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끝은 12월 마지막 주에 펼쳐지는 미식축구리그 (NFL)의 시즌 피날레게임들을 보면 확실하게 느껴진다. 단순히 달력의 날짜가 지워지는 것으로, 혹은 날씨로 느낄 수 있는 그 이상의 마지막이 보이는 것이다. 대략 8월 정도에 대학미식축구시즌이 시작되면서 프로는 프리시즌을 시작하고 9월부터는 한 해의 마지막 분기의 시작과 함께 정규시진이 시작된다. 전년도 시즌을 죽쑨 팀은 새로운 시작을, 최소한 플레이오프까지는 올라갔던 팀은 최소한 status quo를 유지하겠다는 결의, 그리고 팬들의 기대와 함께, 여기에 나의 경우에는 올해도 잘 버텼구나, 수고했다, 이런 마음으로 시즌의 시작을 맞게 된다.  이렇게 시작된 한 해 결산분기의 상징과도 같은 시즌이 중반에 가면 대충 남은 반의 결과를 추정할 수 있는 수준으로 진행되며 이에 따라 다음 해 첫 주간에 시작되는 플레이오프의 진출여부를 두고 기대와 실망 중 하나를 느끼면서 마무리를 향해 달려가는 것이다.  


한 해의 끝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추수감사절, 11월 마지막 주의 목요일인 이 날, 오전과 오후에 여러 경기를 특별편성하는 건 오랜 시간 미식축구를 사랑해온 이 나라의 전통이다.  취지는 물론 아침부터 저녁까지 노닥거리면서 시간을 보내고 먹고 마시라는 건데 이민자들이 늘어나면서, 특히 미국의 전통에 관심이 적은 아시안계가 많은 연안지방에서는 이런 의미도 퇴색되어 연휴를 이용해서 놀러다니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다. 사실 이때 여행을 간다고 하면 보통은 흩어져 살다가 일년에 모이는 두 번 중 하나인 추수감사절에 맞춰 그해의 집결지에 모이기 위함인데 상당히 왜곡되어 받아들여지는 '여행'인 듯, 어디론가 놀러가야한다는 아시안이 많다.  나의 사견이지만 기왕 이곳에서 살려고 왔고, 뿌리를 내릴 생각이라면 본국의 전통문화를 소중히 하고, 또 새로운 모국인 이곳의 전통에도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 하지만, 보통의 아시안들은 고국의 전통도 날려버리고 이곳의 전통은 무시한채 자기들의 편리에 맞춘 주장을 앞세우니 이야기를 하면 피곤하기 그지 없다.  평생 이곳에 살아도 NFL, MLB, NBA, NHL에는 일푼도 관심을 두지 않고 한국야구와 올림픽, 그리고 월드컵축구만 보는 사람들이 널렸는데 개인취향이지만 좀 별로다.  못 배우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배우고 받아들일 생각도 없다는 것.  


나이가 들어 미국에 와서 한인들이 많은 동네에 자리를 잡고 그 사이에서 살면서 한국드라마 혹은 자막이 있는 미드를 보면서 살다보니 10년이 지나도록 간단한 yes-no 외에 필요한 생활영어를 못 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나중에 시민권을 취득해도 미국의 공리와 정치에는 관심이 없고 혜택에만 관심을 두다보면 트럼프 같은 사람들이 나올 때 모을 힘도 인지도 가질 수 없다. 기실 이건 한인 뿐 아니라 많은 외국계 이민자들의 문제라고 보며 제도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개선이 되어야 할 문제라고 본다.  


내년 중에 받을 책주문이 이미 다섯 건이나 된다. 뭣에 사로잡힌 것처럼 그렇게 12월 첫 주간부터 흥미가 가는 책을 주문하고 한 패키지가 발송되어 계정이 정리되면 다시 장바구니 채우기를 되풀이한 결과다.  책을 보관할 장소가 점점 부족하게 되어 나중에는 거주하는 집 말고도 사무실처럼 쓸 콘도형주택을 하나 사서 이런 걸 다 보관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열심히 벌어야 하는 이유가 또 늘었다.


이번에 주문한 것들을 시작으로 리스트를 만들어 볼 생각이다.  어제의 페이퍼가 이번 해의 마지막일 것으로 생각했는데, 오늘, 그리고 31일 내일까지 두 권의 책을 더 읽는다면 오늘의 잡설에 더해 한번 더 쓸지도 모른다.  240권을 간신히 맞출 수 있다면 이를 기념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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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8-12-31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날씨가 추워져서 밖에 나가는 노는 것보다 집에서 쉬는 걸 좋아해요. 연말이 되니까 이번 달 초에 도서관 여러 군데 신청했던 신간도서들이 한꺼번에 왔어요. 이미 빌린 책을 다 읽고 반납해야 신간도서들을 빌릴 수 있는데, 이거 뭐 제대로 쉬는 건지 책에 매달리는 건지 알 수 없네요.. ㅎㅎㅎㅎ 올해 마지막 날 잘 보내시고요, 건강하세요. ^^

transient-guest 2019-01-01 06:08   좋아요 0 | URL
여기도 나름 아침과 저녁은 쌀쌀합니다. 덕분에 서점에 앉아있어도 콧물이 나네요. 근처에 한국책을 맘껏 볼 수 있는 도서관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책쟁이의 휴식에 책이 빠질 수는 없겠죠.ㅎ 건강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