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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김선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6년 4월
평점 :
품절
대학에서 그림치료를 강의하던 언니가 있었다. 어느날 프리젠테이션 하나를 준비하고 있던
내게 그녀가 건네준 팁은 너무나 흥미롭고 귀가 솔깃해지는 내용이여서 좀 더 듣고 싶었으나 시간이 부족하여 "다음에~" 로 미루어 두었던 것이
결국 영영 더 듣지 못하게 되어 버리고 말았지만 그때 들었던 그 해석은 참으로 신선했다.
하지만 인연은 그것으로 끝맺음지어지지 않았는지 <누구나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는 책으로 다시 나를 찾아왔다. 그림 한
장이 위로가 되는 세상이 오리라고 그 옛날 화가들이 어디 상상이나 했겠는가. 하지만 때로는 말보다 한 장의 그림이 주는
위로가 더 클 수도 있다는 말!!! 나는 100% 공감한다. 그래서 "나를 위한 그림 그리기를 시작하세요" 라는 책의
권유가 참으로 따뜻하게 다가왔다.
저자 김선현교수는 차병원 임상미술치료클리닉의 교수이자 대한트라우마 협회 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이로 대한민국의 국경을 너머 일본 쓰나미 재난, 세월호 참사,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등 마음의 상처로 인해 힘든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있는 현장이라면 어디든 날아가 미술치료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한다. 2015년엔 유엔의 초청을 받아 세월호 미술치료 트라우마 효과를
발표했다고 하는데 세상은 이처럼 상처를 주는 사람도 있지만 상처를 치료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있어 아직까지 그 균형이 완전히 무너지진 않고 버티고
있나보다.
어려운 그림이면 어쩌나? 고민했던 것도 잠시!! 등장하는 명화들이 익숙한 그림이든
아니든 간에 상관없이 에세이 한 권을 맘 편히 읽듯이 참 쉽게 이끌어준다. 간간히 심리테스트를 하듯 타인의 시선에 관계없이 오로지 나의 생각을
적어내려가도 좋을 책의 페이지들은 받아들이기 / 이해하기 / 변화하기 / 구체화하기 /
극복하기 의 단계로 점차 발전해 나가면서 다시 행복해지기 위한 연습을 돕고 있었다. '24단계로 치유해나가는
본격 심리 워크북' 이라는 언제 그만큼이나 지나갔지? 하고 머리를 긁적일만큼 순식간에 휘리릭 지나가 버린다.
상처에 등급을 매길 수는 없겠지만(p15) 우리나라의 문화적인 습성상 나도 모르게
'가족주의'에 길들여져 '나'보다는 '우리'를 위한 선택을 하다보면 가족을 위해 희생했던 순간순간들이 상처로 남게 될 수도 있다. 또는 사회적인
스트레스에 자주 노출되는 일이 반복되어 점차 만성이 되어가면 습관처럼 마음과 몸, 두 건강을 잃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책은-. 단순히
색이나 형태뿐만이 아니라 선의 모양이나 공간적인 표현도 현재의 심리적인 상태를 나타내는 중요한 포인트가 될수도 있다는 점을 그림치료는 날카롭게
시사하고 있었다. 특히 얼마전까지 이슈화되었던 아동학대의 사례 중 한 사건의 피해인 인천 11살 아동이 심리치료 과정 중 그린 그림은 한 케이블
뉴스에서 다뤄지기도 했었다. 그때 그 아이가 그린 그림을 보면서 대한민국 내 어른의 한 사람으로서 얼마나 미안하고 눈시울이 붉혀졌는지 모른다.
저 어린 아이의 마음에 생채기는 결국 어른들이 낸 것이므로-. 아이가 부디 어린 시절의 상처를 잊고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해주길....대한민국이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렇다면 트라우마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책에 의하면 모든 외상적 사건이 상처로
남겨지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2013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 출전했던 한 여성은 폭발물 테러에 의해 다리가 잘려나갔지만 2015년, 다시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 출전하여 그 트라우마를 극복해냈다고 했다. 많은 노력이 있었겠지만 결국 정서를 조절하기 위해서는 생각과
감정을 잘 구분하는 것 또한 그 방법 중의 하나가 될 수 있음을 책은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요즘 뉴스에 보도되는 대부분의
사건들은(이별/아동학대/층간소음/보복운전) '욱'해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았고, 이성의 균형이 무너지며 스스로를 잃게 되는 순간 타인의 목숨까지
해하는 인간 흉기가 되어 버리고 말기에 그 어느때보다 자체적인 '회복탄력성'의 힘을 기르는 일이 중요해 보인다.
30점의 명화를 감상하며 80개의 질문에 답하다보면 오늘 주어진 이 평범한 하루 속에
깃든 감사함을 발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당신은 행복할 자격이 있는 사람입니다' 라는 메시지를
발견하게 될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