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에 들어와서 가장 높은 낮 최고온도가 오늘 갱신되었고 이는 내일 갱신될 예정으로 내일의 낮 최고온도는 화씨 100도. 이런 날 그늘이 아닌 곳에 주차하면 내부의 온도는 아주 쉽게 화씨 130도 혹은 그 이상 올라가는 더운 날이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LA에서 Las Vegas로 운전하고 가면서 잠깐 들린 Barstow라는 도시가 한 여름 남부켈리포니아의 내륙답게 엄청 더웠던 기억이 난다. 내가 LA를 싫어하는 이유인데 너무 덥기 때문이다. 조상들이 오렌지농장에서 일하면서 자리를 잡은 탓에 한국인이 가장 많은 외국지역이 되었는데 기왕이면 막노동을 하시면서 SF일대에 자리를 잡으셨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이런 날엔 아파트의 창문을 모두 닫는 것으로 더운 공기의 유입을 차단하고 해를 완벽하게 가려서 최대한 오전의 차가운 공기에 식은 내부를 유지해야 그나마 오후를 덜 덥게 보낼 수 있다. 더운 오늘 같은 날엔 서점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가장 시원할 수 있는 방법인데 간만에 온 본격적인 여름날씨라서 그런지 모두들 어디론가 나가버린 듯 서점엔 그다지 많은 사람들이 보이지는 않는다. 여름방학이나 휴가도 깊숙히 들어와버린 7월이나 8월이면 더운 날엔 사람들로 바글거리면서 체내온도로 건물 내부의 온도가 높아지는데.


'외딴섬 살인'에서 이어지는 학생 아리스가와 아리스 시리즈. 전작에서 참혹한 살인사건을 겪은 집안의 딸래미는 학교에 휴학을 신청하고 어디론가 돌아다니면서 자신을 추스리고 있다. 그런 와중에 뭔가 특이한 마을로 들어가서 외부와 단절된 생활을 하는 바람에 걱정된 가족은 추리동호회 사람들의 도움을 청하고, 이들은 당연히 또다른 살인사건이 일어날 그곳으로 향한다. 모험을 찾아다니는 건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모든 양념을 다 덜어내고 보면 이들이 가는 곳마다 피바람이 분다는 사실. 이렇게 어린 나이에 거의 매년 살인사건의 한 가운데를 지내고 다시 학교를 다니고 다시 살인사건에 휘말리는 걸 보면 대단한 강심장이 아닌가.  처음보다는 훨씬 재미있게 읽히는 아리스가와 아리스. 덕분에 중간에 '리라장 사건'을 주문했다 (reference된 책인데 다행히 번역이 되었고 아직 절판되지 않았다). 이렇게 책에서 책으로 옮겨다니는 건 독서생활의 큰 즐거움인데 추리소설에서 다른 추리소설로 넘어가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마쓰모토 세이초, 에도가와 란포, 요코미조 세이시 등 일본의 고전추리는 번역된 건 거의 다 읽었고 점점 과거에서 현재의 작가로 옮겨가고 있는 것 같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좀 덜하고 미야베 미유키의 사회파는 너무 묵직할 때가 있어서 이렇게 활극 수준의 아리스가와 아리스도 나쁘지 않다.


모 출판사에서 기획해서 내고 있는 아케치 고고로 시리즈는 아마도 계속 구하겠지만 일단 에도가와 란포의 소설의 번역된 건 거의 다 읽은 것 같다. 지금 리스트를 만들어 보니 문지에서 나온 '파노라마 섬 기담/인간 의자'를 제외하고는 거의 다 구해서 본 것. 겹치는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특히 단편의 경우 유명한 작품은 이런 저런 합본으로 여러 번을 읽었는데, 란포는 추리소설작가라고만 말하기엔 너무 기괴하고 몽환적인 발상의 이야기가 많다.  순수한 추리소설도 많지만 따라서 호러판타지에 속할 수도 있는 다소는 서리얼한 이야기도 꽤 많아서 필명만큼이나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작가가 아닌가 싶다. 한국 추리소설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김내성작가와도 편지를 주고 받으며 교류했다고 하니 찾기 어려운 우리 근대의 모습을 이를 통해 볼 수 있다는 생각도 들어 더더욱 정이 간다. 이 책도 익숙한 이야기.



























