밧줄은, 인간이 만든 대부분의 도구와 마찬가지로 때로는 생명을 살리기도 하지만 그 반대로 쓰여지기도 한다. 어렸을 적 <해님, 달님> 동화에서는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이 어린 남매를 호랑이의 손아귀에서 구하는 역할을 했다. 생명을 살리는 밧줄이다. 고립된 기암절벽의 산악지대나 화마가 휩싸인 건물에서 사람을 구할 때에도 마찬가지다. 나무의 넝쿨을 이동수단으로 이용하는 밀림의 왕자 타잔에게도 넝쿨은 밧줄의 또 다른 형태일 뿐이다. 현대에 와서 스파이더맨이, 타잔이 쓰던 방식을 빌딩 숲을 배경으로 재생한다.
오늘 부터 2회에 걸쳐서 '밧줄 스타일(rope style)'의 포스터를 살펴 보려고 한다. 첫번째로 사람을 살리는 밧줄을 보자. 이런 유형의 포스터는 모험 영화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마이클 더글라스, 캐더린 터너, 대니 드비토 트리오가 출연했던 로맨스 모험 영화 [로맨싱 스톤] 시리즈의 포스터가 대표적이다.

[로맨싱 스톤, 1984]

[나일의 대모험, 1985]
시리즈 첫째 편의 포스터는 밀림을 배경으로 두 남녀의 밀당 로맨스(표정을 보라)가 곁들여진 모험이 화면을 가득 메웠다. 이어진 두번째 포스터는 사막으로 무대가 바뀐만큼 건조한 색감으로 바뀌었고 두 남녀 주인공 이외에도 영화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낸 대니 드비토 모습이 우스꽝스럽게 추가되었다. 위험한 순간, 어김없이 그들이 위기를 모면할 때마다 밧줄이 등장한다. 마이클 더글라스, 캐더린 터너, 대니 드비토 트리오는 이 시리즈 말고도 [장미의 전쟁, 1989]에서 다시 한 번 찰떡궁합을 과시했다.

[코디와 생쥐구조대, 1990]
월트 디즈니 사의 두번째 구조대 시리즈 [코디와 생쥐구조대]도 밧줄에 매달려 구조되는 역동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시리즈의 첫번째도 용도는 다르지만 포스터에 밧줄이 등장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모험 영화에서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영화 [레이더스] 역시 밧줄은 필수 아이템이다. 특히, 인디아나 존스가 가지고 다니는 채찍은 여러가지 용도로 사용되는데, 이소룡에게 쌍절곤이 있다면 존스 박사에게는 '채찍'이 있다고 할 만큼 분신과도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레이더스, 1981]

[레이더스, 1981]의 1982년 재개봉 포스터
스티븐 스필버그와 조지 루카스가 작정하고 만든 모험 액션 영화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는 첫 작품 [레이더스] 이후 4편까지 개봉되었다. 이 시리즈를 기다리는 팬이 한두명이 아닐텐데 얼마전 스필버그는 "해리슨 포드 이외에는 어느 누구에게도 인디아나 존스 역을 맡길 수 없다"고 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시리즈의 명맥은 완전히 해리슨 포드의 건강에 달린 건가?
밧줄은 스파이 액션 영화에서도 종종 등장한다. 우선, 무협 영화라기 보다는 사실 스파이 영화에 가까운 [용쟁호투]의 포스터다.

[용쟁호투, 1973]
[용쟁호투]라는 영화와 배우가 전설로 남은 것처럼 이 포스터도 볼수록 괜찮은 포스터 중에 하나인데 포인트는 역시 우측에 길게 내려뜨린 밧줄이다. 영화속에서 이 밧줄을 이용해 침투하는 장면을 찾아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될 듯하다.

[로즈 버드, 1975]
피터 오툴, 리차드 아텐보로가 출연한 이 영화도 스파이 액션 영화로 분류된다. 뉴스위크 지 기자 래리 마틴(피터 오툴 분)은 비밀리에 CIA를 위해 일하는 첩보원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과 갈등을 스파이 액션물로 버무렸는데 영화는 그닥 주목받지 못했다. 포스터 중앙에 헬기 레펠을 타고 유람선으로 침투하는 모습이 보인다.

[아이거 빙벽, 1975]
클린트 이스트우드 영화 중 아직 못 본 몇 안되는 영화 중에 하나다. 스토리가 궁금해서 다음 영화에서 찾아 봤다.
미술사학 교수인 햄록 박사(클린트 이스트우드 분)는 사실 첩보기관에서 살인청부업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교수 월급으로 수많은 미술 진품들을 집에
소장할 수 있었던 데는 그로 인한 수입이 엄청났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그는 학생들에게도 인기가 많으며 자유롭게 연애를 즐기며
산다. 그런 그에게 ‘드래곤’으로부터 새로운 지령이 떨어진다. 아이거 빙벽 등반대 중 한 명을 암살하는 것. 하지만 과거 그는 아이거 빙벽에서
두 번이나 그냥 돌아온 전력이 있다. 이제 그는 오랜 친구 벤(조지 케네디 분)의 도움으로 등산을 하고 체력을 단련하며 몸을 만드는데...
다음 영화
빙벽등반 장비들이 보인다. 그중에서도 필수품, 생명줄과도 같은 로프를 붙잡고 있는 햄록 박사 뒤로 절벽 아래로 떨어지고 있는 사람이 보인다. "그가 사냥하려는 암살자가 쥐고 있는 그의 생명줄"이라는 광고문구도 확 눈에 띈다. 저 밧줄은 생명을 살리는 줄이 될 것인가? 아니면 그 반대가 될 것인가? 궁금하다.
오늘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