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스칼러>의 편집자 앤 패디먼이 쓴 <서재 결혼 시키기>의
표지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모든 것은 책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라고.
대부분의 작법서에서 중요시 하는 "첫문장으로 사로잡아라"는 충고에 충실한 책이랄까. 이 한 문장으로인해 이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들어버렸으니까. 총 열여덟 편의 에세이는 그녀가 아들을 낳고 마흔에 접어들고 어머니가 여든이 되는 4년의 시간동안 계속되어졌다. 김치가 숙성의
시간을 거치듯 그녀가 성장하고 생활하는 시간동안 그녀의 글도 숙성되어졌을까.
남편과 알고 지낸지 10년, 동거한지 6년, 결혼한지 5년이 되었다는 건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대충 짐작케 만들었는데, 부부는 놀랍게도
문학적인 토론을 즐기는 사이였다. 어느 부부가 이로 인해 이혼까지 언급할 정도일까. 그들의 싸움조차 부러워졌다. 가까이 지낸 그 어떤 남자
사람과도 나는 문학적인 토론이 가능하지 않았으므로. (주변에서 문학적 토론/드라마에 대한 의견/ 책에 대한 취향을 서로 나눌 수 있는 건 언제나
여자사람 지인들이었다. 아쉽게도) 연대별, 작가별 책의 배열까지도 부부싸움의 소재가 되었다니...이 부부 정말 대단해 보인다.
생애 최고의 생일 선물이 남편으로부터 받은 9킬로그램의 고서적이라고 밝힌 저자 앤 패디먼은 아버지 책장에서 발견한 <파니 힐>을
통해 섹스를 배웠다고 했고 식당 메뉴판을 보면서도 틀린 글자를 잡아낼만큼 활자중독증인 여자였다. 사실 대화는 즐겁더라도 이정도가 되면 지인으로
곁에 살기에 참 피곤하겠다 싶어지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향을 함께 나눌 가족을 만났다는 것은 얼마나 행운을 타고 났는지 짐작케 만든다.
책에 관한 이야기로만 읽었던 내게 그녀는 마지막 장에서 따끔한 지적을 준비해 두고 있었다. "이 책의 중심은 내 가족이다" 라고. 그랬다.
그들의 이야기 속에 책이 스며들어 있었는데 나는 편견의 잣대로 읽어내렸던 것이다. 그래서 마지막장에 와서야 어리석음을 깨닫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