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에 들어와 가끔 놀라는 때가 있다. 그것은 상당히 일방적이며, 직설적이고, 폭력적인 글들이 높은 추천을 받고 있는 것을 볼 때이다. 정확히 말해서 놀란다기 보다는 그저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일단은 이 알라딘이라는 공간의 특성적인 문제. 내 추측일뿐이지만, 아마도 이곳에는 책을 좋아하고, 그만큼 글쓰기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 분들이 다수를 이룰 것이다. 그런데 이곳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글들도 결국은 어느 정도는 타 곳들과 비슷해진다는 것.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면, 뭔가 다를 것이다라는 것은 결국 어떤 착각에 불과했던 것일까. 

그것이 아니라면, 어쩌면 나의 생각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즉 어쩌면 그런 것을 폭력적이며, 일방적이라고 받아들이는 나의 성향이 이상한 착각을 야기하는 것은 아닐까. 요즘에 들어서 내가 쓰는 글들이 퇴보를 향해간다는 느낌을 받는다. 도무지 발전이 없고, 계속 한 얘기를 반복해서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얼마전 내 블로그 글들을 자주 읽어주는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 친구의 말로는 내 글이 너무 '모호함'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후에 내가 지금껏 쓴 글들을 꼼꼼이 다시 반복하여 읽어보았는데, 확실히 내 블로그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표현들은 '일종의 문제', '~수 있다', '어떤 경향성', '조금은', '~까', '부인할 수 없다' 등등이다. 어떤 것이 좋다고도, 그리고 혹은 나쁘다고도 쉽게 말하지 않는 모호함의 문제, 회색의 덧칠들 그런 것들이 너무 눈에 띈다. (즉 글이라는 것이 결국은 누군가에게 읽히기 위함임을 전제로 했을 때, 나 자신도 읽으면서 안개 속을 걷는 형국이라면, 누가 그 글을 읽겠는가.) 

이제 이런 나약한 글쓰기는 그만두고 치열하게 부딪히는 환경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일까. 생각을 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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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2011-10-31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똑같은 문제를 겪고 있는 듯해요. 어떻게 된 것이 책은 읽을수록 읽어야할 책은 점점 더 많아지는지.. 그리고 뭔가를 안다고 말하기가 겁나고 매사에 무언가를 확신한다는 것이 두려워져요.

맥거핀 2011-10-31 20:58   좋아요 0 | URL
한 때 더 많이 알게 되면, 더 많이 무엇인가를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이제 잘 모르겠습니다. 예를 들어 분명히 나보다는 무엇인가를 많이 아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 무엇인가를 말할 때를 보면요. 아는 것과 그로 인해 무엇인가를 갖추게 되는 것은 다른 문제일까..도리어 많이 알게 될수록 말하기가 힘들어지는 걸까요? 아니면 내가 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그저 '아는 척'만 했기 때문일까요? 아무튼 생각을 해야합니다. 지금 이대로는 아닌 것 같아요.

꽃도둑 2011-11-01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가을이군요... 독서의 계절이 아니라 사색의 계절..
맥거핀 님의 생각은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거에요. 무엇보다 책을 읽고 글을
쓴다는 사람들이라면 한번 쯤은 고민해보았을 듯 싶은데요... 누구처럼 써보고 싶다는 열망은 결국 나를 넘어서는 일이어야 할텐데...한계라는 것은요..쉽사리 무너지는 게 아니더라구요.
아주 조금씩 조금씩 발전하는 나를 보곤 하죠... 많이 읽고 쓰고 생각하고 그 길밖에는 없는데...
뭐 굳이...저는 그래요. 뭐 굳이.. 그냥 쓰는 순간 몰입하고 그걸로 잊어버리곤 하죠..^^
그리고 어디가서 별로 아는 척 안해요 쩍팔려서...^^


맥거핀 2011-11-02 01:20   좋아요 0 | URL
뭔가를 쓰려고 하는 사람들은 한번쯤 하는 고민인가요..? 그래요. 확실히 뭔가를 넘어서기는 해야하는데, 자주 주저하게 되는 것 같아요. 과연 이게 올바른 방향인가, 이게 더 나은 것인가 의문도 들고..하기는 제가 생각하는 좋은 글의 기준도 예전을 돌이켜보면 많이 바뀌었으니까요. 예전에 좋은 글이라고 생각했던 글들을 지금 읽어보면, 거의 대부분 별 감흥이 없거나, 도리어 싫어지기도 하니까. 그만큼 자기 기준을 확고히 다지는 것이 어려운 것이겠지요. 그러나 어렵다고 해도 노력은 해야죠.^^

마녀고양이 2011-11-02 1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맥거핀님께서 저랑 같은 날짜에 유사한 맥락의 글을 올리셨었군요.
따스하게 주고 받았으면 좋겠다는게 제 생각인데,
댓글에서 다른 의견이 있었답니다. 그 정도 글은 글쓴이 자체에 대한 공격이 아니기 때문에, 비평 자체가 더욱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의견이었죠. 음, 사람마다 느끼는게 다르구나 하고 한참 생각했었습니다. 아마 그런 글을 주고 받는게 일상화된 분이라면, 다르게 받아들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고 남자와 여자 또는 직업에 따라서 받아들이는 면이 다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추워지는데, 따스한게 저는 좋습니다만. ^^

맥거핀 2011-11-02 20:56   좋아요 0 | URL
방금 전에 몇몇 글을 보고나니, 뭐라고 말을 잘 못하겠네요. 다만, '이것이 사람마다 느끼는게 다르다는 말로만 봉합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아니라고 답하겠습니다.(물론 마녀고양이님께 뭐라고 하는 것은 절대 아니구요.^^) 제 블로그 대문에 쓰인대로 '무엇을 말하지 않을 것인가'를 생각해보겠습니다.

아무튼, 저도 따스한게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