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 십이국기 1
오노 후유미 지음, 추지나 옮김 / 엘릭시르 / 201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십이국기 시리즈의그 서막은 '달의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로 시작된다. 이 유명한 판타지를 나는 이전에는 들어본 적도 없고 본 적도 없다. 그래서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으며 곧 그 재미로 빠져들기에 이르렀다. 이 세상에서는 외롭고 쓸쓸했던 해리포터가 자신의 세상에서는 최고가 될 수 있었듯 주인공 요코 역시 이 세상에서는 그닥 행복해 보이지 않은 여고생일 뿐이었다. 부모에게 맞추고 친구들에게 맞추다 보니 자신의 판단과 만족감은 저 멀리 던져두게 되었고 '착한 아이 좋은 친구 역'으로만 인생을 꾸려나가왔다. 그랬던 그녀가 어느날 갑자기 학교에 나타난 남자(?) 게이키에게 납치되어 자신의 세상으로 내던져졌을 때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었겠는가.

 

성장. 그녀에게는 그 시간이 필요했다. 빵이 숙성되고 김치가 발효되듯 인간에게도 성숙의 기간이 필요한데 여느 판타지와 다르게 십이국기는 그 상찰의 시간을 그 누구의 도움없이 홀로 던져두고 보내게 만든다. '나는 누구인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인간의 시기 상으로도 딱 그 고민을 하기 좋을 청소년기의 요코는 자신에게 맡겨진 사명을 모른 채 하루하루를 견디고 살아남기 위해 낯선 땅에서 홀로 고군분투했다. 사람을 쉽게 믿었다가 배신 당했으며 반가운 마음에 고향 왜의 사람에게 친절을 베풀었다가 금전적인 손해도 보았고 종국엔 스스로 배신하여 친구를 잃을 위기에도 봉착했다. 하지만 그러면서 성장해나갔다.

 

일본 애니메이션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 중 하나인 '에반게리온'의 히토미 역시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반에 의해 낯선 땅으로 끌려온다. 하지만 히토미는 반의 성장을 돕는 힐러일 뿐 스스로 성장해서 세계를 발전시키는 역할을 맡지 못했다. 반면 요코에게는 두 세계가 다 불완전한 세계다. 돌아가고 싶은 '왜' 역시 자신이 온전히 자신으로 살 수 없으며 모두가 그녀를 그리워하며 기다리진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버렸다. 또한 이제 좀 적응 되어 가는 이곳 십이국 역시 '경국의 왕'이라는 무거운 왕관을 내밀며 그녀를 오도가도 못하게 만든다.

 

왕이 되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고 했던가.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알지 못했던 여고생 요코에게 왕관의 무게는 무거운 것. 자신을 이곳으로 데려온 자신의 수호 기린인 게이키를 구하는 것으로 경국의 이야기는 시작되지만 그 무엇보다 기대되는 것은 그녀가 달라졌다는 거다. 반인반수인 라쿠슌과의 대화 속에서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p481 모두의 기대에 휩쓸려 내 삶을 결정한다면 나는 책임을 질 수 없어.

 

라고.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행동하는 것 보다는 모두의 눈치를 보며 모두가 원하는 것을 선택했던 소녀 요쿄. 그런 그녀가 강해지고 싶다고 소망하고 있다. 단 한 권을 읽었을 뿐이지만 작가 오노 후유미가 얼마나 탄탄하게 세계관을 구축하고 캐릭터를 만들어놓았는지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친구, 코무기 - 작은 고양이가 알려준 일상의 소중함
Tomo 지음, 박정임 옮김 / 나는북 / 2014년 12월
평점 :
품절


친구찾기를 할 필요성이 없어서 혹은 가까운 지인들과는 '카톡'으로 공통의 관심사는 '네이브-블로그'를 통해 교류하고 있다보니 관리가 번거롭게 페이스 북이나 인스타그램을 사용할 일이 없었다. 최근 티케이가 출산 후 인스타그램을 강추하고 있지만 생각만 있을뿐 여전히 나는 '선택'엔 게으른 상태다.

