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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청춘 도쿄
수리 지음 / 무한 / 2011년 5월
평점 :
갑자기 도쿄 나들이를 떠나고 싶어서도 아니요, 무언가 쇼핑거리가 있어서도 아닌 주르륵 넘긴 한 페이지 속 문장 때문에 나는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히 보기로 맘 먹었더랬다. 딱 내맘 같았던 그 문장.
p233 세상 상다보면 별 희안한 사람, 별 희안한 일을 겪게 된다
는 그 말. 딱 지금의 내게 걸맞는 말이 바로 이말이니까. 세상을 오래 산 것도 아닌데 별 희안한 사람, 별 희안한 일을 겪고 있는 지금
나는 이 책 한 권으로 이성을 되찾을 시간을 벌면서 조용히 이 모든 순간이 순리대로 풀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살다보면 모든 걸 내려놓는 것이
하나라도 더 들고 있기 위해 애쓰는 것보다 더 쉬워 보일 때가 있다는데 깔짝깔짝대는 상대의 마음이 미워, 이 원망의 마음을 내려놓기 참 힘들다.
그 외 다른 욕심들이야 이보다 더 내려놓을 수 없을만큼 다 내려놓은 상태고.
우동 한 그릇이 전한 감동처럼 일본인은 이런 일상의 소소한 일들을 감동스토리로 만드는 재주가 있나보다. 일본 긴자의 값비싼 보석상에서
부모가 없는 한 유치원생 아이가 언니를 위해 저금통을 털어 목걸이를 산 이야기. '가진 것을 전부 준 마음'과 '목걸이를 교환했다는 보석 가게
사장의 이야기는 뒤집어보면 일상적이지 않기 때문에 '세상에 저럴수가'라는 놀라움을 선사하는 것이리다. 여기저기 저런 마음으로 살아가는 이웃들이
널려 있다면 굳이 그 일이 감동으로 다가올리 없을테니까.
[안녀? 청춘도쿄]는 여행서적이 아니다. 특이하게도 '하이쿠'를 소개하며 멋드러진 도쿄의 일상들이 사진으로 함께 곁들여져 있다. 주석을
읽으면 오히려 혼란을 야기시키고 만다는 하이쿠 속에는 일본인들의 축소지향적인 삶이 함축되어 있어 그 짧은 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문화
전반을 이해해야 된다고 한다. 왕과 신하, 귀신들이 난무한 일본의 애니메이션 속에서나 들어봤을 법한 그 하이쿠를 현재 일본의 일상과 함께
곁들여서 구경하는 재미도 남달랐다. 사실-.
다 살고나면 인생이라는 것도 별것 없을지도 모르는데, 주어진 오늘이 슬퍼서 힘들어서 괴로워서 우리는 그 누구보다도 먼저 나 자신을 괴롭히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닐지. 그런 생각이 이 책을 보는 내내 머릿 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태어날 때는 내가 울고 죽을 때는 사람들이 운다고 했던가.
정말 인생은 별 것 없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최대한 단순하게 살아야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을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