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즈의 마법사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7
라이먼 프랭크 바움 지음, 김양미 옮김, 김민지 그림 / 인디고(글담)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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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의 마법사]는 이미 너무나 유명한 동화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그래도 갖고 싶어지는 까닭은 아름다운 일러스트 때문일 것이다. 김민지의 일러스트는 정말 소장하고 싶게 만드는 마법을 우리에게 뿌려대고 있었다. 


캔자스의 작은 소녀 도로시는, 엠 아줌마의 집에 살지만 어느 날 바람에 날려 이상한 나라로 와 버렸다. 허수아비가 말을 하고 착한 마녀와 나쁜 마녀가 존재하는 곳.

얼마전 보았던 팀버튼 감독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처럼 도로시는 이상한 나라에 뚝 떨어져 버렸지만 그녀는 혼자가 아니었다. 강아지 토토와 함께였다. 엠 아줌마의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방법을 몰랐던 그녀는 친구들을 사귀게 된다. 

"용기"가 필요한 겁쟁이 사자, "뇌"가 필요한 멍청한 허수아비, "심장"이 필요한 양철나무꾼. 그들은 모두 제각각의 소원을 가지고 도로시와 함께 여행을 떠난다. 만약 팀버튼이 오즈의 마법사를 영화화한다면 이처럼 따뜻한 색감을 낼 수 있을까. 특이하고 기발하지만 항상 음울한 색을 만들어내던 거장의 [오즈의 마법사]가 갑자기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결국 오즈를 찾아내지만 그는 마법사가 아니라 위대한 사기꾼 정도의 늙은 할아버지였다. 그런 그는 마법대신 "칭찬"으로 긍정의 반응을 이끌어내는데, "용기","뇌","심장"을 만들어내었다. 말 한마디로 그는 마법을 창조해 낸 것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만든다"지만 오즈의 마법사는 "칭찬으로 없는 것들을 있게 만든다"를 증명해 낸 똑똑한 사람이었다. 결국 도로시는 원하던 집으로 되돌아왔다. 반갑게 맞아주시는 엠아줌마의 품으로.

사실 이 이야기는 두번, 세번 읽어도 똑같다. 매번 다른 것을 상상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하지만 너무나 아름다운 일러스트로 인해 오즈의 마법사 스토리가 몽환적으로 보이게 만든 책은 이 책이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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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수 1 - 다가오는 전쟁
김진명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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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진명은 우리를 참 울분짓게 만든다. 그의 역사서는 하나같이 우리의 애국심을 자극하고 짓밟힌 현실에 대한 참담함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그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역사적 현실성에 대해 눈뜨게 만든다. 그게 그의 저력이다.

[천년의 금서]에도 나왔던 [시경] 과 [잠부론]. 이 두 책은 고구려의 정통성과 조선을 이은 배달민족에 대한 역사적 증거이다. 이 두 책과 관련된 언급으로 소설에서는 한 사관이 수나라 문제인 양견의 손에 죽는다. 결국 역사 왜곡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그때부터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우리는 우리의 역사를 도둑맞고 있었다고 작가는 말한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사실 수나라 황실이 아니라. 결국 그가 말하고자 했던 영웅은 고구려 천년의 영웅 을지문덕이었다. 출생도 과거도 알 수 없는 이 난세의 영웅이 고구려를 30만 대군에게서 구해내기까지의 이야기가 짧게 2권에 수록되어 있는 것이다. 영웅의 주변으로 영웅호걸들이 모여들듯 을지문덕의 곁엔 영양왕의 왕자 건무,쾌활한 갑정, 씩씩한 장군 강이식, 말갈의 후계자 아야진 뿐만 아니라 수나라 공주이자 세작인 가연까지 모여들었다. 모두 문덕을 믿고 그와 함께 뜻을 모으는 사람들이었다. 

