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핀 댄서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2-2 ㅣ 링컨 라임 시리즈 2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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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그림 리퍼.

손에 사람의 목을 베는 낫을 들고 있는 사신을 뜻하는 그림 리퍼가 관 앞에서 한 여자와 함께 춤추는 문신을 팔에 새겨진 것이 그를 알아볼 수 있는 유일한 단서인 코핀 댄서.

 

시계공, 본콜렉터, 고스트 등등과 맞서온 링컨 라임이 이번 소설에서 맞부닥친 인물은 코핀 댄서다. 30대 백인 남성으로 추정할 뿐인 댄서는 주도면밀한 인물이며 그는 현장에 그 어떤 표식이나 단서도 남기지 않는다. 그래서 아멜리아가 현장감식을 아무리 꼼꼼히 해도 그 어떤 단서하나 발견하지 못하는 가운데 시카고 외곽 1천 6백 미터 상공에서 폭발한 민간 제트기에 타고 있던 에드워드 카니의 아내 퍼시가 다음 범행의 대상이 되지만 범행을 미리 막을 수 없을 것만 같았따.

 

결혼한 상태에서 서로가 짝임을 알아봤던 링컨의 옛연인 클레어를 죽인 코핀 댄서를 꼭 잡고싶어 집요하게 파고드는 링컨. 그런 그를 애타게 바라보는 아멜리아와 링컨의 자기연민과 죄책감을 제대로 입막음한 여장부 퍼시가 소설의 재미를 한층 높여가며 다른 한편에선 댄서로 지목된 36세의 스티븐 로버트 콜과 그의 똘마니 조디의 이야기가 나란히 전개된다.

 

15세에 의붓아버지를 살해한 전적이 있는 스티븐이 사라지고 그를 잡기 위한 덫으로 퍼시와 조디를 전면에 내세우던 경찰은 주어진 45분의 마지막 순간에 링컨의 끈질긴 수사의 힘을 동앗줄 삼아 극적으로 퍼시를 살려내게 된다.

 

움직이지 못한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완벽한 지배력을 행사하는 남자 링컨과 이런 링컨을 단 한방으로 설득시킬 수 있는 불도저 같은 여자 퍼시. 또한 링컨을 꿰뚫고 있는 댄서와 댄서를 앞서 생각하고 있는 링컨의 숨막히는 대결구도는 단 한 순간도 소설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요소요소들이다.

 

링컨 라임 시리즈가 극적인 반전의 효과를 톡톡히 재미로 이어가는 까닭은 뛰어난 링컨 만큼이나 두뇌회전이 빠른 범인들이 양쪽에서 팽팽하게 균형을 맞추어 나가고 있기 때문인데, 모든 라임 시리즈의 암살자들이 뛰어나지만 특히 시즌 2의 범인 코핀댄서에 눈길이 머무는 이유는 그가 카멜레온 처럼 자신을 자유자재로 변신 시킬 수 있는 남자이며 플라나리아처럼 다시, 또 다시 재생되어 살아남는 남자이기 때문이다.

 

죽는 방법은 수없이 많다. 하지만 살리는 방법 역시 수없이 많다는 것을 링컨은 잘 알고 있기에 언제나 그는 살리는 쪽이며 그의 경쟁자들보다 두뇌적으로 앞서 달리고 있다.

 

이번회에서도 댄서의 가장 치명적인 무기인 "기만"을 역으로 활용해 그를 잡아냄으로써 그 어떤 범죄자들보다 우위에 있음을 증명해낸 셈이다.

 

다소 엉뚱한 상상을 덧붙이자면 링컨과 덱스터가 맞붙으면 어느쪽이 성공하는 쪽일지 언제부턴가 상상해 보고 있다. 언제부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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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인생에 꼭 필요한 100가지 Speech
사이토 시게타 지음, 박현주 옮김 / 지식여행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짧아서 좋은 글이 있고 길어서 좋은 글이 있다. 
시는 시어의 함축성이 맘에 들고 소설은 그 특유의 묘사성이 맘에 들어 읽게 된다. 충고도 책읽기와 같다. 