 

무엇보다 '하고 싶은 마음'과 '할 수 있는 한계'를 잘 조율하지 않으면 과부하가 걸린다는 것을 경험상 알고 있기 때문에 오늘의 해야할 일 내일의 꿈을 위해 준비해야 하는 것들에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시간과 역량의 세분화 작업도 2015년 들어서 신경쓰고 있는 부분이다. 금전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조금 더 여유로워진다면 하고 싶은 일들이나 천지에 널려 있지만 말이다.

 

물론 그 1순위는 '함께 살고 있는 생명-고양이'들을 위한 일이다. 고등학교때부터 주욱 해오던 '함께 살고 있는 생명- 사람'을 위한 기부를 그 금액들이 투명하게 회전되지 못하는 것을 보고 실망한 후 그만 두었고 한동안은 차곡차곡 모아두기만 했다가 그 금액마저도 사람으로 인해 뒤통수 맞듯 소진되어지고 나니 허망함이 이를데가 없었다. 다시는 동일한 일을 당하지 않으리라 굳게 결심하고 새로 시작한 나눔의 봉사가 바로 길고양이들을 위한 작은 나눔의 실천이었다. 왜 고양이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는데 대답은 한결같다. "생명이기 때문에"

 

배고파 굶주리는 타국의 아이들을 위해 저금통을 털었던 그 어린 시절에도 내 작은 소망은 '오늘 하루 적어도 배고파 죽는 사람이 없었으면'하는 바램이었고 지금은 '오늘 하루 적어도 배고파 죽는 길냥이들은 없어야 한다'는 바램으로 이어져 있다. 스치듯 길에서 만나 내게 한 웅큼의 사료를 얻어먹게 된 고양이가 그 한끼로 인해 다음 한끼를 찾아헤맬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으로 외출할 때마다 가방 한 켠에 캔 두어개와 비닐에 꽁꽁 싼 사료 한 봉지를 넣어 나간다. 내가 집사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내 고양이가 생기기 전에는 그저 머리로만 알던 것들을 내 인생에 고양이 한 마리가 들어오고 나선 손과 마음으로 실천하고 있다. 세상 모든 집사들의 마음이 이와 같지 않을까 싶어진다. 그래서 이웃의 고양이를 보면서도 내 고양이 보듯이 뿌듯해지고 함께 귀이 여기게 된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세계인의 인기를 한 몸에 얻고 있다는 일본냥 '코무기'의 사진도 그래서 두 눈에 얼른 담아졌다.

노랑둥이가 귀한 동네에 살고 있어서인지 깨끗한 노랑색의 옷을 입은 '코무기'는 왠지 팬시용품 속에서나 보여지던 그림 속 냥이처럼 현실감이 없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만큼 예쁘고 그만큼 귀여운 아이다. 이름은 약간 이상하지만.

 

'코무기'는 일본어로 '밀'이라는 뜻이란다. 2015년에 네 살이 된 개냥이 코무기는 직장 동료의 출근길에 구해진 유기묘였단다. 비실비실대던 새끼 고양이가 발 밑에 툭 쓰러지며 구해달라는 구조 신호를 보냈는데 고양이 덕후였던 저자 토모씨와 함께 입양처를 찾던중 그만 토모씨 집에 눌러 살게 되었단다. 건강하지 못한 고양이, 코무기. 그래서 입양은 쉽지 않았고 매일매일 병원으로 새끼 고양이를 보러 가던 토모씨는 반려동물 금지인 아파트에 살고 있어 임보초자 할 수 없는 상태여서 두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는데 정확히 코무기와 만난지 3일만에 자신도 모르게 이사할 곳을 찾아 덜컹 이사해 버리고 코무기를 데려와 버렸다고 했다.

