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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언 리더 지음, 배성민 옮김 / 까치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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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시작은 '미친 것(being psychotic)'과 '미치는 것(going psychotic)'을 구분하는 데에서 출발해야 할 것 같다. 간단히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최대한 간단히 말해보면 '미친 것'은 이 책에서 말하는 '조용한 광기(quiet madness)'의 상태이다. 즉 정신병을 가지고 있으나 그 정신병이 눈에 보이는 현상, 증상으로 나타나지 않거나, 이상행동으로 촉발되지 않은 상태이다. 반면 한편에 있는 '미치는 것'은 우리가 흔히 아는 정신병의 상태이다. 어떤 망상을 가지고 있거나, 특이하고 반복된 행동을 보여주거나, 이상한 말을 하거나, 심지어는 살인을 저지르는 상태이다. 그러므로 이를 이렇게 나눌 수도 있다. 미친 것은 일상 생활과 완전히 양립이 가능하며, 어떤 경우에 있어서는 일반인보다 더한 일반성을 보여주지만, 미치는 것은 어떤 상황에서 광기가 촉발되므로 그럴 수가 없다. 이런 예가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우리 인간을 하나의 시계라고 생각해보면 '미친 것'은 예를 들어 정확하게 항상 5분이 늦는 시계이다. 항상 5분이 늦는 시계를 보며 우리는 정확한 시간을 알아내는 것도 물론 가능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것은 분명 정상적인 시계라고 볼 수는 없다. 즉 그것은 매순간 정확하게 작동하고 있지만, 분명히 커다란 무엇인가가 어긋나 있다. 반면 '미치는 것'은 가끔 10분이 늦어지다가, 갑자기 5분이 빨라지다가, 혹은 바늘이 하루에 20바퀴를 돌기도 하는 그런 시계다. 즉 우리는 그 시계를 보고는 도저히 정확한 시간을 알 수가 없다. 물론 이 시계 역시 앞의 시계와 마찬가지로 무엇인가가 어긋나 있다. 즉 분명한 것은 두 시계 모두 무엇인가가 고장나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까지의 이야기에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사실이며, 그것을 정확히 밝혀내는 것이 상당히 어렵다는 사실이다. 즉 '미친 것'과 '미치는 것'을 그렇게 쉽고 간단하게 나눌 수 있는가, 라고 묻는다면 예스라고 대답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며, 그와 연관하여 이 사람이 미쳤는가, 그렇지 않은가를 판단하기도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망상을 하나의 예로 들어 본다면, 우리가 흔히 망상을 가지고 있거나, 헛소리를 하는 사람을 보면, 정신에 뭔가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생각하지만, 망상은 그가 정상생활을 하는 데에 큰 버팀목이 되기도 하고, 도리어 그것은 정상으로 돌아온 증거가 될 수도 있다. 또한 '미친 것'을 일상생활과 양립이 가능하며, 그들 대부분의 경우 정상인에 거의 완전하게 가까운 모습을 보여준다고 했을 때, 그들이 '미친 것'이라고 어떻게 규정할 수 있겠는가? 예를 들어 책에 나온 에른스트 바그너의 사례를 보면 그는 1913년 9월 4일 밤에 자식 4명과 아내의 경동맥을 끊고, 뮐하우젠 마을로 가 9명을 사살하고, 12명에게 상해를 입히기 전까지 모범시민이자 가정을 소중히 하는 남자로 전혀 광기를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그는 말 그대로 미쳐 있었다. 즉 그가 광기를 보여주었기 때문에 미쳐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그는 그 이전부터 미쳐 있었다. 그러니까 다시 시계로 돌아가본다면 '그'라는 시계는 매시 매순간 정확히 돌아가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도 그의 시계가 잘못 돌아가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는 말이다. 누군가 정확한 시간을 알아내기 전까지 말이다.

 

