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중위의 여자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32
존 파울즈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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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감이 감도는 사라 우드러프와 영국 신사 찰스 스미스선의 러브 스토리 [프랑스 중위의 여자], 리뷰를 잘쓰고 싶었는데 읽은지 한달이 지나도록 손도 못댔고 벌써 을미년 마지막 날이다. 100자평으로 갈음하게 되다니, 이 게으름을 어떻게 한담. 많은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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밧줄은, 인간이 만든 대부분의 도구와 마찬가지로 때로는 생명을 살리기도 하지만 그 반대로 쓰여지기도 한다.  어렸을 적 <해님, 달님> 동화에서는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이 어린 남매를 호랑이의 손아귀에서 구하는 역할을 했다. 생명을 살리는 밧줄이다. 고립된 기암절벽의 산악지대나 화마가 휩싸인 건물에서 사람을 구할 때에도 마찬가지다. 나무의 넝쿨을 이동수단으로 이용하는 밀림의 왕자 타잔에게도 넝쿨은 밧줄의 또 다른 형태일 뿐이다. 현대에 와서 스파이더맨이, 타잔이 쓰던 방식을 빌딩 숲을 배경으로 재생한다.

 

오늘 부터 2회에 걸쳐서 '밧줄 스타일(rope style)'의 포스터를 살펴 보려고 한다. 첫번째로 사람을 살리는 밧줄을 보자. 이런 유형의 포스터는 모험 영화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마이클 더글라스, 캐더린 터너, 대니 드비토 트리오가 출연했던 로맨스 모험 영화 [로맨싱 스톤] 시리즈의 포스터가 대표적이다.

 

 

 

[로맨싱 스톤, 1984]

 

 

[나일의 대모험, 1985]

 

 

 

시리즈 첫째 편의 포스터는 밀림을 배경으로 두 남녀의 밀당 로맨스(표정을 보라)가 곁들여진 모험이 화면을 가득 메웠다. 이어진 두번째 포스터는 사막으로 무대가 바뀐만큼 건조한 색감으로 바뀌었고 두 남녀 주인공 이외에도 영화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낸 대니 드비토 모습이 우스꽝스럽게 추가되었다. 위험한 순간, 어김없이 그들이 위기를 모면할 때마다 밧줄이 등장한다. 마이클 더글라스, 캐더린 터너, 대니 드비토 트리오는 이 시리즈 말고도 [장미의 전쟁, 1989]에서 다시 한 번 찰떡궁합을 과시했다.

 

 

 

 

[코디와 생쥐구조대, 1990]

 

 

월트 디즈니 사의 두번째 구조대 시리즈 [코디와 생쥐구조대]도 밧줄에 매달려 구조되는 역동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시리즈의 첫번째도 용도는 다르지만 포스터에 밧줄이 등장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모험 영화에서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영화 [레이더스] 역시 밧줄은 필수 아이템이다. 특히, 인디아나 존스가 가지고 다니는 채찍은 여러가지 용도로 사용되는데, 이소룡에게 쌍절곤이 있다면 존스 박사에게는 '채찍'이 있다고 할 만큼 분신과도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레이더스, 1981]

 

 

[레이더스, 1981]의 1982년 재개봉 포스터 

 

 

 

스티븐 스필버그와 조지 루카스가 작정하고 만든 모험 액션 영화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는 첫 작품 [레이더스] 이후 4편까지 개봉되었다. 이 시리즈를 기다리는 팬이 한두명이 아닐텐데 얼마전 스필버그는 "해리슨 포드 이외에는 어느 누구에게도 인디아나 존스 역을 맡길 수 없다"고 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시리즈의 명맥은 완전히 해리슨 포드의 건강에 달린 건가?

 

 

밧줄은 스파이 액션 영화에서도 종종 등장한다. 우선, 무협 영화라기 보다는 사실 스파이 영화에 가까운 [용쟁호투]의 포스터다.