 

화이트와 오렌지빛으로 예쁘게 꾸며진 그들의 보금자리에서 사고도 많이 치고 장난도 많이 쳤지만 그래도 토모씨에겐 퇴근 후 위로처이며 언제나 집으로 빨리 달려오게 만드는 소중한 식구인 코무기. 잦은 심장 발작으로 반년 정도 밖에 살지 못한다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상태지만 코무기는 다행스럽게도 여전히 살아 예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을 보면 꼭 화보촬영을 하듯 예쁘게 찍혀져 있는데 이는 코무기를 바라보는 집사의 시선이 따뜻해서이기 때문일 것이다. 찬찬히 살펴보면 코무기의 꼬리는 토끼꼬리처럼 뭉툭하다. 맑은 눈망울을 지녔지만 여느 고양이와 비슷할 뿐. 특별해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사람을 끄는 묘한 매력의 소유묘인 코무기는 동네 사람들에 이어 이젠 인스타그램을 통해 전세계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좋아요' 기운을 받고 있다.

 

아픈 고양이를 키우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어진 하루하루를 더 사랑하며 더 소중히 여기며 살고 있는 집사와 고양이의 이야기는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나와 내 고양이의 이야기처럼 읽혀져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듯 하다. 코무기의 표정들 속에서 나는 내 고양이의 사랑스런 일상을 발견해냈다. 그 자랑하고 싶어 근질근질한 집사의 기운이 내게도 똑같이 존재한다. 그래서 이 얇은 책 한 권은 내게 그다지 비싸게 느껴지지 않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족이니까 그렇게 말해도 되는 줄 알았다 - 익숙해서 상처인 줄 몰랐던 말들을 바꾸는 시간
데보라 태넌 지음, 김고명 옮김 / 예담 / 2015년 2월
평점 :
품절


'가족끼리 왜이래'라는 드라마가 종영되었다. 주말 8시대 드라마였기에 그 타깃은 '가족 모두'를 향해 있고 내용은 '화해와 따뜻한 감성'을 지향해야한다는 것을 알고 있긴 했지만 그 드라마 속에서 무엇보다 맘에 쏘옥 들었던 건 바로 그 제목이었다. 가족끼리 왜 이래라니. 어쩌면 다 이해해야한다는 둥그스름한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제목 속에서 또 다른 의미를 발견해냈기 때문이다. 가족인데 왜 서로에게 이러는 것일까 라는 의문의 시작. 문제점의 지적.

 

대가족-핵가족 -1인가족/쉐어가족/독립가족 등등 비교적 짧은 시기에 대한민국은 국가의 시초가 되는 가정의 구성원에서부터 많은 변모를 겪어왔다. 십여년전만 해도 대발이 아빠가 등장하는 가부장적인 드라마를 보며 웃으면서도 저런 집 많아 했었지만 요즘 세태와는 또 맞지 않을만큼 가정 속에서부터의 삶은 빠르게 변화되어 온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네 가정은 여전히 문제들이 산재해 있다.

 

비슷비슷해 보이던 학창시절을 지나 20살이 되고 보니 참 다양한 가정사 속에서 자라난 사람들이 섞여 사회라는 것을 이루고 있었다. 나와 비슷한 친구들의 좁은 우물같은 지역을 한 발자국만 벗어났을 뿐인데 혼돈스러웠고 어수선했다. 각자의 가치관과 바르다는 기준이 다르다는 것이 이토록 큰 생각의 차이를 만들어낼 줄 몰라서 더 당황스러웠던 것 같다. 그때 참 많은 가정의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는데, 깨닫게 된 건, 어느 가정이나 들여다보면 문제가 없는 집안 걱정이 없는 집안이 없다는 거다. 그 범위와 깊이를 제쳐 두고라도.

