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 대삼국지 세트 - 전10권
고산 지음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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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대삼국지를 구할때만 해도 나는 저자인 고산 고정일님을 고산고정일로 읽고 뭔가 일본의 작가가 평역한 삼국지가 아닌가 하는 약간의 착각을 하였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고산 고정일님은 유서깊은 book publisher인 동서문화사의 발행인으로서 상당히 오랜 기간 좋은 책을 편집/편찬해온 우리나라 출판업계의 원로였던 것이다.  쩝!  

하지만 이 책은 저자의 명성에 걸맞지 않게 상당히 아쉬운 부분들이 군데군데 보인다.  일단 reader의 입장에서 볼 때 매우 매끄럽지 못한 flow는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나를 실망하게 하였다.  일례로, 조조와 장수 (장제의 조카 및 후계자)의 일차 회전 후 장수의 항복-기습으로 이어지는 부분은 갑자기 행이 끝나면서 스토리의 마무리가 없이 다음 장으로 넘어가 버리는 황당한 부분이 있는데, 이런 부분이 lesser degree이기는 하지만, 여러군데에서 나타나는 것은 최소한 책 편집에 있어 심각안 태만이라 하겠다.  즉 치밀해야 하는 장권소설에서 그렇지 못하다는 것인데, 특히 삼국지같이 이미 스토리가 이루어져있는 고전의 경우 이런 태만은 용서(?)하기 어렵다.  또한 전체적인 구성이 허술하게 느껴질 때가 있는데, 이런 것 또한 이 삼국지의 단점이라 하겠다. 

이런 오류에 비해 또한 이 책은 상당히 교조적이고 현학스럽기까지 하다.  억지로 끼워넣은 저자의 사상론, 비판에 가려 정작 중요한 스토리의 flow와 맺음, 그리고 상세한 밝힘 등은 살짝 안드로메다로 날아가는 것 같다.  이 분의 커리어나 어떤 사회/업계에서의 위치 혹은 이 분께서 공부하셨던 시기의 대한민국 문단의 한 면일 수도 있다는 생각 또한 들지만, 어쨌든 좀더 책 그 자체에 신경을 써주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끝으로 이 책은 9권에서 모든 스토리가 마무리되어 10권은 후삼국지의 이야기를 다루지 않을까 살짝 기대해보았으나, 10권은 저자의 삼국지의 에피소드들을 구체적인 예로 들어 편집한 병략론으로 만들어져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 또한 교조적이고 억지스러운 구석이 있다.  아무튼 나에게는 이렇게 결론에 맞추기 위해 어거지로 끌어넣는 실례들은 매우 거북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나에게 이 책은 그저 다른 버젼의 삼국지를 읽는, 그리고 약간은 참신할 수도 있는 기존의 에피소드와 다른 몇 가지 사건의 결말들, 이런 부분에 있어 보람이 있었을 뿐, 책 자체는 전반적으로 내 standard에는 못 미치는 것 같다.   그래도 고산대삼국지를 더하여, 현재 나는 이문열, 박종화, 길천, 및 저자들의 이름이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는 다른 세 버젼의 삼국지를 가지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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