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고 싶은 곳 머물고 싶은 곳 - 개정판
김봉렬 글, 관조스님 사진 / 안그라픽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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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문으로 향하는 길은 비슷비슷 한 것만 같다. 어느 절이나 비슷비슷한 입구를 가진 듯 해서 처음엔 겉표지로 선택된 배경이 자주 다니는 해인사의 것인줄 알았으나 구경하고보니 안개가 어슴프레 감싸고 있는 고즈넉한 풍경은 범어사의 것이더라. 사실을 깨닫고 부끄럽기 보다는 마냥 신기했는데 [가보고 싶은 곳/머물고 싶은 곳]에 등장하는 절 중 절반만 내가 가본 곳이라 그러한 느낌이 더해지지 않았나 싶다.

 

정신을 차리고 자세히 살펴보면

이 길은

그다지 길지도 않고 똑바르지도 않음을 발견할 수 있다

 

 

꼭 인생길을 논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 문장은 절을 구경하는 내내 귓가를 맴돌았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듯한 착각을 일게 만든 풍경소리와 함께 책을 구경하는 내내 내게서 떠날줄을 몰랐다. 잘 몰랐지만 혹은 가볍게 스치고 지나쳐 버렸던 우리네 옛절의 자랑스러움은 비단 그 건축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스며들어 있는 사연이나 오래된 그 나무의 뒤틀림 속에서도 선조의 지혜로움과 미학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으니....이 순간 정말 후손임이 다행스럽지 아니할 수가 없다.

 

사진이 찍힌데는 바글바글한 사람들이 쏘옥 빠져있다. 그저 자연과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건축물을 여유롭게 구경할 수 있도록 찍힌 관조스님의 사진들은 멋스러움을 홀로 구경하기 충분했고 통도사, 해인사,선암사, 부석사, 유가사 등등 좋아해서 자주 찾아가는 절 들을 새로운 느낌으로 접할 수 있어 좋았다. 다만 크고 오래된 사찰 중 파계사가 쏘옥 빠져 있어 의외였는데, 그만의 사연이 있지 않을까 싶어진다.

 

절은 언제나 사람을 푸근히 기다리고 있는 것만 같다. 그래서 건축물은 살아 숨쉬는 존재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온화한 자태로 나를 기다려주는 것처럼 마음 속에서는 의인화되고 의지가 된다. 사찰건축에 대해 전문지식을 갖추려고 한 것이 아니기에 처음에는 그 풍경구경에 여념이 없었고 두번째, 세번째엔 글 읽기에 급급했으며 네번째에 이르러서야 엄마와 함께 여유롭게 구경나설 수 있었는데 원래 사찰기행을 좋아해 계절별로 나들이를 떠났던 모녀에게 책은 정말 즐거운 한때를 가져다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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