 

참 밝게 웃던 '그녀'는 해외여행도 씩씩하게 다녀오고 회사일도 적극적으로 할만큼 입사초부터 눈에 띄이던 사원이었는데 좀 친해지고 나서 알게된 가정사는 가히 충격적이 아닐 수 없었다. 당시 주변에서는 보지 못했을만큼 폭력적인 가장이 있는 집. 그래서 고향집에는 좀처럼 가고 싶지 않아 명절 언저리엔 항상 비행기 티켓을 구매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심지어 남동생이 제대하고 온 날 아버지는 식구들이 함께 저녁식사하는 자리에서 병을 깨어 엄마의 눈을 찔러 버렸단다. 그 직원의 급한 휴가를 승인하고 처리해주면서 그 겉면의 밝음과 달리 속으로는 수없이 멍들고 문드러졌을 '그녀'의 어린 시절이 상상되어져 가슴이 아팠던 기억이 있다. 이처럼 극단적이진 않더라도 가족의 말 한마디, 알아주지 않는 태도등으로 인해 가슴쓰림을 당하는 사람들이 꽤 있을 것이다. 인정 받고 싶은 욕망, 편안하게 속내를 털어놓고 싶은 마음을 버린지 오래된 나 역시 가족의 한마디에 상처받을 때가 종종 있을 정도이니. 보통의 가정 속에서 서로를 긁고 울분을 토하고 원망하는 일들은 소소하게 일어나고 있지 않을까.

 

가장 문제는 역시 '널 사랑해서 한 말이야'라는 단서가 덧붙을 때 일 것이다. '가족이니까 그런 얘길 하는 거지'라니. 그 역시 말하는 이의 입장에서 내뱉는 자기 합리화일뿐이고. 가족이라고 해서 함부로 조언하고 상처줄 이유가 없는데 말이다. 익숙해서 상처인 줄로 몰랐던 말들을 서로 반성하는 시간을 데보라 태넌의 <가족이니까 그렇게 말해도 되는 줄 알았다>를 읽으며 시작해 보면 어떨까.

 

가족간에도 서로 지켜야하는 거리와 룰이 있다. 알맞는 대화법이 있다. 남도 가족도 안보고 살면 똑같이 남이다. 누구편 이라고 유치하게 편가를 필요도 없고 아픈 곳을 콕 찝어서 평생의 생채기를 낼 필요도 없다. '미안해 됐지?"라는 영혼없는 사과에 기분나빠하는 것은 가족이라 해도 매한가지. 가족내에서도 서로 다름을 이해하는 성숙된 의식이 필요한 것이다.

 

p323  해법은 있다

 

희망을 주는 이 메시지는 책의 제일 후미에 등장한다. 수년을 함께 살아도 같은 가정내에서 성장해도 서로 다르게 자라나는 것이 사람이다. 대화의 양식도 다르고 판단의 기준도 다르다. 그 점을 인정하고 서로간의 적당한 거리를 찾아낸다면 가족 역시 이전보다는 훨씬 편안한 사이가 되어 좀 더 자주 보며 웃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가시 같은 대화가 아닌 연고 같은 대화를 나누면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뷰티레슨 - 아름다워지는 비결 일본 최고의 뷰티 스쿨에서 배운다
도요카와 쯔기노 지음, 김명선 옮김 / 이보라이프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세상에서 가장 말도 안되는 말을 들었을 때처럼 나는 순간 멍해졌다. 날씬해지는 것은 간단하다고?

그렇다면 세상의 그 많은 다이어트 서적과 디톡스 산업, 약과 건강보조 식품 및 피부시술 & 미용시술들은 왜 그만큼 성업 중인거지? 이 여자 거짓말 하기만 해봐라! 는 마음으로 나는 30세에 모델로 컴백해 여전히 현역 모델로 활동 중인 도요카와 쯔기노의 [뷰티레슨]을 읽기 시작했다. 마음 속엔 꼬투리를 가득 잡아내리라 독을 품고(?).

