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가져온 업무형태의 변화는 주로 나에게 좋게 작용했지만 remote meeting만큼은 용서할 수 없을만큼 귀찮다. 직접 만나지 않고서 일하는 것이 원래 나의 페이스였고 코로나로 그것이 더욱 정착되어 딱 필요한 시간만큼을 미팅에 할애하고 대다수의 상담이나 기초안내, 진행안내는 거의 메일과 전화로 소통하는 것이 아주 보편화된 것이 요즘. 즉, 그만큼 시간낭비를 줄이고 일에 매진할 수 있다는 얘긴데 그렇게 해도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매일을 그렇게 지낸 후 주말을 맞는 것의 반복이 2023년의 내 모습이다. 


한국의 고객들과 일하는 경우가 아주 많지는 않지만 어인 일인지 코로나로 인해 활성화된 remote meeting tool을 abuse하는 경향이 이쪽의 사람들에게는 유독 심한 것 같다. 전화로 간단하게 주고 받으면 그만인 이야기를 굳이 화상회의를 하자는 것. 글이란 것이 표정이 없어 메일로는 다 전달되지 않는 것도 있고 간단하게 풀어서 이야기하면 편한 것도 있기 때문에 고객과의 소통에는 그다지 거부감이 없는 편이지만 화상회의는 대면미팅 다음으로 시간낭비가 심한 탓에 역시 선호할 수가 없다. 도대체 전화로 10-15분이면 끝날 똑같은 이야기를 왜 굳이 얼굴을 보면서 설명해줘야 하는 걸까. 기본 30분 정도는 시간을 쓰는 것도 그렇지만 미팅을 위한 선작업까지 생각하면 황금같은 시간이 정말 그럴 필요가 없는 일에 쓰이는 것이다. 한국쪽의 일은 역시 대행사를 통해서 하는 편이 낫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화상회의를 하면 뭔가 좀 다양하고 다채로운, 일종의 business savvy한 이미지가 있었던 건 코로나 초기의 일이고 지금은 그냥 전화나 다를 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걸 고집하니 답이 없다. 


늘 최선을 다하려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 일을 하는 이상 당연히 영리를 목적으로 하니 이익을 위해 일하는 건 당연하지만 돈이 다는 아니라서 종종 손해(?)를 보더라도 일을 깔끔하게 끝까지 매듭짓는 걸 중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쓸데없는 일에 화상회의를 하는 건 정말 싫다. 















조금씩 끝이 보이는 시리즈의 완성을 위한 여정. 내용은 처음보다는 임팩트가 떨어질 수 밖에 없는데 이건 긴 시리즈의 숙명이 아닐까. 무엇엔가 미치는 건 좋은데 먹는 걸 갖고 이렇게 깊은 걸 추구한다는 건 역시 사치스럽게 느껴진다. 수많은 요리와 음식블로거들 줄 살아남은 사람은 몇 안되고, YouTube의 먹방도 이제 거품이 많이 빠진 듯한 요즘. 


한 동안 여기서 나온 안주요리를 따라 만든 걸 정갈하게 차려놓고 맥주를 한 잔 마시는 걸 낙으로 삼던 시절도 벌써 5-6년 전의 일이다. 주로 와인을 소비하고 소주와 맥주는 사람들과 함께 마실 때 주로 즐기는 요즘이고 작년 건강검진 이후로는 가공육을 먹지 않기로 하여 소세지나 햄을 거의 끊은 탓에 이런 저런 소소한 즐거움꺼리가 많이 사라져버렸다. 사무실을 옮기려고 하는데 지금 물색하고 있는 후보지에는 아주 작지만 싱크대와 water가 들어오는 공간이 있어 잘하면 이런 짓(?)을 revive할 수도 있겠지 싶다. 이 만화 또한 예전같은 울림은 적지만 꾸준히 만나온 친구와도 같아서 시리즈가 나오면 금새 주문하게 된다. 언젠가 홋카이도에서 맥주도 마셔보고, 오사카의 선술집에서 취해보고, 오키나와의 해변을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 가볼 곳도 많고 할 것도 많은데 시간은 점점 expiration을 향해 가는 기분. 10년 간의 삶에 열심할 이유도, 조급해하는 이유도 다 여기에 있다.



reference로 가득한 책을 읽으면 항상 갖고 싶은 책이 늘어난다. 지금부터 하루에 한 권씩 읽으면 9000일 가까이 소요될 정도로 많은 책을 갖고 있는데 만화책은 금방 읽으니 좀 덜어내더라도 하루에 절대로 읽을 수 없는 두꺼운 영어책에서 늘어나는 시간이 이를 offset시켜버리니까 필경 하루에 한 권씩 읽어도 20년은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도 책을 자꾸 더 사들이는 건 읽기 위함인가 모으기 위함인다. 내가 혹시 저장강박증이라도 있는 건지. 


