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코무기 - 작은 고양이가 알려준 일상의 소중함
Tomo 지음, 박정임 옮김 / 나는북 / 2014년 12월
평점 :
품절


친구찾기를 할 필요성이 없어서 혹은 가까운 지인들과는 '카톡'으로 공통의 관심사는 '네이브-블로그'를 통해 교류하고 있다보니 관리가 번거롭게 페이스 북이나 인스타그램을 사용할 일이 없었다. 최근 티케이가 출산 후 인스타그램을 강추하고 있지만 생각만 있을뿐 여전히 나는 '선택'엔 게으른 상태다.

 

무엇보다 '하고 싶은 마음'과 '할 수 있는 한계'를 잘 조율하지 않으면 과부하가 걸린다는 것을 경험상 알고 있기 때문에 오늘의 해야할 일 내일의 꿈을 위해 준비해야 하는 것들에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시간과 역량의 세분화 작업도 2015년 들어서 신경쓰고 있는 부분이다. 금전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조금 더 여유로워진다면 하고 싶은 일들이나 천지에 널려 있지만 말이다.

 

물론 그 1순위는 '함께 살고 있는 생명-고양이'들을 위한 일이다. 고등학교때부터 주욱 해오던 '함께 살고 있는 생명- 사람'을 위한 기부를 그 금액들이 투명하게 회전되지 못하는 것을 보고 실망한 후 그만 두었고 한동안은 차곡차곡 모아두기만 했다가 그 금액마저도 사람으로 인해 뒤통수 맞듯 소진되어지고 나니 허망함이 이를데가 없었다. 다시는 동일한 일을 당하지 않으리라 굳게 결심하고 새로 시작한 나눔의 봉사가 바로 길고양이들을 위한 작은 나눔의 실천이었다. 왜 고양이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는데 대답은 한결같다. "생명이기 때문에"

 

배고파 굶주리는 타국의 아이들을 위해 저금통을 털었던 그 어린 시절에도 내 작은 소망은 '오늘 하루 적어도 배고파 죽는 사람이 없었으면'하는 바램이었고 지금은 '오늘 하루 적어도 배고파 죽는 길냥이들은 없어야 한다'는 바램으로 이어져 있다. 스치듯 길에서 만나 내게 한 웅큼의 사료를 얻어먹게 된 고양이가 그 한끼로 인해 다음 한끼를 찾아헤맬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으로 외출할 때마다 가방 한 켠에 캔 두어개와 비닐에 꽁꽁 싼 사료 한 봉지를 넣어 나간다. 내가 집사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내 고양이가 생기기 전에는 그저 머리로만 알던 것들을 내 인생에 고양이 한 마리가 들어오고 나선 손과 마음으로 실천하고 있다. 세상 모든 집사들의 마음이 이와 같지 않을까 싶어진다. 그래서 이웃의 고양이를 보면서도 내 고양이 보듯이 뿌듯해지고 함께 귀이 여기게 된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세계인의 인기를 한 몸에 얻고 있다는 일본냥 '코무기'의 사진도 그래서 두 눈에 얼른 담아졌다.

노랑둥이가 귀한 동네에 살고 있어서인지 깨끗한 노랑색의 옷을 입은 '코무기'는 왠지 팬시용품 속에서나 보여지던 그림 속 냥이처럼 현실감이 없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만큼 예쁘고 그만큼 귀여운 아이다. 이름은 약간 이상하지만.

 

'코무기'는 일본어로 '밀'이라는 뜻이란다. 2015년에 네 살이 된 개냥이 코무기는 직장 동료의 출근길에 구해진 유기묘였단다. 비실비실대던 새끼 고양이가 발 밑에 툭 쓰러지며 구해달라는 구조 신호를 보냈는데 고양이 덕후였던 저자 토모씨와 함께 입양처를 찾던중 그만 토모씨 집에 눌러 살게 되었단다. 건강하지 못한 고양이, 코무기. 그래서 입양은 쉽지 않았고 매일매일 병원으로 새끼 고양이를 보러 가던 토모씨는 반려동물 금지인 아파트에 살고 있어 임보초자 할 수 없는 상태여서 두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는데 정확히 코무기와 만난지 3일만에 자신도 모르게 이사할 곳을 찾아 덜컹 이사해 버리고 코무기를 데려와 버렸다고 했다.

 

화이트와 오렌지빛으로 예쁘게 꾸며진 그들의 보금자리에서 사고도 많이 치고 장난도 많이 쳤지만 그래도 토모씨에겐 퇴근 후 위로처이며 언제나 집으로 빨리 달려오게 만드는 소중한 식구인 코무기. 잦은 심장 발작으로 반년 정도 밖에 살지 못한다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상태지만 코무기는 다행스럽게도 여전히 살아 예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을 보면 꼭 화보촬영을 하듯 예쁘게 찍혀져 있는데 이는 코무기를 바라보는 집사의 시선이 따뜻해서이기 때문일 것이다. 찬찬히 살펴보면 코무기의 꼬리는 토끼꼬리처럼 뭉툭하다. 맑은 눈망울을 지녔지만 여느 고양이와 비슷할 뿐. 특별해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사람을 끄는 묘한 매력의 소유묘인 코무기는 동네 사람들에 이어 이젠 인스타그램을 통해 전세계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좋아요' 기운을 받고 있다.

 

아픈 고양이를 키우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어진 하루하루를 더 사랑하며 더 소중히 여기며 살고 있는 집사와 고양이의 이야기는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나와 내 고양이의 이야기처럼 읽혀져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듯 하다. 코무기의 표정들 속에서 나는 내 고양이의 사랑스런 일상을 발견해냈다. 그 자랑하고 싶어 근질근질한 집사의 기운이 내게도 똑같이 존재한다. 그래서 이 얇은 책 한 권은 내게 그다지 비싸게 느껴지지 않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