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 오 정원
채현선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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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는 복수를 낳고, 저주는 저주를 낳는 것이 아니었던가. 200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작가 채현선은 복수를 위해 시작한 일에 치유를 접목시켜 우리의 마음을 움직인다. 요시모토 바나나 식의 위로에 익숙해져 있던 내게 그녀의 몽환적이면서도 자극적인 치유는 생소하면서도 반가운 축복이었다.

 

 

아름다움 속에 치유가 있었다....

 

세상을 살다보면 좋은 인연과 만나질 때도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과 만나질 때도 있다. 그들과 만나는 순간 나 역시 좋은 사람이 되기도 하고 나답지 않은 모습의 사람처럼 행동하기도 한다. 우리 모두가 그럴 것이다. 당선작인 [아칸소스테가]를 포함해 실린 총 8편의 작품 속에서 나는 인생의 또 다른 한 면을 구경하고 있다.

 

그들 모두가 살아있는 이웃인 것 마냥 그들의 이야기에 마음이 움직여져 마치 옆에서 그들의 일상을 구경하고 있는 것처럼 친숙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공통점이라면 [숨은빛]의 소피아 할머니나 [마누 다락방]의 마누 할아버지, [모퉁이를 돌면]에서의 노부부와 남자를 비롯 [아코디언,아코디언]의 할아버지등등 단편 속 사람들은 하나같이 치유의 모습을 모여준다는 거다. 작가의 눈에 비친 세상은 치유가 필요한 세상인 것일까? 치유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 사야할 공간이라는 것일까? 작가만의 신비의 정원 속으로 걸어들어가 그의 세상을 엿보았으나 나는 여전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낯설기만 하다. 다만 세상이 느껴질 뿐.

 

갈등의 세상 속에도, 치유의 정원 속에도 아름다움이 있다. 각자의 색이 다르지만 나는 작가의 소설 속에서 그들의 색깔을 보고 있다. 비온 뒤 무지개의 색에 넋놓고 선 꼬마 아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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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CEO 배혜정 - 배혜정 막걸리가 세계 정상들의 만찬장에서 건배주가 되는 그날을 꿈꾼다
배혜정 지음 / 창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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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대가 배상면의 딸이 막걸리 CEO???

 

하지만 아버지의 후광을 입지 않고도 그녀는 그녀만의 사업을 일구어낸 대한민국 여성 CEO다. 한경희 스팀청소기, 쓰레기 건조기 등등 가정도구를 발명한 타 여성 CEO들과 달리 39세의 나이로 막걸리를 향해 돌진했다. 백세주로 이미 인기를 누리고 있던 오빠의 사업에 대한 경쟁의식도 평생 전통주의 대가로 살아오신 아버지의 대를 잇고자 한 일도 아니었다. 평범한 주부로 살면서 건설사업을 하는 남편의 뒷바라지를 하던 그녀에게 어느날 아버지가 건넨 말은 충격이었을 것이다.

 

"40대가 되는데 뭔가를 하거라"

 

라니. 보통은 누릴 나이인 40대에 그녀의 아버지는 그녀에게 무언가를 시작하라는 주문을 던졌고 그녀는 음식문화의 한 축이라고 생각해온 막걸리를 자신의 주력품으로 골라잡았다. 2000년 (주) 배혜정 누룩도가를 설립했고 <부자16도> 시판에 나서면서부터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10년간 막걸리와 함께 해온 세월에 대한 자랑스러움을 책으로 엮어낸 것도 그녀 자신이었다. "품질 위주"의 일본 시장을 트고, 거래를 하는 것을 사람을 대하는 일로 생각하고 마음과 양심이 시키는대로 처리해나갔던 그녀.

 

"이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너밖에 없다. 너만한 사람이 없다. 내가 인정하니까 된다"는 아버지의 굳건한 믿음을 좌표삼아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말리던 일로 뛰어들어 그저 열심히만 달려온 10년. 그녀에게 세월은 성공이라는 훈장을 달아주었던 것이다. 그녀가 말하는 막걸리는 밥상의 주식인 곡식을 재료로 한 착한 술이면서 강원도에선 옥수수로, 제주도에선 좁쌀로, 울릉도에선 호박을 이용, 지역 특산물로 빚어내어 더 사랑받은 훌륭한 먹거리이기도 했다.