SF를 완벽하게 정의하는 건 불가능하다. SF와 판타지, 호러, 미스테리 등등이 버무려져 있는 것이 태반이라서 더더욱. 그러니까 뭔가 정의하고 틀을 씌우기 보다는 그저 즐겁게 읽는 것이 낫겠다. 어릴 때부터 SF를 좋아했고 지금처럼 잡식으로 마구 읽는 것이 삶의 낙인 난 그렇게 믿는다.




이런 클래식한 일본추리소설을 좋아한다. 단편이면 더더욱. 짧지만 알차고 기발한 이야기를 여럿 한 권에 담아주니 그럴 수 밖에. 하지만 일본소설을 읽다보면 종종 느끼는 바, 관동대지진 후의 조선인 대학살에 대한 무지인지 외면인지 모를 ignorance가 무척 bother된다. 일본의 나쁜 모든 것들이 버무려진 것이 그들이 조선강점과 조선인들을 전쟁에 끌고 간 것, 일자리를 준다고 속였거나 강제로 끌고가 노동착취 및 성노예로 삼은 것, 학살한 것 등등을 대하는 그들의 자세가 아닌가 싶어 책을 읽다가 한 대목에서 관동대지진 때의 이야기 (비록 스토리의 배경 정도였지만)가 나온 후 계속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작금 개판이 되어버려 국지전으로 나아가는 듯한 무뇌충의 한국이 걱정될 뿐이다. 2찍들아 행복하냐? 




평생 일제의 만행을 알리고 친일파들의 죄상을 밝히기 위해 노력해온 정운현씨가 이낙연의 경선탈락 후 뜬금없이 윤석열을 지지하고 나선 작년의 일을 기억하는지? 정운현씨에게 묻고 싶다. 아직도 그 마음 그대로 윤석열을 지지하냐고. 당신이 지지한 윤석열이 어떤 인간이지 몰랐냐고. 이 개같은 일에 손을 거든 그대는 그대의 선택에 따른 지금의 모습이 맘에 드냐고. 


계속 비가 온다. 3월이면 봄인데 밤의 기온은 마치 11월 말의 겨울 초입과도 같다. 덕분에 오늘은 움직인 총 거리가 0.6마일 밖에 안된다. 일이 바쁘기도 했고 어깨가 아파서 다시 등/이두-하체로 운동을 줄인 탓이기도 하다. 물만 먹어도 찐다는 말처럼 그냥 몸이 불어나는 느낌이다.


4월부터는 좀 나아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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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23-03-10 16: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9천권이나 있으시나요? 책은 아무리 읽고 아무리 사도 끝이 없는 거 같습니다ㅠ

책의 세계는 무엇보다 방대한 거 같습니다. 그만큼 역사가 길어서 일까요?

transient-guest 2023-03-11 02:37   좋아요 1 | URL
네 진짜 끝이 없어요. 책에 대한 책을 읽으면 모르는 책에 대해 궁금해지고 또 장바구니에 담고 하네요. 읽는 행위? 지의 추구? 가장 오래된 entertainment중 하나라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어요.

stella.K 2023-03-11 13: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9천권이어요? 작년인가, 재작년에 5천권 이라고 하지 않으셨나요?
1년이면 천권씩 사시는가봐요.^^;;
근데 하루에 한권 가능한가요? 가끔 그런 사람있던데
완독 아니라 발췌독이나 속독 뭐 그런 건가 싶기도 해요.
저 일본 추리소설 시리즈 재밌을 것 같네요.
t-g님 서재 아니었으면 몰랐을 뻔했네요. 저도 언젠가 한 번 읽어보겠습니다.^^.

transient-guest 2023-03-11 15:07   좋아요 1 | URL
2019년 새 사무실로 이사올 무렵 책을 좀 정리하고 대충 7000권대였으니 4년 남짓한 시간에 그리 늘어났네요
산 책을 다 읽지는 못하고 나중에 보려고 모으는 경우도 있으니 매일 한 권 보는
건 아닙니다 사실 영어책은 1000페이지 넘어가는 것도 많아서 더더욱 불가능하죠 속독은 할 줄 모릅니다 그냥 책읽기가 몇 개 안되는 낙입니다 ㅎㅎ

yamoo 2023-03-12 15: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트랜스 님 책이 1만원 가까이 되시나보네요...
책이 늘어남은 정말 어이할 수가 없어요..ㅜㅜ
버린다고 버리고 기증하고...그럼에도 계속 사는 행태를 반복해요..ㅜㅜ
하루만에 읽을 수 있는 책이 있고 며칠 걸리는 책이 있죠.
원서는 100여 페이지라도 문학은 읽어내는 게 너무 느리고 힘들어요~

transient-guest 2023-03-13 01:22   좋아요 0 | URL
저도 많이 노력해서 좀 치우고 나서는 버릴 책은 안 사려고 노력해요 근데도 계속 늘어나니 3년 정도면 아마 만 권 정도 갈 것 같아요 그저 제가 다 못 읽고 가도 누군가 읽어주고 이어주기를 바라면서 그리 살고 있습니다 영어책은 여기서 오래 산 저도 읽는 속도가 느려서 오래 걸리네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