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도쿄에는 좋은 바람이 불 거예요
강한나 지음 / 니들북 / 2018년 1월
평점 :
절판


일본을 여행다녀온 사람들의 책은 많다. 그곳에서 생활하다 온 사람의 이야기도 쉽게 접할 수 있다. 하지만 NHK의 한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 중이며 카도카와 단카상을 연속 수상한 시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일본 생활 7년 차의 강한나처럼 특별하진 않았다. 한국인이면서 일본으로 스카우트 되어 방송에서 활동 중인 일본 연예인이 경험한 일본은 우리가 알고 있는 일본과 얼마나 차이가 있을까.

 

 

책의 첫장을 펼치면 제목 아래 '글, 사진 그리고 시'를 모두 저자가 찍고 쓴 것으로 되어 있다. 보통 글이나 그림 혹은 글과 사진 모두를 쓰는 사람은 있어도 '시'? 생소했다. 하지만 우리와는 다른 일본 사회의 시스템을 생활자의 입을 통해 생생하게 들을 수 있는 점은 색달랐다. '어릴 적부터 다른 사람에게 절대 피해를 끼쳐서는 안된다'고 교육받은 그들이 침략의 역사 안에서 저질렀던 만행들을 부인한다는 건 다소 아이러니하게 다가오지만. 친절하고 질서를 잘 지키는 그들이 한국땅 독도를 욕심내는 것부터 그만두어 주었으면 좋겠다 싶지만.

<<내일 도쿄에는 좋은 바람이 불거에요>>는 정치색을 띤 책이 아니므로 가볍게 읽기로 했다. 머릿 속 복잡했던 상념들은 싹 다 밀어버린 채. 언어나 문화가 다른 생활권에서 전문인으로 살아간다는 건 혼자 감내해야하는 고통의 시간이 긴 것을 의미하지 않을까. 비록 새 친구들이 생기고 고정 직업으로 바쁘게 지내고 있지만  마음 한 켠 외로움은 어쩔 수 없는 일이리라.

 

 

연예인이라는 직업군의 화려함보다는 주어진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한 여성의 일상이 담겨 있었다. 매우 담담하게 쓰여진 내용들은 잘난척이나 젠척 하는 부분이 없어서 좋았고 서점나들이를 즐기면서 마라톤에도 참가하는 모습은 무척이나 건강한 일상을 이어나가고 있는 듯 느껴졌다.

단카를 쓴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체감할 수 없는 한국에서 살고 있어서인지 그 대목은 선뜻 다가오질 않았다. 하지만 도전과 노력 그리고 그 결실만큼은 박수를 쳐 주고 싶다. 수고했다고 잘하고 있다고 응원을 보태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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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jin.pak8@gmail 2026-09-25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 서평은 짧지만, <내일 도쿄에는 좋은 바람이 불 거예요>를 읽은 한 독자가 무엇을 매력으로 느꼈는지를 꽤 솔직하게 보여줍니다. 다만 작품 자체에 대한 평론이라기보다는 “읽고 난 뒤의 호감과 인상”을 기록한 독후감에 더 가깝습니다.

가장 좋은 점은 강한나를 단순한 ‘일본 여행 작가’로 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서평자는 처음부터 “한국인이면서 일본에서 방송 활동을 하는 사람이 경험한 일본은 우리가 알고 있는 일본과 얼마나 다를까”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그리고 실제로 이 책에서 흥미로운 것은 관광객이 보는 일본이 아니라 생활자가 보는 일본이라는 점을 잘 포착했습니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곳에서 생활권을 만들어가는 어려움, 새로운 친구를 만들고 일을 하면서도 문득 찾아오는 외로움에 주목한 것도 적절합니다.