 

이윤추구가 아닌 가치있는 삶을 위해 뛰어들었던 일이 가져다준 성공을 발판삼아 그녀는 또 다른 10년을 꿈꾸고 있을 것이다. 특이하게도 여성CEO가 만드는 주류 막걸리는 그래서 더 깔끔하고 구수하게 느껴진다. 또한 집에서 생막걸리를 만드는 레시피를 공개하면서 대한민국에서 더 많이 사랑받기를 바라는 그녀의 고운 마음도 담겨 있어 나는 책을 읽는 내내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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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보고 싶은 곳 머물고 싶은 곳 - 개정판
김봉렬 글, 관조스님 사진 / 안그라픽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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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문으로 향하는 길은 비슷비슷 한 것만 같다. 어느 절이나 비슷비슷한 입구를 가진 듯 해서 처음엔 겉표지로 선택된 배경이 자주 다니는 해인사의 것인줄 알았으나 구경하고보니 안개가 어슴프레 감싸고 있는 고즈넉한 풍경은 범어사의 것이더라. 사실을 깨닫고 부끄럽기 보다는 마냥 신기했는데 [가보고 싶은 곳/머물고 싶은 곳]에 등장하는 절 중 절반만 내가 가본 곳이라 그러한 느낌이 더해지지 않았나 싶다.

 

정신을 차리고 자세히 살펴보면

이 길은

그다지 길지도 않고 똑바르지도 않음을 발견할 수 있다

 

 

꼭 인생길을 논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 문장은 절을 구경하는 내내 귓가를 맴돌았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듯한 착각을 일게 만든 풍경소리와 함께 책을 구경하는 내내 내게서 떠날줄을 몰랐다. 잘 몰랐지만 혹은 가볍게 스치고 지나쳐 버렸던 우리네 옛절의 자랑스러움은 비단 그 건축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스며들어 있는 사연이나 오래된 그 나무의 뒤틀림 속에서도 선조의 지혜로움과 미학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으니....이 순간 정말 후손임이 다행스럽지 아니할 수가 없다.

 

사진이 찍힌데는 바글바글한 사람들이 쏘옥 빠져있다. 그저 자연과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건축물을 여유롭게 구경할 수 있도록 찍힌 관조스님의 사진들은 멋스러움을 홀로 구경하기 충분했고 통도사, 해인사,선암사, 부석사, 유가사 등등 좋아해서 자주 찾아가는 절 들을 새로운 느낌으로 접할 수 있어 좋았다. 다만 크고 오래된 사찰 중 파계사가 쏘옥 빠져 있어 의외였는데, 그만의 사연이 있지 않을까 싶어진다.

 

절은 언제나 사람을 푸근히 기다리고 있는 것만 같다. 그래서 건축물은 살아 숨쉬는 존재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온화한 자태로 나를 기다려주는 것처럼 마음 속에서는 의인화되고 의지가 된다. 사찰건축에 대해 전문지식을 갖추려고 한 것이 아니기에 처음에는 그 풍경구경에 여념이 없었고 두번째, 세번째엔 글 읽기에 급급했으며 네번째에 이르러서야 엄마와 함께 여유롭게 구경나설 수 있었는데 원래 사찰기행을 좋아해 계절별로 나들이를 떠났던 모녀에게 책은 정말 즐거운 한때를 가져다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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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치페사
페터 프랑에 지음, 송소민 옮김 / 자음과모음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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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페터 프랑에는 가장 성스러운 도시를 권력과 욕망 배신으로 짓무른 타락의 도시로 그려냈다. 1623년의 로마. 종교적인 문제로 스코트랜드 장로교신자인 맥켄니와 정략결혼을 올려야 하는 클라리사는 레이디 맥켄니가 되기전 순진함을 간직한 채 영국에서 로마로 건너왔다. 죽는 순간까지 그녀에 대한 염려를 놓지 않았던 남편 맥켄니를 비롯 프란세스코 카스텔리와 로렌초 베르니니라는 희대의 손재주를 가진 예술가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게 된 운명으로 들어온 것도 로마나들이를 선택한 순간 결정된 일이었을까.

