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 십이국기 1
오노 후유미 지음, 추지나 옮김 / 엘릭시르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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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국기 시리즈의그 서막은 '달의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로 시작된다. 이 유명한 판타지를 나는 이전에는 들어본 적도 없고 본 적도 없다. 그래서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으며 곧 그 재미로 빠져들기에 이르렀다. 이 세상에서는 외롭고 쓸쓸했던 해리포터가 자신의 세상에서는 최고가 될 수 있었듯 주인공 요코 역시 이 세상에서는 그닥 행복해 보이지 않은 여고생일 뿐이었다. 부모에게 맞추고 친구들에게 맞추다 보니 자신의 판단과 만족감은 저 멀리 던져두게 되었고 '착한 아이 좋은 친구 역'으로만 인생을 꾸려나가왔다. 그랬던 그녀가 어느날 갑자기 학교에 나타난 남자(?) 게이키에게 납치되어 자신의 세상으로 내던져졌을 때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었겠는가.

 

성장. 그녀에게는 그 시간이 필요했다. 빵이 숙성되고 김치가 발효되듯 인간에게도 성숙의 기간이 필요한데 여느 판타지와 다르게 십이국기는 그 상찰의 시간을 그 누구의 도움없이 홀로 던져두고 보내게 만든다. '나는 누구인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인간의 시기 상으로도 딱 그 고민을 하기 좋을 청소년기의 요코는 자신에게 맡겨진 사명을 모른 채 하루하루를 견디고 살아남기 위해 낯선 땅에서 홀로 고군분투했다. 사람을 쉽게 믿었다가 배신 당했으며 반가운 마음에 고향 왜의 사람에게 친절을 베풀었다가 금전적인 손해도 보았고 종국엔 스스로 배신하여 친구를 잃을 위기에도 봉착했다. 하지만 그러면서 성장해나갔다.

 

일본 애니메이션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 중 하나인 '에반게리온'의 히토미 역시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반에 의해 낯선 땅으로 끌려온다. 하지만 히토미는 반의 성장을 돕는 힐러일 뿐 스스로 성장해서 세계를 발전시키는 역할을 맡지 못했다. 반면 요코에게는 두 세계가 다 불완전한 세계다. 돌아가고 싶은 '왜' 역시 자신이 온전히 자신으로 살 수 없으며 모두가 그녀를 그리워하며 기다리진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버렸다. 또한 이제 좀 적응 되어 가는 이곳 십이국 역시 '경국의 왕'이라는 무거운 왕관을 내밀며 그녀를 오도가도 못하게 만든다.

 

왕이 되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고 했던가.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알지 못했던 여고생 요코에게 왕관의 무게는 무거운 것. 자신을 이곳으로 데려온 자신의 수호 기린인 게이키를 구하는 것으로 경국의 이야기는 시작되지만 그 무엇보다 기대되는 것은 그녀가 달라졌다는 거다. 반인반수인 라쿠슌과의 대화 속에서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p481 모두의 기대에 휩쓸려 내 삶을 결정한다면 나는 책임을 질 수 없어.

 

라고.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행동하는 것 보다는 모두의 눈치를 보며 모두가 원하는 것을 선택했던 소녀 요쿄. 그런 그녀가 강해지고 싶다고 소망하고 있다. 단 한 권을 읽었을 뿐이지만 작가 오노 후유미가 얼마나 탄탄하게 세계관을 구축하고 캐릭터를 만들어놓았는지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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