 

p224 아름다움데 대한 기준은 시대에 따라 다르다

 

예쁘다라는 기준이 어떤지는 TV를 한 주만 시청해도 알 수 있다. 비슷비슷하게 생긴 그들의 생김새가 현재의 미의 기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순간, 그 세대만 공감하는 미를 넘어선 아름다움도 존재한다. 스칼렛 오하라의 앙큼함, 그레이스 켈리의 우아한 고전미,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압도적인 아름다움, 오드리 헵번의 내면에서부터 우러나오는 단아함 등등  시대적 가치와 아름다움의 기준이 달라져도 영원히 아름답게 느껴지는 여인들의 그 차별화된 아름다움. 20대,30대, 40대가 되어도 여전히 아름다운 얼굴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피나는 노력은 물론 바른 자세, 긍정의 마인드, 맑은 피부가 기본 베이스화 되어야 한다는 점이 40세를 바라보는 도요카와 쯔기노가 알려주고자하는 뷰티팁이었다. 흠잡을 곳이 없었다. 만약 그녀가 허리를 1인치 줄이는 자세라든지, 적게 먹고 가볍게 살 수 있는 식단을 가지고 책을 구성했다면 나는 독한 말들을 많이 내뱉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뷰티서적들을 보다 보면 그들이 따라하기 쉽다고 내어놓은 식단이나 운동들은 생각보다 습관화하기 어려운 것들이었고 1~2분을 할애하여 매일매일 꾸준히 실천할 수 없는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우리들은 일상을 살아간다. 게을러서가 아니다. 연예인이나 프리랜서처럼 자신의 시간을 스스로 조절할 수 없는 순간이 태반이다. 24시간 중 가장 오래 붙들려 있는 곳은 역시 회사. 그리고 퇴근 후에도 업무의 연장선의 시간을 보내다 보면 정작 집에 와서는 잠만 자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런 라이프사이클링 속에서 '매일매일', '꾸준히', '신경써서'라는 단어는 이미 바람을 타고 하늘을 날아간 풍선처럼 멀리 있는 이웃단어가 되고 만다.

 

유명 여배우, 톱모델, 각종 미인대회 수상자들을 대거 발굴해낸 도요카와 쯔기노의 48가지 뷰티 룰은 급한 마음으로 시작할 필요가 없어 일단 맘편히 읽기 좋다. 비록 1장은 <바로 미인이 되는 9가지 습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천천하 읽다보면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 가령 당장 선글라스를 준비하는 일은 집에 있는 선글라스를 꺼내 늘 품고 다니면 되고 없다면 스마트폰을 이용해 출퇴근시 버스나 지하철에서 소셜쇼핑으로 득템해도 된다. <이런 남자와 사귀면 아름다워진다>는 충고도 마찬가지다. 칭찬을 하고 아름다움을 배려해주는 남자친구와 사귀는 여자들이 훨씬 아름답다는 것인데 즉, 말의 영향력에 따른 결과이기에 이 팁 역시 매일매일 해야하는 것은 아니니 어렵게 실천할 필요는 없는 충고다.

 

P52 지나치게 완벽해지려고 하지 마라

 

스트레스는 노안을 부른다. 남의 주는 것도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것도 스트레스는 결국 나 자신에게 영향을 미친다. 지나친 완벽주의자를 뜻하는 '스토익'이라는 단어에 반대되는 사람으로 사는 편이 되려 편하다는 거다. 백 점 다 맞고 사는 인생은 없다. 스트레스가 쌓여 신체 세포가 산화되는 것보다는 웃으면서 넉넉하게 사는 쪽이 훨신 현명해 보인다. 이제사 하는 고백이지만 인생에서 걱정하고 고민하던 일 중 9/10은 일어나지 않았다. 절대로. 마음의 여유를 갖고 사는 방법은 간단했다. '있는 일'과 '없는 일'을 구분하며 사는 것. 바로 그것이었다. 추측은 없는 일에 속한다. 그래서 감정적이 되면 항상 한 발 뒤로 물러서서 이 일 속에서 '있는 일'과 '없는 일'을 구분하며 이성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시간을 벌곤 했다. 나는 경험으로 깨달은 이치를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간단히 배우겠구나 싶어 살짝 부럽기도 했지만 좋은 책을 골라낸 정성이 복을 불러온 것이라 그들을 되려 칭찬해주고 싶어졌다.