그래서 아마도 이 책의 저자 대리언 리더가 비판하는 정신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새로운 흐름이 나타난 것이 아닐는지도 모르겠다. 저자 대리언 리더는 환자 한명 한명의 세세한 사례에 주목하고, 그들에게 세밀한 정신분석을 실시하고, 그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정신병적인 구조가 생겨나게 된 이유와 그것이 촉발하게 된 과정에 대해 분석하는 1950년대 이전 과거의 방식을 긍정하며, 현재와 같은 정신병의 진단과 치료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정신병의 눈에 보이는 증상에 주목하고, 그것을 하나의 질병으로 간주해 약이나 수술 같은 것으로 치료하려는 현재의 흐름을 저자는 비판한다. 그렇게 눈에 보이는 증상은 환자에 따라 모두 다르므로, 정신병이라는 진단의 가짓 수는 점점 늘어나게 되고, 그렇게 눈에 보이는 증상만을 약물로서 치료하려 하다보니 도리어 약에 반응할 것으로 예상되는 증상만이 연구되기 시작했다. 즉 이 책에서 말하는 '조용한 광기'는 어떠한 눈에 보이는 증상도 나타나지 않으므로 점점 정신의학계의 관심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그러나 저자의 관점대로 보면, 이는 매우 위험한 것이다. 앞에서 말한 에른스트 바그너와 같은 극단적인 사례를 굳이 예로 들지 않더라도, '미친 것'의 상태를 정확히 알아내지 못하고, 눈에 보이는 증상에만 대증적인 처방을 하는 것은 정신병을 더 심화시킬 뿐만 아니라, 환자와 주위 사람들을 위험하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저자가 시도하는 방식은 일단 정신병과 신경증을 구분하고(즉 '미친 것'이 어떠한 상태인지를 규명하고), 정신병을 큰 세 가지 줄기, 즉 정신분열과 편집증과 우울증으로 나누는 것이다. 신경증과 정신병을 나누는 것은 여러가지로 가능하겠지만, 이 책에서 나누는 방식 중에 하나는 프로이트가 말한 외상을 다루는 방식이다. 신경증자에게 외상은 억압된다. 대표적인 억압의 방식은 기억상실이나 대체이다. 즉 신경증자들은 그것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히스테리나 강박으로 대체한다. 그러나 정신병자는 이를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폐제(forclusion)한다. 즉 그런 생각 자체가 아예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행동한다. 다른 말로 하면 억압한다는 것은, 그것이 생각 속에 어떻게든 남아 있다는 것이다. 즉 생각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은 망각되거나 대체하려는 노력이 일어난다. 그러나 정신병자의 폐제는 그것이 아예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 외상은 폐제로 인해 완전히 없었던 것 같지만, 어떠한 계기로 인해 촉발되면 나중에 실물로서 실재계로서 정신병자에게 돌아온다. 이를 위해서는 라캉의 상상계와 상징계, 실재계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는데, (여기서 자세히 논할 수도 없고, 논할 능력도 없지만) 간단하게 상징계는 언어와 법의 세계, 상상계는 몸의 이미지의 세계, 실재계는 몸의 리비도, 즉 흥분이나 자극으로 볼 수 있고, 상징계가 기능을 하지 못하거나 상징계에 무엇인가(예를 들어 외상)를 통합할 수 없을 때, 정신병이 생겨난다. (상징적 질서의 큰 부분은 '말(언어)'이 차지하고 있으므로 또한 이 책에서 주목하고 있는 것은 정신병자의 말과 논리에 대한 부분이다.)

 

이를 라캉이 새롭게 해석한 프로이트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Oedifus complex)와 연관지어 살펴볼 수도 있다. 아버지의 남근에 대한 거세 위협으로 남자아이가 엄마를 오이디푸스처럼 사랑하지 못하게 되고, 반명 여자아이는 남근 덕분에 아버지를 사랑하게 된다는 이 프로이트의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는 라캉에 의해 조금 변형되었다. 즉 라캉은 이를, 아이가 상상계의 수준에서 엄마를 위한 팔루스(phallus, 남근상)가 되는 것을 포기해야 하지만, 상징계의 수준에서 팔루스를 가지거나 받아들여야 하는 것으로 보았다. 다시 말해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상상계의 수준에 남아있지 않고, 상징계의 수준으로 통합됨으로써 아이의 정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이 상징계에 위치함으로 인하여 의미를 새로 세우고, 몸의 리비도가 활동할 영역을 제한하며, 타자(the Other)와의 거리를 만들어낸다. 그러므로 이 상징계의 통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정신병이 나타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상징계가 아니라 상상계나 실재계에서 일어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물론 그것은 근친상간으로 금기되고 있기 때문에, 그것은 다른 형태로 나타난다. 바로 정신병적인 형태로 말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정신병은 정신분열증과 편집증, 우울증의 크게 3가지로 나타날 수 있으며, 이는 각각 조금씩 다른 형태로 나타난다.