또 하나 좋은 관찰은 ‘연예인’이라는 외형적 이미지와 책 속 강한나의 일상을 대비시킨 부분입니다. 서평자는 “연예인이라는 직업군의 화려함보다는 주어진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한 여성의 일상”이 담겨 있다고 봅니다. 제가 앞서 이 책을 ‘일본을 설명하는 책이라기보다 일본에서 살아가는 나를 기록한 책’이라고 평가한 것과 상당히 통합니다. 서점에 다니고, 마라톤에 참여하고, 일을 하고, 단가에 도전하는 모습에서 특별한 성공담보다는 생활의 지속성을 읽어낸 것도 이 서평의 장점입니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 단가를 강조한 것은 결과적으로 아주 정확한 독해였습니다. 2018년 이 서평이 쓰일 때는 강한나가 아직 첫 단가집 <まだまだです>를 내기 전이었습니다. 그런데 서평자는 이미 “단카를 쓴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체감할 수 없는 한국에서 살고 있어서인지 그 대목은 선뜻 다가오진 않았다. 하지만 도전과 노력 그리고 그 결실만큼은 박수를 쳐주고 싶다”고 적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그의 이후 경력을 알고 다시 읽으면 이 대목이 더욱 흥미롭습니다. 당시 독자에게는 책의 여러 에피소드 가운데 하나였던 ‘단가 쓰기’가 이후 강한나의 가장 중요한 문학적 정체성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반면 이 서평에서 가장 걸리는 부분도 분명합니다. 일본인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지 말라”고 교육받으면서도 “집 밖의 역사 안에서 저질렀던 만행들을 부인한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는 문장이 갑자기 등장합니다. 문제의식 자체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일본사회의 일상 윤리와 전쟁·식민지 역사에 대한 기억의 문제 사이에 긴장이 있다는 질문은 충분히 제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서평 안에서는 그 문제를 너무 크게 일반화합니다. ‘일본인들이 어릴 때부터 받는 교육’과 ‘일본인들이 역사를 부인한다’는 두 명제를 거의 하나의 국민적 성격처럼 연결하지만, 누구를 가리키는지, 강한나의 책에서 실제로 어떤 사례가 제시되는지는 설명하지 않습니다. 더구나 바로 뒤에서 “정치색을 띤 책이 아니므로 가볍게 읽기로 했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역사 문제를 제기했다가 곧 철회하는 느낌이 납니다.

이 부분은 오히려 강한나의 책과 비교하면 흥미로운 차이가 있습니다. 서평자는 일본을 생각하다가 ‘일본인의 역사인식’이라는 집단적 문제로 올라갑니다. 반면 강한나는 점차 반대 방향으로 갑니다. ‘일본인’이라는 집단에서 출발했다가 구체적인 사람, 친구, 동료, 노인, 가게 주인으로 내려갑니다.

그 차이는 강한나가 나중에 쓴 단가,

일본과 한국
어느 쪽이 좋으냐고
물어오는 당신에게
나는 대답한다.
“나는 당신이 좋아요.”

와도 연결해서 생각할 수 있습니다.

강한나가 한일 간 역사문제를 부정하거나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의 방식은 국가와 국민이라는 거대한 범주만으로 사람을 이해하지 않으려는 것입니다. 이 점에서 이 서평의 역사 관련 한 문장은 강한나의 작품세계와 약간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아쉬움은 서평자가 “잘난 척이나 젠체하는 부분이 없어 좋았다”고 평가한 데서 멈춘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독자로서 충분히 가능한 감상이지만, 강한나의 문체가 왜 그렇게 느껴지는지 한 걸음 더 분석했더라면 훨씬 좋은 서평이 되었을 것입니다.

강한나의 산문에는 자신을 크게 주장하기보다 작은 경험을 짧게 제시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이것은 훗날 그가 단가를 ‘빼기의 문학’이라고 설명하는 태도와도 닿아 있습니다. 즉 ‘겸손해 보인다’는 성격 평가보다 ‘설명을 줄이고 작은 장면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문체’라고 분석했더라면 문학적 평가가 되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머릿속 복잡했던 상념들을 싹 다 밀어버린 채 가볍게 읽기로 했다”는 문장도 이 서평의 성격을 잘 보여줍니다. 이 독자에게 이 책은 일본을 깊이 연구하기 위한 자료가 아니라 잠시 복잡한 생각을 내려놓고 한 사람의 생활을 따라가는 책이었습니다. 그것은 이 책의 실제 독서 경험을 상당히 잘 보여줍니다. 다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일본사회의 구조나 한일관계에 대한 저자의 인식을 비판적으로 검토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이 서평에서 가장 주목하는 것은 마지막의 “수고 싶다. 수고했다고 전하고 싶다고 응원을 보태면서”라는 태도입니다. 서평자는 강한나의 사상에 동의했다기보다 그의 삶의 과정을 응원합니다. 낯선 나라에서 언어를 배우고, 방송 일을 하고, 친구를 만들고, 외로움을 견디고, 마라톤을 뛰고, 마침내 일본의 전통 정형시인 단가에 도전하는 과정을 하나의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로 읽은 것입니다.