그와 반대로 수나라 양견의 큰 아들이자 황태자인 양용은 그릇이 작은 사람이라 수나라에서 눈여겨 볼 인물은 둘째 왕자 양광이었다. 그는 슬픔이 필요해 사람을 죽이는 백정왕자지만 늙은자에게는 여식을, 어린자에게는 아들의 배필을 내어준 아비의 아들이었다. 결국 그는 세상을 피로 물들여야 할 운명의 사내였는데, 그도 그의 운명을 알면서도 어찌 할 수 없었다. 

그들의 대적의 시간은 시시각각으로 다가오며 드디어 영양왕은 을지 문덕의 충심을 받아들여 선제공격에 나섰다. 9월에 있을 수의 공격에 앞서 그들을 유인하여 천시를 노리는 노림수. 문덕이 아니었다면 고구려는 어떻게 되었을까. 580년에 통일된 수나라에 의해 사라진 이름으로 기록되었을지도 모를 아찔한 순간이었다. 

을지문덕. 고구려의 역사가 아직 낯설듯이 그의 이름도 아직은 낯설다. 김유신, 강감찬 등등에 비해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충분한 매력을 가진 주인공이기에 탐독해야할 부분 역시 많아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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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빙화
중자오정 지음, 김은신 옮김 / 양철북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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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집 아이 아명에게 허락된 것은 그리 많지 않다. 아버지 대에서부터 가족을 휩쓴 가난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어 버렸다. 아버지는 남을 속여 물건을 팔지 않을 만큼 강직한 사람이었지만 계속되는 가난으로 인해 수동적인 인물로 전략해 버렸고,  어머니도 그와 다르지 않다. 누나인 차매만이 그림을 그려대는 천진난만한 아명을 감싸고 돌았다. 하지만 겨우 6학년인 어린 누나의 눈에도 동생의 그림은 피카소의 그것처럼 어려워보였다. 


형태를 갖추지 않았기에 더욱더 어린이다웠던 아명의 그림. 아명의 재능을 알아채 준 사람은 학교에 임시 교사로 온 곽운천이었는데, 그는 대학생이지만 몸이 불편하여 2년 휴학 중이었다. 그런 그가 아이들의 미술 선생님으로 부임해 오면서 미술시간은 다른 시간이 되어 버렸다. 같은 반 반장이자 부유한 아버지의 아들인 임지홍이 두각을 나타내던 미술 시간의 주인공은 이제 가난한 아명으로 바뀌었다. 마치 어른처럼 기교를 부린 지홍의 그림보다 비록 형태는 갖추지 못했지만 자유스러운 아명의 그림을 선생이 더 높이샀기 때문이었다.

이 일로 인해 지홍의 아버지에게 찍혀 버린 곽선생은 결국 학교를 떠나지만 아명의 그림 한 점을 세계 어린이 미술 대전에 보내게 된다. 선생이 떠나고 얼마 있지 않아 아명도 급성 폐렴으로 죽어 버린다. 그리고 곧 도착한 소식은 아명이 세계 어린이 미술 대전에서 특상을 탔다는 소식이었다. 

조금만 더 일찍 도착했거나 조금만 빨리 아명의 천재성을 어른들이 인정했더라면 아명은 죽지 않아도 좋았을텐데....그 아쉬움이 안타까움으로 번져 어린 천재의 죽음을 함께 슬퍼하게 만든다. 

실은 이 이야기를 영화로 먼저 접했었다. 어린 시절에 봤던 한 편의 낡은 영화였는데, 그때 당시에도 펑펑 울게 만들더니 어른이 된 지금도 책을 읽으며 울게 만드는 슬픈 이야기다. 아이의 시선으로 읽어도 어른의 시선으로 읽어도 슬프기는 매양 마찬가지인 이 소설은 마치 아명이 세상에 슬픈 그림 한 점을 남겨 놓고 떠난 것 같기만 하다. 


