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경찰의 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바움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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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히가시노 게이고의 여섯 편의 연작 소설을 읽으며 잠시 생각했다. 
내가 하고 있는 운전이란 과연 어떤 것인가. 를.

운전이 익숙해지면서 언젠가부터는 자연스러워졌다. 그 사실이 얼마나 위험한지 모른 채 운전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언제나 긴장상태를 유지하면서 나는 물론 타인의 운전까지 신경써야지만 안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교통경찰의 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그랬다. 누가 가해자인가 피해자인가를 떠나서 그들은 운전을 너무나 가볍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실수일뿐 타인은 잘못 이라는 이중잣대로 교통사고를 판가름하고 있었는데 무엇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생각이라는 사실에 무서워졌다. 세계 어딘가에서 1초마다 일어나고 있을 교통사고. 

초단위로 쪼개어가며 신호체계를 분석하는 놀라운 [천사의 귀]나 법망의 구멍을 드러내버린 [분리대],초보운전자의 복수를 그린 [위험한 초보운전], 불법주차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 [불법주차], 쓰레기가 입힌 수거가 교통사고로 이어진 [버리지 마세요], 무언가 미심쩍은 [거울 속으로] 등등. 짧은 단편이라는 길이감을 무색하게 할만큼 재미있다.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스럽다. 

그에게 이제 소설이란 장르불문, 길이불문인 모양이다. 자유자재로 글을 가지고 놀면서 독자를 재미로 몰아가는 작가의 노련함. 교통경찰의 밤은 그의 그런 능력을 또 한번 세상에 드러나게 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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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존 - 아웃케이스 없음
라세 할스트롬 감독, 아만다 시프리드 외 출연 / UEK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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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 스파크스의 소설은 [노트북]을 보면서 시작되었다. 
관점에 따라서는 다소 진부하고 지루하게 보일 수도 있는 영화가 내겐 잔잔하면서도 아름답게 보여 원작을 찾아 읽었던 기억이 난다. 

향후 얼마동안은 깨지지 않을 기록의 영화 [아바타]를 눌렀다는 원작 소설이 [디어존]이라고 해서 많은 기대를 안고 책을 읽었으나 역시 기대가 너무 컸던 나머지 [디어존]은 [노트북]만큼의 감동도 남기지 못했다. 

[병 속에 담긴 편지], [ 워크 투 리멤버]까지 영화화 된 소설을 읽으며 작가의 성향도 알게 되었지만 그 어떤 내용의 소설과 비교해서도 [디어존]은 약하다는 느낌뿐이다. 

아버지와 단둘이 살지만 반항적인 존 타이리는 자신의 삶을 밝혀줄 운명의 여인, 사바나를 만나게 된다. 하지만 대학생인 사바나와 직업군인인 존은 함께 할 시간이 짧기만 하다. 마법같은 2주를 보내고, 사바나를 통해 아버지와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지만 결국 존은 사바나를 잃어버린다. 

사바나 역시 존을 사랑하지만 어느날 자신에게 닥친 불행 앞에 친구 팀과의 결혼을 택하게 된다. 그리고 7년이 지나 존의 아버지가 죽고나서야 둘은 만나게 되지만 사바나에게는 투병생활 중인 남편 팀이 있다. 

한땐 결혼을 약속했던 불꽃 같은 사랑이 순간 어긋나면서 영영 함께 하지 못할 시간 속으로 흘러가버리는지 소설은 알게 만든다. 큰 반향이냐 유쾌한 에피소드를 늘어놓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우리의 삶과 맞닿아 있는 것처럼 양념이 덜 가미된 소설은 사실 담백하다. 하지만 역시 기대감이 있었기에 소설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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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뜬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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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작가가 세상을 타계했다는 소식을 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작가의 다음 권을 펼쳐든다. 40대 중반에 시작된 그의 글은 언제나 힘이 넘친다. 하지만 사실 어렵다. 
[눈먼 자들의 도시]를 읽고 나선 한동안 멍한 채로 보내야만 했다. 너무 어렵고 어떻게 정리해야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가 크랭크인이 되었을 땐 너무 반가웠다. 나 대신 누군가가 정리해준 일목요연한 해석으로 볼 수 있다니, 얼마나 반가웠는지...