짧든 길든 내가 듣고 싶은 혹은 들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는 글들은 소중하다. 대부분 그런 충고는 "나는 이렇게 살았지만 너는 이렇게 살아라"는 식이 아니라 더 맘에 든다. 심플하면서도 가지수로 보자면 언제나 넘칠만큼 충분한 사이토 시게타의 충고는 그래서 언제나 환영받는다. 

읽고 있는 동안엔 그가 정신의학 박사라는 사실을 잠시 잊고 마는데, [피너츠]가 고도의 심리상태를 반영시킨 작품이라는 사실을 잊은채 즐겁게 읽는 것과 같을 것이다. [마음을 리셋할 때 읽으면 좋은 71가지 어드바이스],[영혼을 맑게 해준 65가지 supplement],[자신을 리셋하고 싶을 때 읽는 66가지 hint]등을 통한 명쾌한 진단이 이번에 읽게 된 [즐거운 인생에 꼭 필요한 100가지 speech]에서도 이어져 100가지 중 내게 필요한 것들을 골라내게 만든다. 

이미 고인이 된 저자의 새 책이 줄줄이 계속 출판 되는 것 자체가 기적처럼 느껴지는 가운데 88세까지 현역의사로 근무했던 저자가 만 90세에 우리 앞에 내놓은 인생의 충고들은 열심히 살아온 사람의 것이라 더 숙연해질 수 밖에 없었다. 

살아보니, 인생도 급하게 걸으면 중요한 것을 지나친다는 말에선 천천히 걷는 동안 주변을 둘러보며 얻어지는 재산들을 귀중히 여기라는 충고가,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자 즐거운 인생이 발견되었다는 말에선 바쁘게만 살고 있는 오늘에 대한 반성이 담겨 다른 내일을 꿈꿔보게 만들고 강요하는 사라보다 이끌어내는 사람이 되라는 가르침은 그 어떤 멘토의 충고보다 뼛속 깊이 새겨진다. 
 

 그의 말처럼 다른게 당연하다라고 생각하며 살면 우리네 인생에서 몇몇 싸움들은 없어질텐데.....

사실 지나치지 않고 소홀하지 않고 간섭하지 말아라는 말을 지키며 살기엔 너무 어렵다. 그 적당함이 어디까지인지 눈금자로 재어보며 살 수 없는 것고 감정적인 상황에서 그 적정선은 언제나 넘겨지고 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생을 요령껏, 적당히, 알맞게 살았을때 인간관계가 훨씬 깔끔해진다는 것은 누구나 머릿속으로는 계산되어지는 일이기도 하다. 


사람도 시간도 인생 속에서는 다 여행이라는데 "완벽주의"보다 "우선주의"자가 되면 더 행복해질까.
만 90세에 하고 싶은 말들이 있어 책을 써낸 그는 90세가 되어도 알아야 할 것이 있다고 한다. 90세. 지금의 나이에서 생각하면 그 나이가 되면 알아야 할 것보다는 알아온 것들에 파묻혀 지내는 나이일 것만 같은데 그는 겸손하게도 삶의 자세에 대해 언급하며 심금을 울린다. 감사하는 마음과 편안한 마음을 통해 "깊은 멋이 있는 인생"을 알게 되는 절정기라고 말하는 90세.  이 나이가 되면 모두 그처럼 멋진 삶의 자세를 가지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죽어야지..."를 매달고 사는 노인의 삶보다 "90이 되어서야 알아지는 인생의 참맛을 즐기며 산다"고 말하는 노인의 하루하루가 얼마나 멋져 보일지 우리는 이제 안다. 

그 어떤 대도라 하더라도 인생을 훔치며 살 수는 없는 법. 자신이 만들어가는 오늘오늘을 웃는 인생으로, 느긋한 인생으로, 밝은 인생으로, 상쾌한 인생으로 만들어가도록 100가지 스피치 중에서 자신에게 적용가능한 충고들을 골라내어 다른 내일을 만들기 위해 실천하게 만드는 것~!!90세의 사이토 시게타가 글을 쓰던 목적성은 거기에 있지 않을까. 
 