결국 이 글은 좋은 ‘독후감’이지만 충분한 ‘서평’은 아닙니다. 책의 장점인 생활자의 시선과 담담한 문체, 단가에 대한 도전을 정확히 느꼈다는 점은 좋습니다. 반면 일본사회와 역사 문제를 너무 쉽게 국민성 차원으로 확대하는 부분, 강한나의 일본관을 비판적으로 분석하지 않는 부분, 그리고 글·사진·단가가 어떻게 하나의 책을 구성하는지 살펴보지 않은 점은 한계입니다.

그런데 2018년에 쓰인 이 짧은 독후감을 지금 읽으면 뜻밖에 중요한 증언이 됩니다. 당시 일반 한국 독자의 눈에는 강한나가 아직 ‘일본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한국인 방송인’으로 보였다는 것입니다. 불과 몇 년 뒤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강한나는 ‘일본어로 일본 전통시를 쓰는 한국인 가인(歌人)’입니다. 바로

Sejin 2026-09-25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2018년에 쓰인 이 짧은 독후감을 지금 읽으면 뜻밖에 중요한 증언이 됩니다. 당시 일반 한국 독자의 눈에는 강한나가 아직 ‘일본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한국인 방송인’으로 보였다는 것입니다. 불과 몇 년 뒤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강한나는 ‘일본어로 일본 전통시를 쓰는 한국인 가인(歌人)’입니다. 바로 그 변화의 직전 모습을 이 서평이 포착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흥미로운 자료라고 생각합니다.

Sejin 2026-09-25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한나 ― 일본 단가(短歌)로 자기 목소리를 찾은 한국인 시인
강한나(姜ハンナ)는 한국에서 태어나 일본어로 단가(短歌)를 쓰는 시인이자 대학 교수, 사업가이다. 일본의 1,500년 전통 시형인 단가를 모국어가 아닌 일본어로 창작하면서 일본 문단의 주목을 받은 독특한 작가이다. 특히 외국인 단가 시인으로서 일본의 주요 단가상을 받은 드문 사례라는 점에서, 단순히 “일본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시인”을 넘어 한국과 일본의 언어·감성·문화 사이를 연결하는 작가라고 할 수 있다.

강한나는 서울 숙명여자대학교를 졸업했다. 한국에서는 뉴스 앵커로 일했으며, 2011년 일본으로 이주했다. 일본을 선택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된 것은 히로시마의 이쓰쿠시마 신사를 방문한 경험이었다. 그는 오랜 시간 한 장소의 역사와 전통을 정성스럽게 지켜가는 일본인의 태도에서 한국의 빠른 경쟁사회와는 다른 시간 감각을 느꼈다고 회고한다. 빨리 성과를 내기보다 오랫동안 한 가지를 쌓아가는 삶의 방식이 자신에게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일본 정착으로 이어졌다.

그가 단가에 본격적으로 매료된 것은 2013년 신카이 마코토(新海誠)의 애니메이션 <언어의 정원>(言の葉の庭)을 보면서였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일본 최고(最古)의 가집 <만요슈>(万葉集)의 한 노래가 결정적이었다. 불과 31음으로 사랑과 불안, 외로움 같은 복잡한 감정을 직접 설명하지 않으면서도 풍부하게 드러낼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고, 일본어가 아직 능숙하지 않았음에도 곧바로 <만요슈>를 구입했다. 여기서 “언젠가는 나도 단가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생겨났다.

이후 NHK의 단가 프로그램에 정기적으로 출연하면서 시인으로서의 활동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한국어의 전통 시조와 일본 단가는 언어의 리듬부터 상당히 달랐다. 강한나는 일본인에게 자연스러운 7·5조의 리듬을 자신의 몸에 익히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고 말한다. 또한 현대 한국시가 감정을 비교적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데 익숙하다면, 단가는 감정을 그대로 말하기보다는 이미지와 여백을 통해 우회적으로 전달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도 처음에는 낯설었다. 그는 이를 “내 안의 말을 길게 늘여 천천히 바라보는 것”과 같은 경험으로 설명한다.

