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 분야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주세요.

아직 11월에 온 <바다>나 <왜 도덕인가?>도 하나도 읽지 못했는데, 벌써 새로운 책들을 추천해야 하나 보다. 이렇게 별로 책도 읽지 않고, 뻔뻔스럽게도 이 책이 어떻고, 저 책이 어떻고 하는 글을 써야하니 민망한 노릇이다. 어쩌면 이렇게 중언부언 설명을 붙이지 않고, 그저 책들만 죽 나열하는 다른 글들이 더 솔직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된다. 그래도 민망해서 오그라든 손가락을 펴는 차원에서라도 몇 마디 흰소리를 덧붙여 본다.  

머리 속에 지식은 점점 얇아져만 가고, 보관함에 든 책들은 점점 늘어만 간다..... 



보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 / 앨버트 O. 허시먼 / 웅진지식하우스

레토릭(rhetoric, 수사학)은 때로 다른 것들과 결합해 부정적인 것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보수 신문들의 레토릭을 이야기할 때, 그것은 그 레토릭 이면에 숨어 있는 다른 것을 보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또 역으로 생각해보면 보수 신문들이 어찌 되었건 우리나라 매스미디어를 장악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그것에는 그들의 현란한 레토릭이 한몫을 한다는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것만이 전부는 아니지만, 지난 대선에도 먼저 경제에 대한 주제를 선점하고, 그로 인한 보수의 레토릭들이 보수정권에 승리를 안긴 것 또한 사실이지 않은가. 지배하기 위해서는 레토릭이 필요하다. 우리는 흔히 수사학하면 소피스트들을 연상하고, 소피스트하면 소크라테스의 독배를 연상하는데, 독배를 마시지 않기 위해서는 그 독배가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는지부터 알아야 한다. 



추상적 사유의 위대한 힘- 튜링 & 괴델 / 박정일 / 김영사

현대는 인공지능의 시대이고, 우리는 싫든 좋든 인공지능에 둘러싸여 있다. 인간 이외에 또다른 생각하는 기계들의 출현. 이 출현에 획기적인 역할을 한 사람이 튜링과 괴델이다. 괴델은 '불완전성의 정리'를 내세워 논리적 사고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고, 튜링은 '튜링 기계'를 고안하여 현대 컴퓨터의 시초를 만들었다. 그 튜링과 괴델의 시작들이 무엇과 연결되어 있는지, 또 앞으로의 인공지능에 대한 논의에 놓여있는 암초들은 무엇인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줄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재미있을 것 같다! 



엥겔스 평전 / 트리스트럼 헌트 / 글항아리

엥겔스는 마르크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것이 사실이고, 그의 생애 역시 총체적으로 조망되어 국내에 소개된 적은 드물다. 이 책에는 '프록코트를 입은 공산주의자'라는 부제가 달려있는데, 이 부제가 그의 고민과 그가 처했던 위치를 잘 말해주는 것 같다. 그리고 이 고민들은 왠지 현재 사회와도 조금은 연관이 되는 듯 하다. 예를 들어 만약 우리 사회에도 공산주의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된다면(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그것의 주축은 노동자들이 아닌, 아마도 중상류층 이상의 지식인 층이 될 것이다. 왜 그런걸까. 이 책이 조금은 힌트가 될 수도 있을 듯. 



촘스키와 푸코, 인간의 본성을 말하다 / 아브람 노엄 촘스키, 미셸 푸코 / 시대의 창

촘스키와 푸코라. 언뜻 생각하면 두 사람을 연관지을 수 있는 끈은 '구조주의' 외에는 별로 없어 보인다. 그러나 또 다르게 생각하면 두 사람의 공통점의 실마리가 드러나는 것 같기도 하다. 촘스키는 자신의 주전공인 언어학 외에 미국의 제국주의적 정책에 대해, 미국 및 강대국들의 권력에 대해 끊임없이 딴죽을 걸었던 학자이고, 푸코 역시 권력의 메커니즘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에서 꾸준히 논의를 전개해 왔다. 일단 그 두 사람의 만남이니 흥미가 가고, 그 두사람의 TV 토론을 책으로 만들었다니, 쉽게 이야기를 들려줄 것 같다. 



공자 평전 / 안핑 친 / 돌베개

중국에서 최근 공자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는 것 같다. 물론 중국에서 공자에 대한 숭상은 계속 이어져 왔으나, 최근 들어 그것이 더욱 강력해진 감이 있다. 예를 들어 최근 주윤발 주연의 <공자>라는 영화가 개봉한 것도 그 맥락 중의 하나이지 않을까. 그런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공자는 이미 박제된 지 오래고, 오래된 낡은 관념으로만 남아 있다. 그것은 물론 나도 마찬가지인데, 우리의 고정관념 속의 박제된 공자나 영화로 만들어진 스펙터클한 공자가 아니라, '인간 공자'는 진정으로 어떠한 사람이었는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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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거핀 2010-12-06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감벤의 <세속화 예찬>이나, 네그리의 <네그리의 제국 강의>를 추천하고도 싶었으나, 일단 쉬운 책들부터라도 좀 읽자. 아감벤이나 네그리는 상태가 좋을 때에....
어째 올리다 보니 평전이 두 권. 지난 번에 산 <박헌영 평전>도 아직 읽지 못했는데!!

cyrus 2010-12-06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에는 평전이 꽤 많이 나오는가 봅니다. 故 리영희 씨의 평전도 그렇고,
오늘 확인해봤는데 비스마르크 평전도 나왔더군요. 갑자기 평전에도 급 땡기네요.

맥거핀 2010-12-07 00:55   좋아요 0 | URL
한 사람의 삶을 다각도로 조명하는 평전들이 교양을 쌓고 싶어하는 독자들의 취향에도 맞고, 무엇보다도 아무래도 재미있게 잘 읽히는 측면이 있어서 그런가 아닌가 조심스럽게 추측해봅니다. 그런데 확실히 평전은 누가 썼느냐가 중요한 문제인데, 위의 책들의 저자들이 어떤 분들인지는 잘 모르겠네요...(제가 책소개를 잘 믿지 못해서..;;)

꽃도둑 2010-12-10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맥거핀 님 부산 지하철 역에서 봤어요...피리부는 소년 맞죠?...^^
얼마 전 배병삼 교수님의 논어 강의를 들었는데 공자를 보는 새로운 눈을 갖게 되었죠..
공자 급 땡깁니다..^^

맥거핀 2010-12-10 20:29   좋아요 0 | URL
저를 보셨다는 이야기인줄 알고 순간 멈칫 했습니다.^^; 피리부는 소년을 보셨다는 이야기시겠지요. 네..마네의 피리부는 소년 맞습니다.
저는 누군가 예전에 선물해주셔서 <논어>를 가지고 있고, 가끔 들여다보곤 하는데요. 볼 때마다 묘한 깨달음을 얻습니다. 도대체 공자님은 왜 이렇게 맞는 말씀만 하실까요..(절대 빈정대는 것 아닙니다.;) 그렇게 행하는 것이 어려워서 그렇지, 이 <논어>의 이야기들은 현재의 시대에도 거의 들어맞는 듯 싶습니다.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