지나가 버린 시간도, 앞으로 펼쳐질 시간도 자신의 시간이 되면 언제나 소중한 시간으로 남는다. 그렇기에 100가지 처방전은 즐거운 인생에 꼭 필요한 100가지가 되어 짧으면서도 머릿속에 쏙쏙 들어차는 충고로 남는다. 언제나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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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 자들 ㅣ 메두사 컬렉션 2
제프리 디버 지음, 남명성 옮김 / 시작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링컨 라임과 캐서린 댄서가 등장하지 않아도 제프리디버의 소설은 충분히 재미있다. 마치 인기 감독이나 작가가 자신들의 배우군단을 거느리는 것처럼 그는 자신만의 주인공들을 거느리고 있는 작가다.

 

방대한 책의 페이지량, 점층적으로 몰아가는 사건의 흡인력, 점점 거세어지는 갈등의 단계....진정 독자를 위한 작품이 무엇인지 알고 쓰는 똑똑한 작가의 책들이 내게 남겨지는 것이 "기적"처럼 느껴지는 요즘, 나는 제프리 디버의 작품들로 책장을 메워가고 있다.

 

한 작가의 책만으로 가득 채워져가는 책장 선반을 보는 뿌듯함이란 상장이나 칭찬을 받는 순간의 기쁨보다 더 오래 지속된다. 경험을 통해 알게 된 이 감정을 2011년 제프리 디버를 통해 다시 느껴보고 있다.

 

영한사전만큼이나 두꺼운 책들의 두께가 넓다랗고 시원스레 제목을 으시대며 나란히 줄지어 자리잡았고 그 제목들을 눈에 담으며 하루를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힘찬 하루를 시작할 수 있어 기분좋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나할까.

 

[돌원숭이]에서는 "사라지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링컨과 아멜리아를 급파했다면 [남겨진자들]에서 제프리는 브린 매켄지를 급파했다. 남겨진 쪽도 사라지는 쪽도 아픔이 있기는 매한가지여서 호수를 끼고 도는 야산에서의 추격전은 빠르게 전개되는 영화의 한장면처럼 박진감 있게 묘사된다.

 

 

가정폭력으로 인한 이혼의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부보안관 브린 매켄지. 쉬는 날이지만 호출을 받고 출동할 정도로 일에 있어서 열정적인 그녀는 몬텍호수가의 고요한 별장에서 살해된 스티븐과 에마의 시체를 발견한다. 시청 공무원이고 변호사인 그들 부부를 살해할 요주의 인물들이 몇몇 밝혀지는 가운데 그들 중 누군가가 사주했을 킬러들이 부부를 죽이는 것도 모자라 함께 있던 친구 미셸과 브린까지 죽이기 위해 다가오고 있었는데,

 

하트의 추격을 따돌리고 살아남은 브린이 집으로 미셸을 데러오자 그녀는 브린의 어머니를 총으로 쏘고 도주한다. 반전의 시작은 미셸 살해범이며 하트일당은 그녀가 고용한 인물들이었던 것. 학대하며 기르곤 있지만 입양한 두 자식을 빼앗기기 싫어 스티븐 부부를 죽이고자했던 미셸. 그런 그녀를 잡기까지 브린은 홀로 수사하고 탐방하며 수사망을 좁혀 들어갔다.

 

2009년 베스트 스릴러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링컨 라임이나 캐서린 댄스 없이도 제프리 디버가 얼마나 매력적인 캐릭터와 사건을 우리 앞에 내어놓을 수 있는 이야기거리많은 작가인지를 증명해주는 결과물이며 추격과 배신의 레이스가 독자들을 숨쉴 겨를 없이 몰고가 종국엔 감동으로 사로잡는 것을 증명해낸 작품이기도 하다.