 

실제로 이 3가지를 나누는 것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며 상당히 복잡하다. 정신분열증자에게 의미는 불안정하며 분명하지 않다. 박해자(정신병자가 자신을 박해한다고 여기는 무엇)는 몸의 내부에 있거나 외부에 있을 수 있으며, 때로 신체감각의 통일성을 잃으며, 리비도는 몸에 집중된다. 반면 편집증자에게는 의미는 좀더 명확하며, 리비도는 박해자에게 집중된다. 즉 박해자는 편집증자에게 있어서는 항상 외부에 있다. 예를 들어 위에 논한 에른스트 바그너의 경우에 편집증이라고 볼 수 있다. 그는 자신의 주위 사람들과 자신이 죽인 뮐하우젠 마을 사람들이 자신을 박해한다고 생각했으며, 그들 안에 있는 (자신을) 박해하는 잘못된 무엇인가를 제거하고 싶어했다. 반면 우울증자는 편집증자의 거울상이다. 우울증자의 경우 리비도는 자신의 이미지 안에 있다. 우울증자는 자신을 무가치하다고 생각하며, 자신을 비하한다. 즉 편집증자에게는 잘못은 타자에게 있지만, 우울증자에게는 자신에게 잘못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때로는 자신을 없어져야 할 존재로 생각하기도 한다. 물론 이는 가장 간단하고 획일적으로 말한 것이며, 실제로는 사태는 훨씬 복잡하다. 우울증과 정신분열과 편집증의 차이는 거의 대부분의 경우 오랜시간 살펴보아야 하며, 이를 진단하는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아무튼 이렇게 정신병의 원인과 증상에 대해서 살펴보는 것은 각각의 경우에 맞게 올바르게 대응하기 위함이며, 정신병자와 주위 사람들의 고통을 줄여주기 위함이다. 즉 문제는 그들을 치료한다, 정상인으로 만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이 정신병 문제를 처음으로 다루었을 때 모든 스승들이 "정신병을 완전히 낫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은 버릴 것"을 충고했다고 한다. 즉 저자가 긍정하는 예전의 정신의학 전통으로 돌아가보면 타임머신을 타고 그가 태어난 바로 그 순간으로 돌아가지 않는 한 정신병이 없는 상태로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 정신분석들이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즉 그를 '미치는 것'이 아니라, '미친 것'의 상태, 그러니까 정신병이 있기는 하지만 정상생활이 가능한, 거의 보통인과 구별할 수 없는 상태로 되돌리는 것은 가능하다. 그것의 방식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예를 들어 정신병자 스스로가 정신병을 다스리는 방법에서 힌트를 찾을 수도 있다. 정신병자는 자신의 정신병을 다스리기 위해서 몇 가지 기제를 쓰는데 대표적인 두 가지가 안정화와 창작이다. 안정화(동일시)는 예를 들어 자신을 어떤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신에게 이상적 이미지를 덧붙이는 것이다. 일례로 자신을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위대한 소설가라던가, 외로운 등반가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창작은 어떤 상징적 질서나 새로운 체계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신조어를 만들어내는 것이 대표적인 예인데, 정신병자는 어떤 특정 신조어를 창작해냄으로써 어떤 예외의 공간, 자신만이 도피할 수 있는 빈공간을 만들어낸다. 그러므로 우리는 흔히 정신병자가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릴 때, 그를 '완전히 미쳤구나'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반대로 정신병자가 자신을 어떻게든 다스리려 하는 것, 정상생활이 가능한 상태로 돌아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생각하게 되는 것은 정신병의 문제는 실로 복잡하고, 수많은 사례와 수많은 분석을 통해서 접근해야 하며 그렇게 하더라도 매우 조심스럽게 다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아마도 그것이 대리언 리더가 원하는 것일 터이다. 이 책을 쓸 때 저자의 목적 중에 큰 하나는 정신병이 약이나 수술로서 처방이 가능하다는 현재 정신병을 다루는 주류적인 시각에 경종을 울리기 위함일 것이며, 환자 각각의 사례와 그의 정신을 들여다보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는 충고일 것이다. (물론 한편으로 중요한 것은 정신병을 이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정신병이 매우 복잡하고 다루기 어려운 것이라는 전대의 경험, 그러니까 대리언 리더가 칭송하는 이 예전의 경험 때문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며, 이 정신분석들 역시도 어떤 위험을 여전히 내포한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책에서 두 번째 사례연구로 든 판케예프의 경우가 좋은 예일 것인데, 그가 정신분석가들의 어떤 분석이나 치료로서 좋아진 것이 아니라, 자신 스스로가 정신분석가의 동료로서의 위치를 점해서 좋아졌다는 이 사실 자체가 아이러니하게도 정신분석의 위험성을 또한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즉 정신병자에게 행해지는 정신분석의 경우, 그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에게 행해지는 정신분석'이라는 것 자체가 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한다는 사실.) 다만 나와 같은 일반독자의 입장으로 보면 너무 논의가 깊숙하게 들어가는 부분이 있어 흥미진진하긴 하지만, 또 너무 어려워지는 경향도 있다. 일반서와 전문서의 경계에 서 있는 책이 아닌가 생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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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거핀 2012-11-26 0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갑자기 생각이 났는데, 이 책에는 제임스 조이스의 정신병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조이스는 일종의 '수신자'로서 그에게 들려오는 신호를 받았고(그러니까 환청을 들었고), 그는 정신병자가 이를 벗어나는 방법인 '수신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행위'로서 이를 벗어나려 했다고. 물론 그 다른 사람이란 우리 독자들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을 읽음으로써 그가 정신병을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언급된 <피네건의 경야> 같은 작품이 어떤 작품인지 궁금하군..