 

반대로 몰랐던 사실들은 재미나게 읽히기도 했는데 '얼음이 들어간 음료는 미용의 적'이라는 페이지 글이었다. 모델들은 얼음 없이 마신단다. 차가운 음료는 위장에 안 좋을 뿐만 아니라 몸이 차가운 것은 만병의 근원이기 때문에. 체온 1도에 면역력 60%의 활성화가 달려있다는 사실은 처음 듣는 이야기여서 솔깃해졌다. 그토록 빼기 힘들다는 셀룰라이트가 몸을 차갑게 했을 때 생기는 것이라고 하니 이제부터 톡톡 쏘는 차가운 탄산음료와는 조금씩 이별을 고해야겠다 싶다.

 

그리고 잘못 알았던 상식 한 가지. 20대에서 30대 초반까지 12CM가 넘는 하이힐을 신고 뛰어 다니고 장시간 서 있는 직업군이었던 나는 몇년 전 건강에 적신호를 받아들여 하이힐을 다 던져 버렸다. 단화나 운동화 혹은 땅에 붙어다닐만한 신들만 구비하고 있는데 의사의 충고와 달리 아름다움을 위해서는 주 3일은 단화, 4일은 하이힐을 신는 쪽이 좋단다. 건강하게 사는 것도 좋지만 아름다움도 포기할 수 없는 법. 적절히 타협해서 건강하게 사는 동안 아름답게 살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이 책으로 인하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변호사 사용법 - 변호사 앞에만 서면 주눅드는 당신을 위한 전문가 사용법 시리즈 1
김향훈 지음 / 라온북 / 2015년 2월
평점 :
품절


'변호인'이라는 영화를 보고 눈시울을 붉힌 적이 있다. 내 맘 같은 변호사. 그런 변호사가 흔하지 않기에 천만관객과 함께 감동을 호흡했던 것이 아닐까. 그 모델이 된 전직 대통령에 대한 논란은 잠시 접어두고서라도. 이야기 자체는 정말 서민을 위한 서민에 의한 서민이었던 한 변호사의 용기있는 외침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변호사를 만나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법 없이도 살 것 같던 내게도 법과 가까이 해야할 순간이 오긴 했으니 재판이 교통사고와 같다는 저자의 말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살아보니까. 나만 운전을 잘한다고 해서 교통사고를 피해갈 수 없는 것처럼 소송도 마찬가지다. 나만 법을 잘 지키고 살아간다고 해서 소송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악의적인 상대방을 만나고 상대의 거짓과 뻔뻔함이 지속되는데 큰 금액이 아니라고 해서 넘어가 버리면 또 다른 피해자들이 속출할 것만 같았고 정말 그렇게 되어버렸다.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도 양심을 저버리고 '나만 행복하면 돼'라며 도덕적인 삶을 던진 한 아줌마와 나는 소송이 붙었고 법원이 나의 손을 들어주었지만 여전히 그 아줌마는 여기저기 사기를치고 거짓말을 해 대며 '나는 멋지고 좋은 사람. 세상을 위해 애쓰는 사람'이라는 말도 안되는 소리를 일삼고 살고 있다. 법원의 판결은 무시한 채로. 나는 나쁘지 않으나 상황이 그땐 그랬다며 자기합리화로 자신을 포장하고 정치인이 되기 위한 초석을 닦고 다니는 그 아줌마가 절대 지역에서건, 나라에서건 공적인물이 되어 '공공의 적'이 되지 않기를. 힘을 휘둘러 더 많은 억울한 사람들을 양상해내지 않기를 바라면서 나는 법을 뒤져보고 사람들을 만나고 관공서를 뛰어다녔다.