 

기대해도 좋다~!!는 표현을 요즘 나는 많이 쓴다. 지인들에게 제프리의 작품을 추천하면서 항상 마지막엔 기대해도 좋다...는 말을 덧붙이게 된다. 재미면에선 그만큼 자신있게 추천할 작품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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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원숭이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2-4 ㅣ 링컨 라임 시리즈 4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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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 라임 시리즈 4번째 작품인 [돌원숭이]는 [콜드문]같은 반전은 없었지만 [본 콜렉터]에서 [12번째 카드]로 이어지는 재미를 그대로 간직한 작품이다.

 

제목 돌원숭이보다 좀 더 근사한 제목이 붙어도 좋으련만 제프리 디버가 돌원숭이로 제목을 낙점한 것은 아마 그 상징성 때문일 것이다. 고스트에겐 수호의 의미가, 리에겐 살인범의 정체를 폭로할 단 하나의 증거물인 돌원숭이. 제프리 스스로가 밝혔듯이 상당부분 중국인의 감성을 담아 쓰기위해 고심한 부분들이 엿보인다. 하지만 역자의 말처럼 서양인의 그것을 완전히 빗겨가지는 못했다는 점이 아쉬울 따름이다.

 

링컨은 아멜리아와의 관계 속에서 아이를 갖고자 하고 그에 따른 재활에 열심히인 것은 물론 좀 더 나은 몸상태를 위해 수술을 앞두고 있다. 이 시점에 그에게 맡겨진 임무는 스네이크헤드가 침몰시킨 드래곤 호의 생존자들의 안전보장을 위해 스네이크 헤드의 정체를 밝히는 일이었다. 일명 고스트라 불리는 그는 살인, 인신매매, 폭행, 총기소지, 돈세탁에 이르기까지 안 걸쳐지는 죄목이 없었고 사이코 패스마냥 죄의식도 저 바다 밑 드래곤 호에 맡겨두고 살아남은 인간처럼 보였다.

 

링컨과 아멜리아가 그들을 쫓는 동안 중국인 경찰 소니 리 역시 밀입국 생존자들을 찾고 있었고 어느 시점에서 그들은 한 방향을 보며 나란히 그리고 같이 달리고 있었다. 동양과 서양이 만나고 문화와 문화가 얽히는 것처럼 미국의 기동력과 과학수사에 리의 집요함이 더해져 사건은 금새 마무리될 듯 보였지만 고스트는 그리 만만한 인물이 아니었다.

 

실망하라, 그러면 성취할 것이다.

배고프라. 그러면 만족할 것이다.

패배하라. 그러면 승리할 것이다.

 

라고 믿으며 살아온 고스트. 정체를 숨긴 채 우와 창의 가족을 노리면서 아멜리아까지 헤치려고 계획중인 이 반사회적 범죄자는 중국내 반체제 인사의 가족들을 수장시킬 목적으로 미국행 배에 태워오지만 계획과 달리 그들 중 일부가 살아남자 악착같이 쫓아 뉴욕 시내로 잠입한다. 가슴에 돌원숭이를 매단 채.

 

반면에,

 

더 잘 보기 위해 집을 떠날 필요는 없다.

창을 내다볼 필요도 없다.

그 대신 자신의 존재 한가운데서 살아라.

행하는 길은 존재에 있다.

 

고 노자의 말을 인용하는 리는 중국식 수사기법과 특유의 능청스러움으로 링컨과 아멜리아를 사로잡는다. 바둑을 가르쳐주고 풍수를 풀며, 유머의 매력을 마음껏 발산하던 리의 죽음은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고 결국 고스트를 잡는 결정적인 한 방으로 작용한다.

 

매력적인 캐릭터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사건, 그리고 방대한 읽을 거리 앞에서 언제나 작가에 대한 감탄을 감출 수 없게 만드는 제프리 디버. 그의 네번째 작품 역시 다른 링컨 라임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마음의 기립박수를 치게 만든다.

