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남자 발란데르 시리즈
헨닝 망켈 지음, 신견식 옮김 / 곰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쿠르트 발란데르' 형사 시리즈의 끝본으로 만나게 된 또 하나의 북유럽 작가 소설. 치밀하고 전문적인 미국 작가들의 소설이나 좁은 입지적 조건을 잘 활용하는 반전의 묘미가 있는 일본 작가들의 소설과 달리 북유럽 작가들은 그들의 서늘한 날씨의 그림자를 작품 속으로 잘 가져다 놓는 듯 하다. 작가의 작품을 읽는 것이 처음인데도 불구하고 기존 북유럽 작가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느껴왔던 그 오싹함...등 뒤에 스믈스믈 올라오는 그 무언가를 또 다시 경험하고야 말았다.

 

 

 

'불안한 남자'는 한 사람이 아니었다. 결혼을 앞 둔 딸, 엉망으로 취한 채 불쑥불쑥 나타나 민폐를 끼치곤 하는 전처, 암에 걸려 생의 마지막을 알리러 온 전 애인, 그리고 퇴직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형사라는 직업. 55세의 쿠르트 발란데르 역시 '불안한 남자'로 흔들리고 있었다. 오래도록 열망해온 시골로 이주해 집을 구매하고 강아지를 입양해 키우면서도 그는 외로움에 물들어 있었다.

그런 그에게 동거만 하겠다는 딸이 덜컥 임신소식을 알려왔고 그제서야 마주하게 된 사윗감은 어딘지 모르게 탐탁지 않은 구석 투성이였다. 하지만 딸의 출산과 결혼을 아버지로서 지지해줄 수 밖에 없었던 그는 사윗감 한스 폰 엥케의 부모님을 만나게 되고 그만 그들의 실종사건에 얽히게 되고 만다.

 

흔적도 없다. 목격자도 없다. 인질극이나 협상시도도 없었다. 그리고 얼마 뒤 한스 폰 엥케의 어머니가 시체로 발견되기에 이르렀다. 새 신발을 가지런히 벗고 누운 채. 자살로 종결짓기에 찝찝함을 느꼈던 발란데르는 형사적 직감으로 사건의 뒤를 쫓던 중 1960년대 초부터 스웨덴 해군함정에서 활동한 스파이에 대한 소문을 듣게 되고 '여자 스파이'가 혹시 예비 안사돈이 아니었는지 의심하게 된다. 이렇게 흩어진 퍼즐들을 마추고나니 다 맞춰진 판에서 어색한 조각하나가 보였고 이내 촛점이 잘못 맞추어졌음을 직감하고 예비 사돈인 호칸이 숨어 있는 아지트로 찾아가 그에게 진실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는데....

 '여자 스파이' 소문에 대한 진실과 '소련이나 중국'이 아닌 미국의 개입. 모두를 속여왔던 한 남자의 죽음. 그 '불안한 남자'로 인해 깨어진 가정. 이 모든 이야기가 발렌데르 시리즈의 마지막 소설에 담겨 있었다. 놀랍게도 소설에 등장하는 잠수함 사건이 1980년대 스웨덴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했다는 작가의 고백과 함께.

 

냉전의 절정기였다고는 하지만 전쟁국인 아닌 중립국이었던 스웨덴에서 이런 일이 왜 벌어져야 했을까유독 바다에서 젊은 피를 잃어야 했던 사건이 최근 대한민국에서 몇 차례 일어났었기에 안타까움이 더해진 듯 하다. 재미와 가독성, 둘 다 건져 올린 헨닝 망켈의 다른 소설도 찾아 읽어보고 싶어졌다. 조만간...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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