이야기는 복잡하지 않다. 한 가난한 소년의 천재성이 죽음과 함께 묻혔을 뿐이다. 하지만 그 진한 감동의 끝은 간단하지 않다. 눈물방울이 꼬이고 꼬여 고리가 되어 가슴 저 밑바닥에 가라 앉아 버린 것처럼 우리를 슬프게 만든다. 

로빙화. 차 밭에 심으면 봄에 꽃이 핀다는 이 꽃은 죽어서 향기로운 차를 마실 수 있도록 만들고 다른 식물들이 성장하는데 도움을 주는 꽃이다. 작가가 이 동화같은 소설에 로빙화라는 제목을 붙인 이유는 바로 그런 까닭이 아닐까. 아명의 죽음이 끝이 아니라 아명이 죽어서도 로빙화처럼 되라는....또 하나의 시작의 희망을 남겨두고픈 작가의 바램이 담긴 제목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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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의 몸값 2 오늘의 일본문학 9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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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책읽기를 시작하게 된 것은 나의 불찰 때문이었다. 
무언가에 홀린 듯 바보처럼 [올림픽의 몸값2]를 단행본인 줄 알고 집어 들었다. 바보같으니라구. 집에 와서야 2권을 집어들고 온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1권이 도착할때까지 참을 수가 없어서 그냥 2권부터 읽기 시작했다. 

바보같은 독서.

그렇지만 2권을 읽으면서 1권의 사전지식없이 사건들이 짜집기 되어가기 시작했다. 도쿄대 대학원생인 구니오는 올림픽을 유괴아로 삼았다. 몸값을 요구하며 테러리스트가 되어갔다. 도심 곳곳에서 화약 폭발물을 설치하면서 그는 다음날도 다음날도 뉴스나 신문에 사건이 실리지 않는 것에 도발되어 점점 더 집요해져 갔다.

그의 입장에도 일리는 있다. 올림픽 관련 공사로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었다. 신칸센에서만 200명, 고속도로에서 50명, 지하철 공사로 10명, 모노레일로 5명 등등 3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올림픽 준비의 희생양이 되어갔다. 지배층만을 위한 문명이라는 사상이 그의 머릿속 깊이 뼛속까지 박혀 있는 상황에서 어느 누구도 그를 설득할 수 없었다. 


소설을 읽으면서 그의 사상이나 행적보다는 그가 만나는 사람들에 더 관심이 가는 묘한 소설이었다. 그의 고백을 들으면서 사람들의 반응은 예상범위 안이었다. 그들은 그에게 동조세력이 아닌 반대세력이었다. 데모를 일삼고 진정한 우국을 염려한다는 대학생 모임조차 술자리를 위한 안주거리로 변해갔다. 그들의 청춘이 세태반영 같아 보여서 슬퍼지기도 했다. 

1964년 도쿄 올림픽은 그들에게 도약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을지 모른다.  전쟁의 끝에서 회생하는 그들을 세계로 알리는 중요한 선전도구였을 것이다. 국제사회의 집중되는 시선아래 그들은 한 대학생이 벌인 무모한 테러정도는 조용히 처리해야하는 일로 치부되었다. 

올림픽을 방해하려는 단 한 사람.
모두의 적이 될 수도 있는 그 무모함을 벌인 사람이 도쿄대학 대학원생이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노동자 계급이 아니라 각성의 주체가 지식인 층이라는 것. 가난한 농가의 자식이라는 신분을 바꾸어 줄 만한 계단으로 올라섰으나 그는 그 계단에서 스스로 내려왔다. 