 

말하고 싶은 게 너무나 많았지만 할 수 있는 말은 너무나 적었다는 말처럼 소설은 무한한 감동과 재미를 선물해주었지만 말로 표현하기엔 우리가 아는 표현법은 너무나 적은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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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명탐정 정약용
강영수 지음 / 문이당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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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드라마 셜록 홈즈는 모든 면에서 놀라운 드라마다. 배경면으로는 스마트폰, 위치추적 등등의 현대적 재해석을...인물면으로는 가장 적합한 배우의 캐스팅의 강한 전달성을 이루며 단 3부작뿐인 이야기로 이역만리 이곳까지 매료시켜버렸다.

 

스페셜 영상에서도 말한 바와 같이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인물이 등장하지만 식상하지 않게 만들어낸 그들의 연출력이 놀라울 따름이다. 홈즈와 왓슨은 말 그대로 누구나 잘 알고 있다. 그런 것처럼 [목민심서]의 저자 정약용도 누구나 알고 있는 이름이다.

 

정약용. 많은 드라마에 등장하며 바르고 어진 선비의 표본이 되었던 그는 몇 해 전 정조 바람을 타고 함께 자주 등장했지만 결국 그 어느 곳에서도 정약용에 대한 재해석본은 없는 듯 했다. 재미없는 캐릭터처럼 보이던 정약용에게 조선명탐정이라는 이름이 한꺼풀 입혀지면서 그는 좀 더 입체적인 캐릭터가 되어 우리 곁에 다가왔다. 오늘에서야-.

 

[조선명탐정 정약용]은 정약용을 영웅으로 만드는 소설이 아니다. 명탐정이라고는 하나 홍길동처럼 동해번쩍 서해번쩍 하는 것도 아니고 어사 박문수처럼 "암행어사 출도야~"라며 부패관리를 향해 오라를 내어던지는 것도 아니다. 그저 풍전등화마냥 노리는 바람이 많아 위태위태했던 정조 재위, 그의 눈과 귀가 되어 암행했던 정약용에 관한 기록이 소설화 되어 재미를 더한다.

 

역사란 과거에 일어난 사실이 모두 대상이지만 모든 사실이 역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라는 저자의 발언은 그동안 지나간 모든 것들이 역사라 생각해 왔던 머릿속을 휑하니 비워버리는 사고의 전환을 가져왔고 텅텅 비워진 머릿속을 나는 정약용으로 채워넣고 있다.

 

끊임없이 독살의 위협 속에서 홀로 서 있는 임금 정조, 마흔이 다 되어 가도록 회임을 하지 못하는 중전, 후사탄탄을 외치며 회임한 후궁을 중전으로 밀어올리려는 혜경궁, 벌거벗은 채 궁을 돌아다니는 최비, 투기에 눈이 멀어 금수같은 일을 꾸민 숙원 이씨가 살고 있는 궁궐 안의 암투를 밝혀내는 것은 정약용의 몫이였다.

 

또한 첫날밤 신랑이 바뀌어 일어난 억울한 사연에 연루된 사람들의 죽음, 목각인형의 비밀, 시체가 사라지는 무덤이야기 등등의 민가의 사건들을 해결한 것도 정약용의 활약이었다.

 

궁이든 밖이든 그는 끈질기게 파고들어 명쾌한 시선으로 매듭을 짓고 꼼꼼하게 메모하여 결론 지었다. 비록 긴다이치 코스케나 홈즈, 유가와 교수가 해결하는 방식처럼 점층적인 흡인력은 부족했지만 옛이야기듣듯 정약용이 들려주는 그의 이야기는 그만의 방식으로 고소한 내음이 풍긴다.

 

정조가 그를 암행하게 만든 까닭은 궁금증에 대한 해결이나 그의 눈과 귀가 되어 세상의 일들을 알리라는 뜻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그의 기록이 흥미로워서가 아니었을까. 같은 이야기도 누가 쓰느냐에 따라 그 재미가 다른 것처럼 정약용의 문장력은 정조의 마음에 든 그것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글을 읽으며 지속적으로 들던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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