맥거핀 2012-11-26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억해 둘 만한 부분

우생학 계획이 도입한 차별 논리는 망상과 비슷한 것 같다. "우리"와 "그들"을 무척 엄격하게 구별하기 때문이다. 정신병적 사고에서도 이것이 때때로 나타난다. 여기서 세상은 단순한 이분법과 두 종류의 가치판단으로 나누어진다. 순수와 불결, 좋음과 나쁨, 흑과 백, 유죄와 무죄 등이 그것이다. 작가인 메리 라우든이 지적했듯이, "정신병에 대한 태도를 논할 때, 많은 사람이 타인이 어디에 속하는지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문제를 풀어야 자신이 어디에 속하는지 결정되기 때문이다." (p.431)

2012-11-26 1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증 처방'이 문제가 있는 것은 몸의 치료에서만 그런 게 아니군요. (마음의 치료에서도 그렇군요.) 그리고 간편한 처치, 대응은 역시 또 문제.. 하지만 모든 인간이 그 인생을 송두리채 이해받을 만큼의 치료적 관심을 받기는 쉽지 않을 듯 해요. 예를 들어 헬렌 켈러에게는 결국 설리반이란 사람의 인생 하나가 다 필요했던 것인데, 모두 그런 기회를 얻을 순 없겠죠. 지도를 완전히 그리기 위해선 결국 그 지역과 같은 크기의 지도가 그려져야 한다는 말이 생각나네요.(보르헤스인가요? 저에게는 미지의 소설가.) 여튼 그런 치료는 불가능하더라도 저자의 말대로 올바른 관점에서의 최대한의 접근은 가능하겠군요. 이 책의 요지는 그것일텐데, 괜히 한 번 위와 같은 생각을 해 봤어요. 그냥..ㅋ / 여튼 읽고 많은 개념을 배웠네요. 정신병에 관해서..^^

맥거핀 2012-11-26 23:37   좋아요 0 | URL
지도를 완전히 그리기 위해선 결국 그 지역과 같은 크기의 지도가 그려져야 한다..이거 참 잘 들어맞는 비유네요. 실제로 책에 나온 사례들을 보면(예를 들어 위에 얘기한 판케예프) 한 사람을 상담하는 분량이 엄청나거든요. 하루에 몇 시간 씩 몇 년, 길게는 몇 십년을 상담을 합니다. (그런 면에서 프로이트와 라캉 등에게 모두 엄청난 상담을 받은 판케예프는 매우 운이 좋았던 케이스죠.)

근데 문제는 그러다보면 그 베낀 지도의 크기도 어마어마해질 뿐더러 그 원본지도가 변형이 되요. 즉 상담자의 어떤 태도, 말이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그가 상담자와 맺는 어떤 관계가 이에 영향을 미치게 되더군요. 판케예프의 경우에는 다행히도 그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만, 반대로 부정적인 영향, 그러니까 예를 들어 환자가 상담사를 죽이려 든다거나 하는 일도 발생할 수 있는거죠.

아무튼 저는 정신병에 대해서는 푸코 식의 해석, 그러니까 사회규범을 반하는 행동이 정신병으로 규정된다는 식의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책을 읽다보니 그런 규범과 별개로 '미친 것'으로 규정될 수 있는 상태가 있다는 저자의 의견에 어느 정도 동의할 수 있었구요. 그와 더불어 한편으로는 저라는 사람의 광기에 대해, 혹시 조용한 광기가 나에게도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물론 자신이 그 구조를 알아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만..)

책이 어려운 부분이 많아서 리뷰를 쓴다는 생각보다는 요약한다는 느낌으로 그저 정리해봤어요.