그러나 바로 이 ‘외국인으로서의 거리’가 강한나 작품의 특징이 되었다. 그는 일본인 시인들의 표현을 단순히 모방하기보다, 일본에서 살아가는 한국인으로서 경험하는 문화적 충격, 한일관계의 미묘한 감정, 고향과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등을 단가로 만들었다. 예를 들어 몸이 좋지 않은 어느 날 일본어의 “각국(各国, kakkoku)”과 “한국(韓国, kankoku)”이라는 말을 구별해 듣지 못하는 순간을 노래한 작품은 언어적 혼란을 이방인의 정체성 경험으로 바꾸어 놓는다. 또 “일본과 한국 중 어느 쪽을 좋아하느냐”고 묻는 사람에게 “나는 당신을 좋아한다”고 답하는 단가는 국가적 정체성의 질문을 인간관계의 차원으로 전환한다. 이러한 작품들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 연속 가도카와 단가상(角川短歌賞) 최종 후보에 오르는 성과로 이어졌다. 첫 단가집 <아직 멀었습니다>(まだまだです, Mada mada desu)는 2020년 현대단가사 신인상(現代短歌社賞)을 받았다.

강한나가 단가를 이해하는 핵심 개념은 “빼기의 문학”이다. 복잡하게 얽힌 감정을 하나씩 분해하고, 31음이라는 좁은 형식 안에서 무엇이 정말 중요한지를 묻는다. 그는 감정을 계속 덜어내고 나면 의외로 단순한 핵심이 남는다고 말한다. 그래서 단가 쓰기는 자신의 마음을 관찰하고 정리하는 일종의 일기이자 마음을 씻어내는 작업과도 같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단가는 복잡한 세계에서 본질만 남기는 문학이다.

최근의 관심은 특히 ‘가족’으로 향하고 있다. 단가·에세이집 <가족의 노래>(家族のうた, Kajoku no uta)에서 그는 일본인 남편과 함께 살아가는 현재의 가족, 한국에 있는 어머니에 대한 변함없는 감정, 그리고 태어난 사람뿐 아니라 태어나지 못한 사람까지 가족으로 생각하는 넓은 생명 감각을 노래한다. 일본어의 ‘가족’은 kazoku라고 읽지만 책 제목에서는 한국어 발음에 가까운 kajoku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즉 일본어로 쓰면서도 자신의 한국적 언어 감각을 작품 속에 일부러 남긴 것이다.

현재 강한나는 일본의 정보경영혁신전문직대학(情報経営イノベーション専門職大学) 교수로 일하는 한편 기업을 운영하고 화장품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중요한 정체성을 단가 시인에게 두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인이 아닌 사람들로부터 단가를 가르쳐 달라는 요청도 받고 있으며, 자신이 처음 일본어로 충분히 표현하지 못했던 시절에 단가에서 받은 도움을 다른 외국인들에게 돌려주고 싶다고 말한다.

강한나의 의미는 단순히 “한국인이 일본 전통문학에서 성공했다”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그의 작품에서 중요한 것은 모국어가 아닌 언어를 통해 자기 감정을 다시 발견한다는 점이다. 한국인으로서 일본어 단가의 7·5조에 들어가면서 그는 일본 문화를 배우지만, 동시에 그 형식 속에 한국인으로서의 기억과 가족, 어머니, 한일 사이의 긴장을 넣는다. 따라서 강한나의 단가는 일본문학에 동화된 결과라기보다, 두 언어와 두 문화 사이의 어긋남 자체를 시적 자원으로 만든 작품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그가 일본어로 ‘어머니’를 쓰면서 오히려 국적과 언어를 넘어선 감정을 발견했다고 말하는 대목이다. 언어는 서로 다르지만 ‘어머니’라는 존재 앞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에는 보편적인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강한나는 한일문화 교류라는 거창한 구호보다, 한 사람의 일상적 감정과 언어 경험을 통해 두 사회 사이를 잇는 작가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