[눈뜬 자들의 도시] 역시 영화화되어 쉽게 보게 되면 좋겠다. 1992년생인 주제 사라마구의 눈은 날카로웠다. 노안이 아니라 작가의 시각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작가의 글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를 담고 있다. 그래서 그의 글을 읽을때면 평소 관심없이 지나치던 세상살이에 대한 무관심이 후회가 된다. 나는 얼마나 내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해 무관심으로 일관해 왔던가. 그가 작품에 담아내고 있는 [눈먼 자의 도시]속 세상도 우리의 세상과 다를바 없다. 

눈이 멀었다고 해서, 방관의 공간에 집단을 수용했다고 해서 권력이 생기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규칙이 없고, 법이 없는 곳에서 파생되는 폭력과 약육강식이 얼마나 더 위험하고 무서운 일인지 극단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우리는 인간이 가장 무섭다는 공포를 맛봐야했다. [눈뜬 자들의 도시] 역시 마찬가지다. 눈을 뜨고 있다고해서 달라진 바는 없다. 

전염병이 사라지고 4년 후, 현실이 그렇듯 소설 속에서도 밝혀지는 바 없이 흐지부지 마무리 되어 버린 그 사건에 대해 경각심보다는 잊어버림으로써 세상은 다시 굴러가고 있었다. 선거일까지 바꾸었지만 백지투표로 이어져 버리고, 이 가운데 4년전 사건이 다시 대두되면서 소설은 계속 집필되어 간다. 그의 전작이 그랬듯이 읽기가 만만찮은 작품이었다. 또한 보통은 큰 따옴표로 묶여져 칸바꿈을 하는 대사가 지문과 뒤엉켜있어 더 사색적으로 보인다. 

분리 없이 이어져 있는 대사와 지문.현재와 이어져 있는 과거. 그 속에서 변함없는 것은 사람들뿐인 듯 했다. 소잃고도 외양간을 고칠줄 모르는 사람들. 누군가를 속이고 자신의 잇속만 챙기려는 이기적인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살고 있는 회색의 세상. 주제 사라마구는 세상이 아름답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의 글을 읽고 있으면 내가 속고 있는 오늘, 변하지 않을 회색빛 내일에 대한 한숨이 먼저 나온다. 

그의 글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읽는 내내 집중해도 모자랄만큼 어렵기도 하다. 하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는 책임에는 틀림이 없다. 읽고나면 내가 사는 세상에 대해 다른 시선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동심이 아닌 어른의 마음으로 살아야할 필요성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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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이세벽 지음 / 굿북(GoodBook)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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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에 관한 많은 책을 읽었지만 이처럼 전 생애를 다룬 소설은 처음 인 듯 하다. 성경조차도 끝까지 읽어본 적이 없는 내게 소설은 동화처럼 소복소복 쌓이는 눈처럼 포근하게 다가왔다. 

그는 세상 그 어떤 주인공보다 드라마틱한 인생을 살다간 인물이다. 

깨어나보니 유명해져 있더라...라는 표현은 하루 아침에 스타가 된 사람들이 스스로를 표현할 때 쓰는 말이었다. 그와 비슷하지만 슬프게도 딱 하룻밤 사이에 세상은 그에게서 등을 돌려 버렸다. 단 하룻밤 지났을 뿐인데, 찬양은 사라지고 잡혀가는 신세가 되었으며 후딱 해치워진 판결로 인해 사형을 언도 받았다. 

이 소설을 읽는데 꼭 종교인일 필요는 없을 듯 하다. 한 사람의 생을 이해하는 관점으로 바라본다면 종교의 유무를 떠나 읽을 수 있는 소설이며, 종교인의 입장에서 읽는다면 성경과 비교해 읽을 수 있는 좋은 읽을거리가 되어줄 것이다.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던 그날 저녁 만찬. 그날이 클라이막스가 되어 결과를 알고 있는 우리를 몰고간다. 그날 만약 다 ㄴ한 사람이라도 그의 운명을 알고 있는 이가 있었다면 단 한사람이라도 그와 함께 슬픔을 나눌 이가 있었다면 위로가 되었을까. 아니 어떤 마음으로 알면서도 그 길을 택한 이를 바라볼 수 있었을까. 

정해진 운명을 미리 안다는 것은 이토록 잔인한 일이 되기도 한다. 따르던 제자들이 그를 모른다 말하고 존경의 눈길이 하루아침에 질탄의 눈길로 변해 있으며 인격됨이 한치도 안되는 작자들에게 조롱을 당해야 하는 그 하루는 얼마나 힘든 하루였을까. 

