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명탐정 정약용
강영수 지음 / 문이당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영국 드라마 셜록 홈즈는 모든 면에서 놀라운 드라마다. 배경면으로는 스마트폰, 위치추적 등등의 현대적 재해석을...인물면으로는 가장 적합한 배우의 캐스팅의 강한 전달성을 이루며 단 3부작뿐인 이야기로 이역만리 이곳까지 매료시켜버렸다.

 

스페셜 영상에서도 말한 바와 같이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인물이 등장하지만 식상하지 않게 만들어낸 그들의 연출력이 놀라울 따름이다. 홈즈와 왓슨은 말 그대로 누구나 잘 알고 있다. 그런 것처럼 [목민심서]의 저자 정약용도 누구나 알고 있는 이름이다.

 

정약용. 많은 드라마에 등장하며 바르고 어진 선비의 표본이 되었던 그는 몇 해 전 정조 바람을 타고 함께 자주 등장했지만 결국 그 어느 곳에서도 정약용에 대한 재해석본은 없는 듯 했다. 재미없는 캐릭터처럼 보이던 정약용에게 조선명탐정이라는 이름이 한꺼풀 입혀지면서 그는 좀 더 입체적인 캐릭터가 되어 우리 곁에 다가왔다. 오늘에서야-.

 

[조선명탐정 정약용]은 정약용을 영웅으로 만드는 소설이 아니다. 명탐정이라고는 하나 홍길동처럼 동해번쩍 서해번쩍 하는 것도 아니고 어사 박문수처럼 "암행어사 출도야~"라며 부패관리를 향해 오라를 내어던지는 것도 아니다. 그저 풍전등화마냥 노리는 바람이 많아 위태위태했던 정조 재위, 그의 눈과 귀가 되어 암행했던 정약용에 관한 기록이 소설화 되어 재미를 더한다.

 

역사란 과거에 일어난 사실이 모두 대상이지만 모든 사실이 역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라는 저자의 발언은 그동안 지나간 모든 것들이 역사라 생각해 왔던 머릿속을 휑하니 비워버리는 사고의 전환을 가져왔고 텅텅 비워진 머릿속을 나는 정약용으로 채워넣고 있다.

 

끊임없이 독살의 위협 속에서 홀로 서 있는 임금 정조, 마흔이 다 되어 가도록 회임을 하지 못하는 중전, 후사탄탄을 외치며 회임한 후궁을 중전으로 밀어올리려는 혜경궁, 벌거벗은 채 궁을 돌아다니는 최비, 투기에 눈이 멀어 금수같은 일을 꾸민 숙원 이씨가 살고 있는 궁궐 안의 암투를 밝혀내는 것은 정약용의 몫이였다.

 

또한 첫날밤 신랑이 바뀌어 일어난 억울한 사연에 연루된 사람들의 죽음, 목각인형의 비밀, 시체가 사라지는 무덤이야기 등등의 민가의 사건들을 해결한 것도 정약용의 활약이었다.

 

궁이든 밖이든 그는 끈질기게 파고들어 명쾌한 시선으로 매듭을 짓고 꼼꼼하게 메모하여 결론 지었다. 비록 긴다이치 코스케나 홈즈, 유가와 교수가 해결하는 방식처럼 점층적인 흡인력은 부족했지만 옛이야기듣듯 정약용이 들려주는 그의 이야기는 그만의 방식으로 고소한 내음이 풍긴다.

 

정조가 그를 암행하게 만든 까닭은 궁금증에 대한 해결이나 그의 눈과 귀가 되어 세상의 일들을 알리라는 뜻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그의 기록이 흥미로워서가 아니었을까. 같은 이야기도 누가 쓰느냐에 따라 그 재미가 다른 것처럼 정약용의 문장력은 정조의 마음에 든 그것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글을 읽으며 지속적으로 들던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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