 

 

 

[용쟁호투, 1973]

 

 

[용쟁호투]라는 영화와 배우가 전설로 남은 것처럼 이 포스터도 볼수록 괜찮은 포스터 중에 하나인데 포인트는 역시  우측에 길게 내려뜨린 밧줄이다. 영화속에서 이 밧줄을 이용해 침투하는 장면을 찾아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될 듯하다.

 

 

 

[로즈 버드, 1975]

 

 

피터 오툴, 리차드 아텐보로가 출연한 이 영화도 스파이 액션 영화로 분류된다. 뉴스위크 지 기자  래리 마틴(피터 오툴 분)은 비밀리에 CIA를 위해 일하는 첩보원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과 갈등을 스파이 액션물로 버무렸는데 영화는 그닥 주목받지 못했다. 포스터 중앙에 헬기 레펠을 타고 유람선으로 침투하는 모습이 보인다.

 

 

 

 [아이거 빙벽, 1975]      

 

 

 

클린트 이스트우드 영화 중 아직 못 본 몇 안되는 영화 중에 하나다. 스토리가 궁금해서 다음 영화에서 찾아 봤다.

미술사학 교수인 햄록 박사(클린트 이스트우드 분)는 사실 첩보기관에서 살인청부업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교수 월급으로 수많은 미술 진품들을 집에 소장할 수 있었던 데는 그로 인한 수입이 엄청났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그는 학생들에게도 인기가 많으며 자유롭게 연애를 즐기며 산다. 그런 그에게 ‘드래곤’으로부터 새로운 지령이 떨어진다. 아이거 빙벽 등반대 중 한 명을 암살하는 것. 하지만 과거 그는 아이거 빙벽에서 두 번이나 그냥 돌아온 전력이 있다. 이제 그는 오랜 친구 벤(조지 케네디 분)의 도움으로 등산을 하고 체력을 단련하며 몸을 만드는데...

다음 영화

빙벽등반 장비들이 보인다. 그중에서도 필수품, 생명줄과도 같은 로프를 붙잡고 있는 햄록 박사 뒤로 절벽 아래로 떨어지고 있는 사람이 보인다. "그가 사냥하려는 암살자가 쥐고 있는 그의 생명줄"이라는 광고문구도 확 눈에 띈다. 저 밧줄은 생명을 살리는 줄이 될 것인가? 아니면 그 반대가 될 것인가? 궁금하다.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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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가을 '황순원 문학관'을 방문했을 때 아들과 찍은 사진. 책에 둘러싸여 있으니 책의 향기가 진하게 묻어난다. 도율이도 책을 싫어하지 않아 다행이다. 책은 좋지만 책벌레가 되는 것은 좋지 않다. 좋은 책을 많이 읽고 아울러 좋은 친구들도 많이 사귀면서 활달하게 자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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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박물관 10년사]가 나왔다. 남아있는 유일한 원년 멤버 분께서 직접 보내주셨다. 이 곳에서 처음 4년을 보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옛말도 있는데, 기억이 새롭다. 그때 그 동료들, 즐거운 성탄 전야를 보내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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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바다 - 전2권 (한글판 + 영문판) 더클래식 세계문학 컬렉션 (한글판 + 영문판) 1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베스트트랜스 옮김 / 더클래식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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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늙어 버렸지만, 그의 두 눈만은 바다색과 꼭 닮아 활기와 불굴의 의지로 빛났다. 