일본추리계의 기인과도 같은 오구리 무시타로의 '관'시리즈를 연상시키는 작가라서 수많은 '관'시리즈를 썼지만 오구리 무시타로의 혼란스럽고 장황한 서술은 아니라서 읽기엔 무리가 없다. 스포라서 말은 못하겠지만 사건이 해결되는 듯한 부분에서는 추리소설의 반칙과도 같다고 생각했으나 결국 에필로그+에필로그에서 나오는 바, 완전히 다른 앵글이 있었고 이 또한 진실유무가 모호한 결말이라서 진짜 반칙스러움이 가득한 이야기다.  일단 서점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후딱 읽어냈다. 절판되지 않은 그의 책도 몇 권 더 구할 것인데 요즘 뭐가 발동했는지 추리소설이 잘 읽힌다. 요코미조 세이시를 다시 읽어볼까 하는 맘도 든다. 




꽃가루 엘러지가 6월이면 거의 잦아드는데 이번엔 비가 오래 왔고 상대적으로 추운 날씨가 이어져서 그런지 지금도 한창 봄처럼 심하다. 이건 또 나이탓인지 증상도 좀 심한 것 같아서 고생인데, 새벽 내내 시달리다 아드레날린으로 이겨보려고 운동을 빡시게 했는데 하는 내내 콧물을 흘렸고 계속 indoor에 머물고 있음에도 여전히 훌쩍거리고 있다.  다른 건 모르겠는데 꽃가루 엘러지는 정말 괴롭다. 매년 겪고 매녁 약을 먹으면서 버티는...


멋지고 특이한 명탐정을 많이 만나왔는데 생각해보니 S.S.밴 다인 (반 다인)의 작품은 그리 많이 읽지 못했다. 이 작가가 만든 파일로 밴스라는 탐정이 또 무척 특이한데 엄청난 부자라서 생계를 위해 일할 필요가 없고 그저 취미로 사건을 해결하는 사람이다.  긴다이치 고스케의 특이한 패션센스나 아케치 고고로의 하카마차림도 즐겁지만 이들은 대개 돈과는 먼 삶을 살고 있는데.  


추리소설이 장르로 정립되기 전, 내 기억으로는 에드가 엘런 포의 오귀스트 뒤팽 (홈즈가 신랄하게 디스하는)보다도 먼저인 에밀 가보리오의 르콕경감이 은근히 특이하다. 늘 좌절하고 늘 단서을 놓치고, 수사기법이라고 할 것도 없는 이 사람의 이야기에서는 경찰국가 프랑스의 19세기 모습이 고스란히 보이는데 국일미디어에서 한 권인가 나온 걸 갖고 있다. 또다른 건 '르르주 사건'으로 다른 출판사에서 냈는데 이미 절판상태. 르콕경감도 꽤 흥미가 가는데 구할 방법이 없다.


마지막으로 즐겁게 읽은 덜 유명한 작품은 영미권에서는 꽤 유명한 찰리 챈 시리즈인데 한국어 번역은 역시 국일미디어에서 세 권을 냈다. 호놀룰루에서 살고 있는 중국계 미국인으로 활약한 시기는 아시아계에게 차별과 멸시가 상당하던 시절이 주무대. 작가가 1933년에 죽었고 덕분에 책은 여섯 권이 전부라고 한다.  하와이는 한번 다녀가면 다시 오게 된다는 취지의 말이 기억에 남는데, 남들은 몰라도 나에겐 true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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