우리가 이미 다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탄생에서부터 부활까지 이어지는 이 이야기는 새롭고도 쉽게 읽힌다. 술술 읽어가면서 다 아는 이야기지만 그 속에 담긴 감동의 두께를 찾아낸다.

영원히 죽지 않는 이름으로 아직까지 남아 있지만 결국 그날 고통 속에서 한번의 생을 마감해야했던 젊은 목숨에 대한 작가의 해석이 이 책 구석구석에 스며있고 작가가 인물에 대해 가진 애정 역시 담뿍 드러나 있다. 

소설은 역사서나 성경처럼 기술되지 않았다. 동일 사건들을 동화처럼 풀어놓았다. 그래서 읽는내내 가벼운 눈길로 읽어나갈 수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인생의 주인공이었던 한 사람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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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신화 호암 이병철과의 대화
박상하 지음 / 알라딘하우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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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CEO인 스티브 잡스의 책들을 읽어가던 도중 나는 잡스만큼이나 매력적인 인물을 발견해냈다. 바로 호암 이병철회장이다.  미실 못지 않은 통찰력과 과묵하면서도 독특한 카리스마를 가졌던 인물. 그는 이미 저 세상으로 가고 없지만 그를 다룬 몇몇 책들을 통해 호암의 생각들을 읽어보고자했다. 

오래전 드라마 탓인지 호암이라고 하면 그 역을 맡았던 배우 전광렬이 먼저 떠오른다. 그리고 그가 연기했던 그 역할의 인물이 자꾸만 중복된다. 그래서 그 배우의 얼굴을 떨치고 읽기 위해 책은 잠시 묵혀 두었었다. [호암자전]은 구하기 매우 힘든 책이다. 도서관이나 서점에서도 찾아보기 힘들었었는데, 이제보니 절판된 이유가 있었더랬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이유를 알고 이젠 찾는 것을 그만두었다. 언젠가는 또 볼 날이 오지 않을까 싶긴 하지만.

호암의 삶은 쉬이 열리는 삶이었으나 순탄한 삶은 아니었다. 고 정주영 회장에 비하면 그렇다는 의미다. 정회장의 삶은 쉬이 열리지도 순탄하지도 않았으니 그는 맨주먹으로 모든 것을 시작한 사람이었고, 호암은 좋은 교육을 받게 만들어준 가족이 있었고, 그 바탕이 된 재력도 있었으니 둘의 출발점은 아주 달랐다. 

하지만 이 두 리더의 삶은 각각 다른 배울점을 우리에게 남겼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지만 그들은 이름뿐만 아니라 자신의 삶을 남겼다. 후세 사람들에게 해부를 위한 시체를 기증하듯 탐독을 위한 자신의 삶을 남긴 CEO들.

오늘은 호암의 책을 읽으며 그의 삶을 답습했다. 좋은 내용이 많아 당연히 메모할 꺼리도 많았으며 그가 살았던 시간상의 스케줄과 신체상의 스케줄만 배워 익혀도 우리는 건강한 삶을 보장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부지런하고 정돈된 삶. 그의 삶은 그런 내음이 배어났다. 

호암배우기는 본능대로 살기의 그 반대라고 보면 가장 쉽지 않을까. 그는 조용한 이방원 같은 사람이었다. 날카롭지만 표효하지 않았고, 조용했지만 그 존재감은 공간을 가득 메울 수 있는 사람.  한 케이블에서 상영되고 있는 7급 공무원이라는 영화 속에서도 "삼성맨~삼성맨"이라는 단어가 나올만큼 매력적인 직장이 바로 삼성인데, 노사조차 없는 그 직장을 만들어 놓은 사람이 바로 호암 이병철 회장이다. 

이건희 회장보다 이병철 회장이 더 궁금한 까닭은 거기에 있다. 두 부자는 닮았지만 한 사람은 만나보고 싶은 사람 1순위고 한 사람은 만나보고 싶지 않은 사람 1순위인 까닭도 비슷한 이유일 것이고.

그는 생전에 이런 말을 남겼다고 했다. 

"사업의 승패에 대해서는 확신이 서는데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반반의 확률밖에는 자신이 없다."라고. 

평생 사람보는 일을 했던 그조차도 이런 말을 남겼을 정도니 사람을 판단하는 일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평범한 우리는 더 열심히 공부하고 더 넒은 도량으로 사람을 대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졌다. 

언젠가는 호암자전을 읽게 될 날이 오기를 기대해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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