 

그 와중에 섞어 문드러진 관행도 보았고 그저 관공서의 한 귀퉁이에 책상을 가지고 있을 뿐이면서 그것도 권력이라고 큰소리 쳐대는 웃긴 인사도 보았으며 '악질적인 여자'라며 분노하고 함께 애석해했지만 그조차도 어쩔 수 없어 화만 내던 사람도 겪어보았다. 2년.참으로 길고 긴 시간동안 '할 수 없어서 못한 것'보다는 차례차례 순서를 밟아가며 차근히 나아가자는 생각으로 진행해온 시간이었기에 처음부터 마지막의 한 방은 준비해두고 시작한 일이었다. 그래서 쓰러지지 않고 끝까지 올 수 있었다.

 

그런 내게 2년 전부터 이 변호사의 책이 주어졌더라면 어땠을까. 바로 사회에서 그녀를 매장시켜버리고 가족에게 얼굴을 들 수 없게 만들어 버리는 쉬운 방법을 택해버렸을까. 그렇지 않다면 그냥 손놓고 포기해버렸을까. 어쩌면 2년전 그날 같은 오늘을 맞고 있는 나같은 누군가에게 이 책은 '선택'을 위한 좋은 교본이 될 수 있겠다 싶어져 책의 내용을 공유하고 싶어졌다.

 

12년 차 현직 변호사가 폭로하는 그들의 속마음! 은행의 사용법처럼 이 책을 읽고나면 '변호사'라는 직함은 이전과 달리 아주 쉬운 이웃의 이름이 될지도 모른다. 거대한 벽같았고 '갑질'하는 인간들의 하수인 같기만 했던 그들을 제대로 이해하게 된다면 말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변호사 2만 명의 시대다. 생각보다 가까이 있는 그들로부터 정당한 법률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우리 역시 그들이 사는 세계를 알아야만 한다. 계산을 읽고 생각을 읽고 그들이 정신을 바짝 차리게 만들어 소송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해야만한다. 내 변호사는 내 편일까? 그렇게 생각해왔던 순진한 마음을 버리고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사람이 되어 재판부도 동료 변호사도 의뢰인의 편도 아닌 그들이 내 이야기에 귀기울이게 만드는 것도 오롯이 나의 몫이다. 수임료를 지불했다고 재판을 변호사에게만 맡겨둔다면 그것 역시 방임이 되는 것이다. 나의 일인데. 그 누구보다 내가 앞장서야 하는 일인데 말이다.

 

p164  어느 업종이든 나쁜 사람은 꼭 있다

 

나의 경우엔 이미 나쁜 사람을 만나버렸다. 그리고 변호사와 법에게도 뒤통수를 맞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결과적으로 승소판결을 받았고 법적으로나 객관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상황적으로나 악질적으로 행동하고 있는 피의자에 대한 공정한 처벌을 준비중에 있다. 그녀가 가장 두려워하고 무서워할 방법으로. 그 과정을 겪으면서 '나는 안전할 것이다'라는 착각을 버렸다. 세상이 조화롭지 않지만 우리는 조화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을 톡톡히 배운 시간이었고 나의 문제에 대해서는 내가 적극적으로 나설때 세상도 나를 돕는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 시간이기도 했다.

 

이 책은 '제대로 선택해서 제대로 활용하여 최대한의 억울한 상황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사람'을 위한 스타트북처럼 읽혔으면 좋겠다. 변호사 선정의 기준부터 전문 변호사를 식별하는 방법과 재판 비용에 이르기까지 그간 궁금했던 질문에 대한 답들이 다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