책의 표지에도 있고, 소설의 도입부에도 나오는 노인에 대한 묘사이다. 너무나 유명해서 누구나 읽었던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하는 작품,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다시 읽으면서 이 대목에 이르러 거울을 바라본다. 내 '눈'이 먼저 나와 '아이 컨택'을 시도한다. 바다색은 아닐지라도 나의 두 눈은 과연 '활기와 불굴의 의지'로 빛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니체는 "그대의 운명이 평탄하기를 바라지 말고 가혹할 것을 바라라"라고 말했다. 그가 말한 '초인'이 '고난을 견디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고난을 사랑하며 오히려 고난이 찾아오기를 촉구하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노인과 바다]의 제목은 [초인과 바다]라고 바꿔 말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84일간이나 고기를 낚지 못한 노인이 홀로 망망대해 한가운데에서 거대한 청새치와 한 판 사투를 벌이는 과정은 가혹하다. 그토록 어렵게 잡은 물고기를 상어가 공격하려하자 노인은 "좋은 일은 결코 오래 지속되지 않는 법"이라며 이번에는 상어와의 일전을 준비한다. 가까스로 첫번째 상어의 공격을 막어낸 노인은 "인간은 패배하는 존재로 만들어진 게 아니야. 인간은 파괴될 수는 있어도 패하지는 않지.(118쪽)" 라고 혼잣말로 읊조리며 아직 끝나지 않은 상어떼의 공격에 대비한다.

 

'인간은 파괴될 수 있어도 패하지는 않는다.'

남자라면 누구나 심장을 빠르게 뛰게 할 이 문장이 이 짧은 소설이 독자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아닐까? 거대한 자연 앞에, 운명 앞에 부서질망정 절대 좌절해서는 안된다는 인간의 각오가 묻어난다. 그런데 그 인간이라는 것이 얼마나 나약한가. 팔씨름에 관한한 한 때 그 누구도 당해낼 수 없었던 강인한 어부는 이제 사람들로부터 비웃음을 받는 '운이 다해 버린 노인'이 되었다. 그의 말상대는 다섯 살때부터 노인과 함께 배를 탄 소년 뿐이다. 그러나 그 소년도 부모의 만류로 다른 어부의 배를 타게되고 드넓은 바다에서 노인은 혼자일 수 밖에 없었다. "그 애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중얼거리는 노인의 말에서 외로움이 뚝뚝 떨어진다. 인간이란 이렇게 나약한 존재이기 때문에 비겁해지기 쉽다. 그렇지만 노인은 당당히 운명과 맞섬으로써 역경속에서도 품위를 잃지 않았다. 스스로 뇌까린 '인간은 파괴될 수 있어도 패하지는 않는다.'는 신념을 지켰던 것이다.

 

상어떼에게 고기를 다 빼앗기고 지친 몸으로 자신의 움막으로 돌아와 아무런 원망도 한탄도 없이 초라한 침대에 누웠을 때 노인은 심정은 어떠했을지 상상해 본다. 편안하지 않았을까? 최선을 다해 온 몸을 던진 사람은 승리와 패배로 규정되지 않는다. 하나의 일상일 뿐이다. 다음 날, 잠에서 깬 노인과 소년의 대화가 특히 감동적인 까닭은, 둘의 대화가 승리(청새치를 잡은 것)의 축하나 실패(상어떼에게 청새치를 빼앗긴 것)에 대한 위로 따위가 아니라,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일상과 다름 없이 다음 출어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 받기 때문이다. 삶은 그렇게 고난과 역경의 연속이니 별나게 요란떨 필요 없다. 그래도 알 사람은 다 안다. 노인 앞에서 담담한 소년이 노인의 움막을 오가면서 엉엉 울었던 처럼...  

 

 

 

p.s. 접어 둔 페이지

노인은 말했다. "너 때문에 이것을 먹는단다." 노인은 순간 물속에 있는 저 물고기에게도 이것을 좀 먹였으면, 노인은 생각했다. 형제니까 말이야. 하지만 나는 그 물고기를 죽여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힘이 있어야만 해.  67쪽

이 물고기를 쓰다듬어 보고 싶다, 노인은 생각했다. 이 물고기는 내 재산이다. 그러나 단지 그 이유 때문에 만져 보고 싶은 것은 아니다. 물고기의 심장은 작살을 꽂을 때 이미 느꼈다. 두 번째 작살 자루를 박아 넣을 때 말이다. 자, 이제 끌어들여서 비끄러매자. 저놈을 배에 비끄러맬 수 있도록 꼬리와 허리에 올가미를 하나씩 걸어야 한다. 1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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