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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명탐정 원작 소설 열녀문의 비밀 세트 - 전2권 - 백탑파白塔派 그 두 번째 이야기, 개정판 ㅣ 백탑파 시리즈 2
김탁환 지음 / 민음사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아주 우연한 기회에,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의 원작으로써, 즉, 작가 김탁환의 글이 아닌, 드라마의 원작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으로 김탁환의 글을 처음 읽은 적이 있다. 사실 그때만 해도 드라마의 충실한 고증 덕택에 글 자체의 내용은 그리 새롭지 않게 느껴졌었고, 이에 따라 글에 대한 흥취도 그리 높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우연한 기회에, 2009년 말경인가, 격무에 시달리던 심신을 독서와 술로 달래던 시절, 도서관에서 빌려 마구 읽던 책이 김탁환의 백탑파 시리즈 - 방각본 살인, 열녀문의 비밀, 그리고 열하광인 이었던 것인다. 이때 처음 느낀 것이, 김탁환 글의 맛깔스러움이었던 것 같다.
이후로도 노서아가비나 파리의 조선궁녀 리심 같은 매우 특이한 소재의 재미있는 소설, 아니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매설들을 읽은 바 있다. 이후로 너무도 소장하고 싶던 책들인데, 그간 품절되었다가 다시 나오는 것을 보고 하나씩 사모으기 시작한 그 첫 번째가 바로 이 책, 열녀문의 비밀 상/하권인 것이다. 물론 다른 책들도 이미 자금이 허락하는 (사실 허락하지 않는 이 시점에) 한도내에서 이미 구매신청을 해 놓았다.
말 재주와 글 재주가 일천하여 어떻게 내 느낌을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사실 그런 것들을 모두 연습하기 위해 이렇게 도서후기를 적기 시작한 것이기는 하지만. 굳이 짜내자면, 김탁환의 글은 매우 맛있는 글이다. 현학과, 거창한 작가자신의 고뇌, 사회풍자, 뭐 이런 것들이 교조주의적으로 버무려져 있는 비슷한 시대의 글들이나, 복잡하고 깊어보이려 노력하는 절절한 철학이 배어든 그 어느 소설들 (비슷한 장르의)보다도 더 맛깔스럽고 흥미진진하다. 이와 비슷한 느낌은 예전 정비석 선생의 소설에서도 받은 적 있지만, 그의 글은 너무도 현대적이다 못해 TV적이기까지 했었는데, 다행히 김탁환의 매설은 그 감칠맛에도 불구하고 적당한 조선시대의 색깔이 느껴지는 적절한 tone이 면면히 흐르기에 시대적인 배경의 맛을 잘 유지하고 있다.
왕친이면서 금부도사인 이명방의 회고 내지는 내래이션으로 전개되는 백탑파 - 실학을 연구하던 - 서생들과 김진 이라는, 가공된, 인물의 도움으로 다양한 사건을 배후를 캐는 과정에서의 모험과 그 당시 시대상을 그리고 있다. 참고문헌과 단체를 보면 각 작품마다 배경이 되는 사건과 인물탐구를 위한 상당한 연구가 이루진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런 요소들과, 아쉬운 우리 근현대사를 생각하면서 과거을 반추할 때 항상 떠오르는 "what if", 특히 조선시대의 르네상스였다는 정조대왕의 시대의 "what if"와 함께 백탑파 시리즈를 더욱 흥미있고 맛깔나는 작품으로 만들고 있다. 약간은 matching이 어렵지만, 이명방과 김진의 관계는 Dr. Watson과 Sherlock Holmes의 관계를 보는 것 같아 매우 재미있다. 김탁환씨가 언급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김진이라는 이 가공의 인물은 셜록홈즈를 오마쥬하여 만들어진 인물이라고 확신한다. btw
현재 (1) 열녀문의 비밀, 그리고 (2)파리의 조선궁녀 리심 이렇게 두 시리즈, 그리고 노서아가비 (이미 산 것 같기도 하나 확실하지 않아서 다시 구매하였다). 그리고 방각본 살인, 열하광인을 갖추게 되면 백탑파 3부작은 모두 갖게 되는 것인데, 이미 구매한 불멸의 이순신과 함께 앞으로도 김탁환의 모든 글을 보유하고 읽는 것, 즉 조희봉님의 이윤기 전작처럼, 김탁환 전작을 하는 것이 하나의 독서목표가 되었다. 재미있는 일이다. 이윤기님의 번역까지 모두 읽었다는 조희봉님처럼 나도 김탁환의 모든 것을 다 읽는 날이 올 것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