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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필요해 - 예술가의 마음을 훔친 고양이
유정 지음 / 지콜론북 / 2016년 6월
평점 :
<<<고양이가 필요해>>>라는 책을 지나칠 수
있었을까. 고양이 여섯마리와 함께 사는 집사면서. 두 번, 세 번 생각해봐도 절대 지나칠 수 없었음을 안다. 2010년부터 백수가 되기로
결심하고 직장을 그만두었다는 저자는 꽤 재미난 백수생활을 즐기며 살고 있었다. 흔히 우리가 드라마 속에서 보던 "취준생"의 모습이 아니었다.
고양이 봄과 가을이의 집사로 살면서 프로젝트 그룹으로 다큐멘터리도 만들도 공연기획도 하면서 디자인이나 영상 편집을 하는 사람을 백수라고 부르긴
힘들겠지...ㅎㅎ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한자가 다르다. 직업이 없다는 뜻의 백수는 白手 로 표기하는 반면, 저자가 스스로를 칭하고 있는 백수는 百修로 닦을 수가 붙여져
있었다. 아~ 이제야 그 의미를 알겠다. 일을 그만둔 것이 아니라 인생에 출사표를 던진 것임을...그런 저자가 만나 인터뷰를 한 11인은 모두
그녀같은 집사인생. 그래서 그 인터뷰가 즐거웠으리라는 것을 같은 일을 해 본 나는 잘 안다. 반갑고. 즐겁고, 신나게 만났을 거다. 귀를
기울이다가 어느새 수다떨듯 자신들의 고양이 이야기 삼매경에 빠졌을 그 인터뷰.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시인,
소설가, 만화가, 음악가, 미술가, 배우, 디자이너라는 집사들의 직업군보다 그들에게 사랑받고 사는 고양이들의 표정이 참 궁금했다. 모냐,
멀고,탈리, 시루, 호두,피칸, 미유,이빵, 망고 에바, 여백이 ..참 예쁜 이름들 속에서 특이한 이름 발견!! 물어?? 고양이의 이름이
물어?? 그다음은 운문과 산문? 웃음이 빵 터졌다.
그런가하면
매력적인 여배우 이엘은 "망고"라는 고양이를 반려하고 있었고 '노펫' 아파트에 주거하고 있던 회화 작가 김소울은 고양이를 키우기 위해 이사까지
감행해야 했다. 또 그들을 데리고 한국으로 돌아올 땐 수하물로 9개월만에 만나야 할 사정이 발생해버렸는데, 열 시간 넘는 비행을 홀로 하고온
고양이 탈리를 하루 더 수하물 창고에 둬야했다니...그 마음이 오죽 힘들었을까. 규정을 지키는 일은 분명 중요하다. 하지만 생명과 직결된
문제라면 융통성을 발휘해주면 좋았을텐데...라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었다. 고양이를 반려한 집사가 있었다면 스트레스로 죽을 수도 있는 동물임을
이해했을텐데.......!!
반가운
이름들도 있었다. 익히 잘 알고 있던 '미유와 앵두' 는 웹툰 <탐묘인간>으로 알고 있던 녀석들이었다. 그 사연까지 구구절절 다 알고
있는 이야기였지만 지나치질 못하고 또 읽게 되었고 그건 에세이스트인 봉현의 "여백이"페이지도 마찬가지였다. <여백이>라는 책을 읽은
후였기에 그 사연이 익숙했지만 그냥 지나치질 못했다.
다시봐도 이쁜 녀석들이 있는가 하면 길상호 시인의 "물어,운문,산문"이나 심윤경 작가의
"호두,피칸"이는 그 개성있는 모습에 눈길이 자꾸만 쏠리기도 했다. 그러고보면 어떤 모습이든
예쁘다. 고양이라는 생명체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데 고양이는 그렇다. 얼마나 부러운 미모인지 모른다. 또한 책은 편집도 군데군데 아기자기하게
되어 있으면서 심플하기까지 해서 마음에 쏘옥 들었다. 특별한 기대감을 갖지
않았고 그저 고양이 서적 한 권 더 읽는다는 기분으로 읽게 된 책이었는데, 너무너무 잘 골랐다 싶어진다. 이 책!!
그런가하면
집사가 아파트 옥상에서 집어 던진 다음 안락사 비용을 지불했다는 페이지에서는 그 집사 신상을 훌렁 털고 싶을만큼 분노가 치밀기도 했고, 그로
인해 장애가 남았지만 뒤에 온 '아수라'와 함께 잘 살고 있다는 '사자'의 모습에 안도감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장애는 장애. 오늘 부산에
들이닥친 태풍 속에서 물에 떠내려가는 길냥이를 구한 시민들도 있다는데 제 고양이를 고층에서 집어 던져 장애냥을 만든 것으로도 모자라 죽여달라고
돈을 내고 갔다는 인간의 이야기는 대조되어 머릿 속에 각각 다른 모습으로 각인되고야 말았다.
고양이와 함께 산다는 건
책임감을 동반한 일이다. 쉽게 생각해서도 안되지만 어려운 일도 아니다. 주는 것보다 받는 것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을 함께 살아 본 후라야 알 수
있다. 고양이의 매력은 한 번 빠지면 좀처럼 헤어날 수 없는 마력임으로 단단히 마음먹길 바란다. 고양이를 반려하기 위해 이 책을 구매할 독자가
있다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