아이리시스 2012-11-27 0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언젠가에는 말이죠..저 광기를 부러워하기도 했었어요. 광기어린 표정으로 어떤 화가가 작품 하나를 뚝딱 그려낼 때, 작가가 미친듯이 글을 써내려갈 때, 밤새도록 어떤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헤맬 때. 그런 것도 광기라고 할 수 있다면 말이죠. 이 책과는 전혀 다른 의미의 광기 같네요;; <피네건의 경야>는 대체 뭐길래 해석서가 발간될까요? 새로 완역본이 나왔던데 모처럼 욕심이 불끈!

어떤 심리학책을 보는데 거기 이런 말을 한 누군가가 있었어요. "지도는 땅이 아니다" 영향..그렇게 연결되기도 하네요.

네! 요즘 리뷰는 요약하는 느낌으로 쓰는 게 유행인 모양..^^

맥거핀 2012-11-27 23:47   좋아요 0 | URL
아무튼 저자에 의하면 조각을 만들거나, 음악을 작곡하거나 같은 창작활동은 정신병의 호전에 상당히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제임스 조이스가 정신병이라고 저자는 말하던데, 사실 저는 잘 모르겠어요. (원래 조이스의 정신병이 유명한가요?) 간단하게 말하면 조이스가 메시지를 듣는 최종적인 수신자가 아니라, 그가 자신이 듣는 메시지를 건네는 일종의 매개자가 됨으로써 그가 정신병적인 구조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날 수 있었다는 게 저자의 의견입니다만, 사실 전혀 모르니, 뭐 그렇다면 그런 줄 알고 있을 수 밖에요.

그러니 <피네건의 경야>가 뭔가 무시무시한 소설일 것 같기는 합니다. 그보다는 이번에 문학동네 전집 세일할 때 산 <더블린 사람들>이나 먼저 읽어야겠습니다.^^

마녀고양이 2012-11-27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신병의 경우, 약물을 무시할 수 없는게,
일단 상담을 통해서 치료를 하기 위해서 적어도 앉아 있거나 말을 통해야 하잖아요.
그 정도의 증상 완화가 약물이 병행되어야 가능하다는 점이 있고, 정신분석학의 이론은 정말 맞는거 같고 많은 증상이 설명되는거 같은데 증명이 안 된다는 점과 너무 오랫동안 치료를 해야 하는 점도 현실적 적용이 어려운 사항 같아요. 물론 약물로 원인을 고칠 수 없다는 점은 동의합니다.

아, 맥거핀님 페이퍼를 보니 또다시 생각이 많아지는게
머리가.... 흑.... 감기 몸살로 쉬는 중인데,, 책임지세요! ㅋㅋ.

맥거핀 2012-11-27 23:39   좋아요 0 | URL
네..맞는 말씀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저자는 약물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나(약에 대응하는 정신병만이 주목이 된다거나, 약은 궁극적으로 치료를 하지 못하고, 그를 멍하게, 둔하게 만들 뿐이라는 점 등등), 정신병에 있어서 약물의 필요성 역시 어느정도는 필요하다고 봅니다. 다만 저자가 이것을 강조하는 이유는 현재에 약물에 의존하는 경향이 너무 심해졌다는 판단에 의한 것이겠죠. 말씀하신대로 결국 이 책을 읽어봐도 정신분석학 역시도 정신병을 완전히 치료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거든요. 부작용, 그러니까 정신병을 심화시키는 경우도 있구요. 물론 모든 환자를 그렇게 상담하는 것이 어렵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근데, 저도 감기 비슷한 증세로 계속 몸이 안 좋았거든요. 안좋은 상태에서 이해도 안되는 책을 읽고 쓴 글이니 이해해 주세요.^^ (아무튼 요즘에 감기 조심해야합니다.)

양철나무꾼 2012-11-27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이렇게 어려운 도서가 신간평가단 도서란 말인가여~ㅠ.ㅠ

님이 예를 들어 잘 정리해주신 덕분에...감 잡았지만, 감히 읽어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맥거핀 2012-11-27 23:41   좋아요 0 | URL
저도 이런 기회나 되야 읽지, 아마도 평생 가야 들춰보지 않을 책 중에 하나가 아닌가 싶습니다.

근데 서평단 책이 두권인데요. 나머지 한 권은 '양자역학'에 대한 거거든요. 그 양자역학 책은 저도 추천한 거기 떄문에 할 말은 없지만, 나머지 한 권도 이런 책일 줄이야..OTL

2012-11-30 2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2-01 13: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2-03 17: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2-03 18:2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