사상이라는 관점으로 소설을 바라보면 말할 내용이 한도 끝도 없겠지만 나는 사상가도 아니며 그저 책을 좋아하는 독서가라 상황 속 주인공과 타인들의 시선을 쫓기에도 급급했다. 작가 오쿠다 히데오 식의 유쾌한 웃음을 기대했다가 의외로 진지한 소설에 갇혀 버리기는 했으나 시마자키 구니오라는 주인공은 많은 생각들을 갖게 만든 캐릭터였다. 무엇이 옳은지 아닌지를 가리기에 앞서 왜 어느 누군가는 이런 생각을 갖게 되었을까..고민해 보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 아닐까 싶어지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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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뼈 - 마키아벨리와 다 빈치가 펼치는 고도의 두뇌추리
레오나르도 고리 지음, 이현경 옮김 / 레드박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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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4년 4월의 어느날, 이탈리아 작은 항구 리보르노에 원숭이떼와 흑인이 나타났다. 원숭이가 끔찍하게 울부짖으며 한 여자를 덮쳤고 시민들은 공포에 떨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사건은 이렇게 시작되지만 [신의 뼈]는 이탈리아에 관한 이야기도, 작은 항구에 관한 이야기도 아니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유명한 두 인물에 관한 이야기였다. 불멸의 재능을 가진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군주론]의 저자인 움직이는 지성 마키아벨리. 그들이 활보하던 르네상스가 소설속에 그대로 옮겨온다. 우리는 이웃의 일을 건네듣듯 그들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로맨스 교향곡]으로 유명한 사이토 치호의 만화 속에서 나는 검은 바둑돌처럼 매끈한 마키아벨리와 눈부시게 아름다운 체사레 보르자를 만난 일이 있다. 그 이후 시오노 나나미의 책 속에서 각각 그들을 만났는데, 마키아벨리와 체사레 보르자가 한 시대를 함께 살았었다는 것은 멋진 일이었다.

체사레 보르자에 한참 빠져 지낼때 사람들은 "대체 누구길래 그렇게 옆구리에 책을 끼고 다니냐?"고 물어댔었다. 교황의 사생아이자 대단한 형제들 사이에서 태어나 형제 모두가 유명했던 그 남자를 사람들은 이름조차 모르고 있었다. 사자왕 리처드나 정복왕 징기스칸, 땅따먹기 대장 알렉산더와 더불어 위대해질 수 있었으나 너무나 빨리진 태양이 된 사내. 아름답지만 방탕스러웠던 체사레에 대해 알만큼 파고들어 읽어댔는데도 [신의 뼈]에 등장하는 그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피렌체 공화국최고 서기장인 마키아벨리는 탐정처럼 살인사건을 파고든다. 함께하던 의사 두란테까지 피살당하자 그의 아내인 지네브라와 함께 계속 한 남자를 찾아헤맨다. 모든 열쇠가  두 권의 책에 있었고 모든 증거가 다빈치 한 사람에게 향해있었다. 그가 범인이든, 범인이 노리는 대상이든 이제 다빈치를 찾지 않고선 게임을 끝낼 수가 없게 되었다.

다빈치를 찾다가 마주친 발렌티노 공작 체사레와 두란테의 아내 지네브라 사이의 미묘한 감정흐름을 눈치챈 마키아벨리는 차마 그녀가 공작의 여동생 루크레치아 보르자라는 사실은 눈치채지 못한 채 잠시 질투하기도 했다. 교황청의 비밀여공작원이자 순진한 얼굴의 팜므파탈 루크레치아는 삼총사의 "밀라디"같은 인물로 역에서는 쓰이고 있었다.  사건은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라"는 생각으로 살아가는 인물인 마키아벨리를 쫓는자로 둠으로써 더 스릴감 있어졌고, 천재 다빈치를 쫓기는 자로 둠으로써 흥미진진해졌다.

35세의 마키아벨리와 52세의 다빈치가 만났을때 그들은 갈릴레오적 딜레마에 빠져든다. 교황 앞에 서서 창조에 대한 부정과 인류의 변형에 대해 이야기 하는 다빈치. 그는 화가나 과학자보다는 해부학자나 문화인류학자로 그려지고 있었다. 마치 다윈의 사촌쯤 되어 보이게.

이야기는 끝나고 그들은 살아남았지만 [신의뼈]는 여운을 두지 않는다. 밝혀지는 것에 중점을 둔 이야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애초에 그들이 살았던 시대와 그들의 삶이 교차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쓴 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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