 

"이성에 따라야 한다. 마음에 따르지 말고 이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거야"

 

사촌의 말을 흘려들었던 그녀의 마음은 언제나 상처투성이다. 설계도를 직접 그리고 설계에 필요한 모든 측량을 산출해내는 능력이 탁월했던 건축가 프란세스코와 근대의 미켈란젤로라 칭송받던 로렌초 모두의 사랑을 받았던 그녀는 그들 사이에서 때로는 질투로 때로는 사랑으로 그 배를 갈아타며 욕망이 들끓던 도시의 뮤즈가 되어 갔지만 시작과 끝을 빌어 결말을 암시하듯 사랑은 그렇게 지고 말았다.

 

자신의 이름을 드러내기 보단 그녀 스스로도 권력의 검은 물 속에 빠져 지냈던 돈나 올림피아에 의해 "프린치페사"로 불리며 로마의 신비한 여인이었던 클라리사는 주인공이면서도 관찰자인 양면의 시각으로 로마라는 도시를 재조명하고 있다. 우리는 그들의 스토리에 젖어들어가다가도 어느 순간엔 관망하는 클라리사가 되어 당시 12만명에 다달았던 거대도시 로마의 흥망성쇠를 바라보았다.

 

작가가 밝히길 프린치페사는 허구의 인물이라는데, 이 가상의 인물처럼 살다간 이가 분명 있었을 것 같은 리얼리티를 강하게 부여하며 [프린치페사]는 거대한 양의 이야기를 시작점으로 돌아와 끝맺는다.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그 어떤 왕조의 화려함보다 많은 볼거리를 보여줄 것만 같은 이 이야기가 언젠가는 꼭 영화화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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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 전통등 - 누가 만들어도 참 쉬운
전영일 지음 / 불광출판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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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드라마 장면에서 풍등이 날려지는 모습을 보며 "아, 나도 날려보고 싶다"라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풍등 축제가 아니라면 산불등을 이유로 해서 개인적으론 날리기 힘든 것이 풍등인데, 소원을 담아 풍등을 날리면서 남다르고 멋진 추억을 갖고 싶다는 꿈꾸게 만든 것은 역시 드라마 속에서의 그 드라마틱한 분위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에디슨의 전기 발명 후, 우리나라에도 1970년대 중반, 전기가 들어오면서 호롱불이나 전통등들은 조금씩 자취를 감추고 결국 석가탄신일에나 실컷 볼 수 있는 추억거리가 되어 버렸다. 예전 인사동에서 발품을 팔아 엄마에게 의미있는 선물을 해 드리고자 고르고 골랐던 것이 어느 개인 공방에서 장인이 만든 전통등이었는데 엄마가 너무 예쁘다고 감탄하셔서 뿌듯했던 기억이 난다.

 

이래저래 전통등에 대해 나쁘지 않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보니 [한지전통등]을 통해 구경하면서 이젠 직접 만들어보고 싶은 욕심까지 부리게 되었다. 빛을 담은 예술 세계로의 초대는 이토록 아기자기하면서도 멋진 초대였던 것이다. 구성, 재료, 골조, 전기, 배접, 채색, 코팅에서 마무리까지 이제껏 만들어온 10년이상의 노하우를 방출시키며 저자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등은 그저 멋없는 흰등만이 아닌 목어등, 공등, 잉어등, 가마등 등등 알록달록하면서도 사이즈가 생각보다 큰 예술품들이었다. 아마누가 구경해도 깜짝 놀랄만큼 멋진 등들이 주르륵 등장하지만 사실 초보자가 따라하기엔 만만찮아 보인다. 그리고, 만들고, 말리는 것은 기본이고 젖지 않게 만들기 위한 방수처리까지 꼼꼼히 하고 나면 진이 주욱 빠지지 않을까. 단 하루만에 만들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다시 생각해봐야됨직한 만만찮은 이 작업을 외국인들도 참여해서 하는 장면을 보며 이런 전통을 좀 더 알려나가는 일도 한국의 미를 알리는데 좋은 방편인 것처럼 생각되어지기도 했다.

 

수원시, 안양시, 인천시 의 연등축제에 참가해보지 못한 아쉬움을 뒤고 하고 아산시의 특별한 거북선 등에 매료되면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 대만, 일본, 스리랑카 등지의 타국 연등축제와 우리 축제와의 다른 점도 비교해보는 재미가 사실 쏠쏠했다.

 

구경하는 것도 만들어보는 것도 나름의 의미를 가질 한지 등만들기. 언젠가는 꼬옥 해 보리라 마음먹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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