼리스토가의 다운타운라는 것이 워낙 작아서 한 15분 정도면 동서남북을 다 돌아다닐 수 있는데, 이 작은 공간에 비해 상당히 많은 Wine Tasting Bar나 gourmet음식점들이 들어가 있다.  생각해보면 스파, 호텔과 함께 이런 장소들로만 꽉 찬 이곳에 이렇게 개인서점이 운영되는 것이 신기하다. 

 

 

 

더 찍을 것도 없이 윗 사진에 나온 것이 이 서점의 거의 전부이다.  오른쪽에 길게 늘어선 책장 넘어로는 다른 가게가 들어가 있는데 여러 종류의 접시와 kitchenware를 팔고 있었다.  이런 관광지에서 그런 장사가 될 수 있나 하는 생각을 했다.  가격도 엄청 비싸던데 말이다.

 

반스앤노블과 보더스의 맹공을 지리적인 이점으로 이겨내고 지금까지 꿋꿋하게 살아있는 서점이 너무 반가웠다.  이 서점을 지원하는 마음으로 나도 무려 원가에 하드커버 책을 두 권이나 사버렸다.   나도 아직은 살짝 낭만적인 부분이 남아있는 것 같다.

 

 

 

 

 

 

 

 

 

 

 

 

 

 

 

 

PS 지금 찾아보니 꾸준히 작은 서점으로써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낭독회, 북사인회 같은 것을 계속 진행하는 것 같다.  http://copperfieldsbooks.com/ 에 가면 자세한 소식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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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09-17 0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으로 볼 때에,
이만 하면 아주 작은 책방은 아니에요.
넉넉하고 예쁘게 잘 가꾸시는구나 싶네요.

앞으로 즐겁게 그곳 책방 이야기 들려주셔요~

transient-guest 2013-09-17 06:29   좋아요 0 | URL
대형서점에만 익숙해진 눈이라서 작게 보였나 봐요. 동네도 예쁘고, 아담한 그곳이 참 좋더군요. 저는 역시 대도시보다는 중소도시나 이런 시골이 좋네요. 요즘같은 인터넷 시대에 더더구나 대도시에 집착할 이유는 없겠지요.ㅎㅎ

Forgettable. 2013-09-17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훈훈하네요. 기대됩니다. 저도 여행다닐 때 꼭 서점이나 도서관은 들렀었는데 ㅋㅋ
서점마다 진열돼있는 책이나 위치라 달라 그 서점의 성향이 엿보이곤 하더군요. ㅎㅎ

transient-guest 2013-09-18 01:11   좋아요 0 | URL
주인의 성향, 또는 그 지역의 특색을 잘 살린 곳이 많죠. 이곳의 경우 책 자체를 볼 때의 정체성은 조금 모호합니다만, 지역의 문화공간으로써 톡톡히 역할을 하는 듯 해요.

다락방 2013-09-17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훈훈하네요. 기대됩니다.2

서점 사진을 보는데 기분이 무척 좋아져요. 앞으로 다른 곳의 서점을 종종 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무척 좋습니다. 응원할테니 아무쪼록 즐겁게 연재해주세요. 훗 :)

transient-guest 2013-09-18 01:11   좋아요 0 | URL
우선 산타크루즈의 Logos는 그전부터 소개하려고 했으니 짬이 나는 대로 가봐야죠. 다른 곳들은 눈에 띄는 대로 올려야 할 것 같아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