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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견디면 선물처럼 밤이 온다
김하연 글.사진, 김초은 손글씨 / 이상미디어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빼꼼....! 세상이 궁금하고 사람이 궁금한 아기 고양이의 오늘.
터덜터덜....! 너무 힘겨워서 어디에서든 몸을 뉘이고 쉬고 싶은 중고양이들의 오늘.
이웃님인 찰카기 님의 사진속 길냥이들의 모습은 언제나 두 손 내밀어 데려오고 싶은 모습들이었다. 바람 앞에서 흔들리고 있을 고등어 아기
고양이, 엄마와 떨어져 물끄러미 무언가를 보고 있는 노랑둥이,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미끄러운 지붕 위를 타고 내리는 작은 발, 담장에 바짝 붙어
무서움을 피하고 있는 삼색이 모녀, 작은 구멍 사이로 얼굴을 내밀고 있는 분홍코까지....그들이 살아내기 위해 보여주는 모습들은 내 마음을
짠하게 만들고 말았다. 하루 한 컷 정도 올라오는 사진들을 보며 하루 중 어느 순간에건 잠시 손을 멈추며 구경했었는데 어느새 그 이웃의 책이
나왔다하여 얼른 구매하여 들춰보고 또 들춰 보는 중이다.
그 중 마음을 절절히 움직이는 사진은 주차장 벽에 쫄조리 붙은 노랑 고양이 가족이었는데, 그들은 순진무구한 눈망울로 사람을 향해, 세상을
향해 묻고 있었다. "나 믿어도 되나요?"라고. 어느덧 고양이와 함께 산지 5년째. 그리고 올해부터는 밖의 길냥이들 밥을 새벽마다 챙겨주고
있다. 의도하지 않았으나 운명은 그렇게 자연스럽게 그들을 향해 밥배달가게 만들고 말았다. 새벽잠 많은 나를. 선택의 기준이 무엇이었을까.
고양이, 고양이, 고양이. 모든 생명은 귀하지만 특히 사랑스러운 이 생명이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이상 이들에게 세상 사람들의 눈과 손이
좀 더 너그러워지길 바래본다. 특히 마음이 따뜻하게 베풀어지길 소원해본다. 다행히 캣맘도 있고 새벽, 아침, 저녁으로 시간을 나눠가며 같은
밥터에 밥을 나르는 내 밥터의 경우엔 배고픔은 좀 덜하다고 해도 찬바람 피할 벽하나 없는 길냥이들에게 밖의 삶은 척박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그들은 10년 이상 사는 집냥이들과 달리 고작 3~4년 머물다 세상을 떠난다.
사람의 눈으로 보면 참 힘겹게 사는 것 같아도 찰카기 님의 사진 속 고양이들은 때론 햇볕에서 해바라기도 하고 코끝에 스치는 바람냄새도 맡고
다른 고양이들과 함께 모여 뒹굴뒹굴도 한다. 조심조심하면서도 언제나 당당하다. 짧지만 주어진 하루하루에 충실하고 성실하다. 사람보다 나을 때가
많다. 이 영민한 생명은.
찰카기님의 책 속 고양이들 모습이 널리 알려져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들의 삶에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 내 이웃들이 캣맘, 캣대디로
온정을 나누는 것처럼. 길을 지나면서 마주치면 무서워하기 보다 괴롭히기 보다 눈 인사를 나누어주면 그것으로도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